Miracle #4
2022. 08. 03. 수요일.
Taize 11일 차 : 나의 네일 아티스트.
나는 오늘 Henri가 내 이마에 입 맞춰주는 꿈을 꾸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의 꿈 이야기를 하자 그는 이것은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나를 웃게 만들어 주었다.
전날 달콤한 대화를 하느라 늦게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둘 다 아침 7시 28분에 일어났다. 신기한 것은 서로 깨워 준 것도 아닌데, 알람이 같은 시간에 울린 것도 아닌데, 그냥 저절로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거의 동시에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다. 마치 서로의 영혼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어제도 3시간 잤고 오늘도 4시간 남짓 잤지만 서둘러 준비하고 예배를 드리러 갔다. 서로 말하고 있지 않았지만 얼마 안 남은 시간들을 잘 보내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우리는 모자란 수면시간을 채울 겸 침묵의 숲에 가서 점심시간까지 잠들고 싶었지만, 그곳은 잠겨 있었다. 그래서 그 앞의 작은 언덕에 모포를 깔고 누웠다. 나는 책도 읽고 친구들에게 엽서도 쓸 생각이었지만, 그것은 Henri가 오약에 가고 나서 해도 될 일이었다. 그래서 상처가 많은 내 발을 보완하기 위해서 가져온 매니큐어를 꺼냈다.
좋아하는 연보랏빛이 도는 매니큐어였다. 사실 나는 매니큐어를 즐겨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에는 엄격한 아버지 때문에 할 수 없었지만, 어른이 돼서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매니큐어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추억으로, 그에게 매니큐어를 칠해달라고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태어나서 처음 칠해 본다며 굉장히 정성스럽게 나의 네일을 칠해주었다. 손을 조금씩 떨면서 칠해주는 그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그렇게 그가 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칠하는 순서가 됐을 때, 나는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전기 작업을 돕다가 전기에 감전된 것이다. 그때 내 나이는 고작 6~7살이었다.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의 어린아이에게 위험한 작업을 보조하게끔 한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 보다 더 황당한 건, 도리어 그 일이 있고 나는 혼났다는 것이다. 주의 깊게 전선을 들고 있지 않았다고. 그 전선을 들 때 감전을 방지하는 장갑을 낀 것도 아니었다. 사실 감전되는 동안은 너무 끔찍하게 고통스러워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몇 초 안에 아버지는 전기 차단기를 내렸고 나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며칠 뒤 나의 오른손 엄지손톱이 검은색으로 변한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혼날까 봐 혼자만 알고 있었다. 그 이후 손톱은 자라나서 분홍색으로 돌아왔지만, 찌그러진 모양이 그대로 남았다.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너무나 생생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나의 어린 시절이야기를 그에게 하고 있었고 그도 공감해 주면서 들어주었다. 우리는 마치 오래전부터 서로를 알고 지낸 사이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가 칠해준 매니큐어는 마치 5살짜리 어린아이가 칠해준 것 같았지만, 나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는 Oyak에 봉사활동을 하러 떠났고. 나는 홀로 숙소에 가서 친구들에게 못쓴 편지를 쓸까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아침시간에 출근하는 남편을 보내는 마음으로 너무 아쉬워하며 그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가 뛰어가다가 멀리서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는데 그것을 본 금발의 여자들은 본인들에게 인사한 것인 줄 알고 같이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웃음이 터졌고. 내가 웃는 것을 보고 그들이 민망해할까 봐, 그 길로 가던 길을 돌아서서 침묵의 숲으로 도망쳤다. 이 사실은 Henri도 알고 있어서 우리는 재미난 추억으로 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둘 다 사진과 영상을 찍어서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언제나 휴대폰의 용량이 부족하곤 했다. 사실 나는 파리시티에서 불꽃 축제 사진을 큰 용량으로 너무 많이 찍어두어서 정말 공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급기야 갖고 있는 한국 어플들을 다 지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식사 이후, 우린 지난 3일 동안 찍은 사진들과 영상들을 숙소의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공유했다. 그가 지난 일주일간 가족들과 함께 머물렀다는 숙소의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그 마저도 너무 재밌었다. 서로의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서 그 숙소까지 걸어가는 것이. 21세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하하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와서 몰래 과학자가 사는 집 앞에서 인터넷을 쓰는 기분이랄까? 한국인들은 인터넷을 많이 쓰고 속도가 느리면 화를 내기 때문에, 한국에서 한 달에 100GB 넘게 무제한 요금제만 쓰다가 여기서 이렇게 인터넷을 아껴 쓰게 되니 사소한 것에 감사함 마저 생겨났다.
그리고 나는 정말 프랑스의 석회수 때문에 망가져 가는 나의 피부와 헤어를 해결하고 싶었다. 한국의 물과 다르기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유럽에 오면 겪고 있는 고통이었다. 특히나 내 피부는 민감해서 뜨거운 햇볕과 다른 수질로 인해서 피부와 머릿결이 엉망이었다. 그래서 트리트먼트를 사러 시내에 있는 대형 마트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정중하게 혼자 마을 C에 잠시 다녀와도 될지 물었고, 그는 당연히 다녀와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그가 성경공부를 하러 갈 때 나는 C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데, 내 가방에 역시나 그의 물병이 들어있었다. 그는 또 본인의 물병을 잊은 것이다. 이곳에서는 물이 없으면 더워서 버틸 수 없기 때문에. 물병이 꼭 필요했고. 물병을 파는 Oyak은 4시간 후에나 열렸다. 그래서 나는 불편할 그가 걱정 돼서 바로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그의 달리기는 너무 빨라서 그의 뒷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오전에 그가 보내줬던 사진을 보고 위치를 추리했다. 그리고 그곳으로 찾아가자 그의 뒷모습이 보여서 조용히 물병만 주고 나오려고 다가갔다. 왜냐하면 한 선생님이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강연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나를 보자마자 “오! Mia!!!” 하고 큰 소리를 외쳤고. 나는 기뻤지만 이로 인해서 그가 혼날까 봐 걱정이 됐다. 그래서 얼른 물병만 주고 도망쳤다. 그런 내 뒤통수에 “Thank you~~~~”라는 그의 외침이 들려서 나는 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침묵의 숲에서 쓴 3장의 엽서를 보내고 마을 C로 여행을 떠났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만난 한국인 할머니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하며 연락처와 집주소를 물어봐서 알려드렸다. 그는 본인의 딸과 왔는데 뭔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 한국인 수사님이 와 있으니 꼭 만나보라고 했다. 벌써 두 번째 듣는 조언이었다. 나에게 한 주더 머물 수 있게 심사를 승낙해준 미카엘로 내게 꼭 한국인 수사님을 만나보라고 했었다. 그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그렇게 버스를 탔는데 한 스페인 소녀가 한국어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내가 깜짝 놀라자 그녀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너무 많고 내가 그 할머니와 대화 나누는 것을 보고 한국인임을 알았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고 서로의 각자의 여행을 응원했다. 그리고 이 소녀와는 지금까지도 서로 잘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버스에서 내려서 바로 마트로 달려갔다. 나는 관광을 하고 싶었지만 저녁 시간 전까지 돌아가려면 시간이 촉박했다. 이 마티는 태국친구 Noey가 나를 위해서 저렴한 곳이라고 추천해서 보내준 곳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그런 곳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구글 지도를 찍고 왔는데 다른 곳이 있었다.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름이 바뀐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곳에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물건들 사진을 열심히 찍고, 필요한 물건을 담았다. 우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위한 화장품을 5개 정도 샀다. 그리고 Henri가 추천해 준 샴푸를 2개 샀다. 한 개는 내 것, 하나는 선물할 것. 그리고 남은 2주의 여행기간 동안 쓸 바디 워시와 헤어팩을 샀다. 그리고 Noey가 부탁한 태국 라면도 담았다. 생리대도 사고 싶었지만 공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냥 그것은 포기했다. 나는 너무 급하게 오는 바람에 Henri에게 무엇이 먹고 싶은지 묻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래서 핑크색 과자들 중에 맛있어 보이는 것을 샀다. 이것은 나중에 그가 그의 고국에 돌아가는 길에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와 함께 식사할 때 밥을 적게 먹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정말 너무 고민이 됐다. 그가 너무 단 음식을 안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견과류와 건포도가 들어간 운동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골랐다. 나중에 그가 핑크색 미니 케이크도 사고 싶었지만 밖이 너무 더웠기 때문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녹아버릴 것 같았다. 그러다 고르다 보니 쇼핑 바구니가 한가득이었다.
문제는 갑자기 핸드폰의 인터넷이 작동을 안 했다. 정말 이상했다. 그래서 Noey와 Henri에게 “이 과자도 사갈까?”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계속 전송 실패했다. 쇼핑을 하면서 시그널이 터지기를 기다렸지만, 폰을 껐다 켜도 작동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아쉬운 마음으로 계산을 하고 나왔다. 벌써 마트에 도착한 지 2시간이 지난 상황이었다.
너무 폰을 껐다 켰다를 반복해서 갑자기 핸드폰 배터리가 5%도 안 남은 것을 발견했다. 나는 심각한 길치였기 때문에 구글 지도가 없으면 버스 정류장까지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땡 볕에 무거운 짐을 들고 30분 이상을 길을 헤맸다. 그렇게 5~6명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내가 아는 길까지 도착했다.
그때 너무 사랑스러운 장난감 가게를 발견했다. “마녀”콘셉트의 기념품 가게였다. 나는 원래 귀엽고 사랑스러운 장난감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 와중에 그곳에 들렸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보라색 마녀 열쇠고리를 샀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고 50유로를 내민 순간 가게 주인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오, 우린 잔돈이 없어요. 건너편 작은 슈퍼마켓에 가서 바꿔오세요.”
맙소사. 그냥 웃음이 났다. 그래서 결국 5분을 걸어가서 다른 작은 마트에서 민트캔디를 사면서 잔돈을 바꿨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만화 속 이상한 마을에 온 기분이로군.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카드 계산이 안 되고 현금 계산만 되는데도 불구하고 잔돈이 없을 수 있다니. 웃으면서 계산을 하고 커다란 내 짐 꾸러미 두 개를 들고 나는 다시 길을 떠났다. 그 사이 핸드폰이 꺼져버렸고 나는 마음이 초조해졌다. 조금 헤맸지만, 개를 산책시키고 있는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마침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너무 덥고 힘들었다. 근데 또 그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그는 영어를 나보다도 못하는 ‘슬로바키아 사람’이었다. 그 역시 Taize에 가는 길이었고 나의 인스타그램을 물어봐서 나는 핸드폰이 꺼졌음을 말해주고 그의 핸드폰으로 내 아이디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버스에서 내리는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배고프고, 덥고, 길도 잃어버리고, 짐은 너무 무겁고, 물건을 사려고 하는데 잔돈도 없고, 핸드폰도 꺼졌고, 낯선 사람들은 자꾸 말 걸고. 고작 3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얼른 Henri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우선 내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와서 충전을 하면서 짐 정리를 했다. 그는 나를 걱정해서 영상 통화 부재 기록이 남아있었다. 그것을 보니 더 눈물이 났다. 나의 상황을 대략 알린 후 씻고 그를 만났다. 내가 잔뜩 사 온 것을 보고 그는 엄청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과자를 줬다. 숙소가 더워서 녹을까 봐 걱정하는 그였지만 내 선물을 잘 받아주어서 기뻤다. 그리고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 아까 만난 스페인 여자를 또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고 나는 3시간 동안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을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다소 흥분한 나의 모습에 Henri는 아빠처럼 들어줬다. 그리고 고생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래서 기분이 다 풀렸다. 나의 부족한 영어를 그가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저녁시간 샤워장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고, 너무 더러웠다. 나는 피 묻은 속옷들을 깨끗한 곳에서 빨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주에 머물렀던 어른 숙소 샤워장을 이용했다. 조용하고 깨끗했다. 너무 개운하게 씻고 빨래를 하고 숙소에 왔다. 근데 우리 방에 왕나방이 들어와 있었다. 나는 옷으로 나방을 쫓으려고 했지만 무서워서 나방이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질렀다. 룸메이트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더니 웃으며 몰래 녹화를 했다. 그렇게 나방과 몇 분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다 나는 나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henri가 생각났고 더 이상 나를 기다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나방을 포기하고 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새벽 3시까지 별을 구경했다. 새벽에 우리가 졸린 눈으로 숙소로 돌아왔을 때, 그가 내 방문 앞에서 잘 자라고 이마에 키스해주고 갈 때. (정말 내 꿈이 현실이 됐다!) 그리고 그가 불 꺼진 내방을 향해서 “Good night, Mia”라고 말해줬을 때. 누가 듣거나 말거나 나는 신경 안 쓰는 그의 ‘상남자’ 마인드가 너무 섹시했다. 동시에 수줍어서 이불속에 숨어들었지만. 룸메이트 중 한 명은 코를 골고 자고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꿈속에서 만나기를 바라며 꿈나라에 입장했다.
『HENRI HAVE A “XIA” DREAM>_<♥』
<4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