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le #5
2022. 08. 04. 목요일.
Taize 12일 차 : "꽃반지와 비 내리는 야외극장."
“What happen?!!?!?!?!??!!??”
그는 내 양쪽 팔에 나있는 줄모양의 피멍 자국을 보고 물었다. 어제 너무 무거운 짐을 양팔에 들고 오면서 혈관이 터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 피부는 약해서 멍이 잘 들곤 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어제 쇼핑 때문에 그렇다고 말하며 웃자, 그는 표정이 심각해졌다. 나를 걱정해 주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나는 시계를 찾은 기념 시계와 내가 공공욕실에 붙여 두었던 전단지와 함께 인증샷을 남겼다. 그리고 전단지를 뗐다. 어제 빨래를 널 곳이 없어서 다른 사람 숙소 앞에 빨래를 널어 두었었다. 아침에 준비를 하는 동안 늦어져서 Henri가 와서 나를 기다려 주었다. 나는 정중하게 그에게 티셔츠 하나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부탁했고 그는 흔쾌히 들어주었다. 근데... 맙소사..
그가 너무 예쁘게 티셔츠를 접어서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가. 100m 거리를 걸어오면서 그는 최선을 다해서 그 티셔츠를 접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매장에서 파는 방식으로 깔끔하게 접혀 있었다. 만약 나와 Henri의 상황이 바뀌었더라면, 나 역시도 그렇게 했을 것이었다. 그래서 너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라웠다.
‘그는 어쩌면 나와 같은 영혼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도 몰라.’
겉으로는 놀라서 웃었지만, 속으로는 너무 큰 감동을 받아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사소한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서 그가 나를 아껴주는 마음이 너무 느껴지는 사건이었다.
아침을 먹으며 우리는 뜨거운 햇볕 때문에 피부색이 탄 것을 이야기했다. 그는 손목시계를 벗어서 보여주며 그의 피부색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줬고 나는 재밌어서 그 모습을 사진을 찍었다. 그가 일하러 간 후 나는 우리가 어젯밤에 별을 구경했던 장소에 다시 갔다. 날이 밝은 데다가, 나는 길치여서 정확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곳이 우리가 방문했던 곳임을 확신하고 신나서 동영상을 찍어두었다. 미래의 어느 날 우리가 그 영상을 보면서 추억할 수 있도록.
자유 시간에 교회에서 핸드폰을 충전하며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관리자가 와서 다정한 우리를 쫓아냈다. 그곳은 창고 같은 곳이었고 아무나 올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우리가 떠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인사하고 최대한 매너 있고 우아하게 그 자리를 떴다. 점심을 먹고 같이 <침묵의 숲>에 갔다. 나는 밀려 있는 엽서를 쓰고 있었는데 그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프랑스에 와서 피부가 많이 상해있었다. 그래서 그가 나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너무나 수줍었다. 그래서 수줍다고 쳐다보지 말라고 하자 내가 너무 예쁘다고 그는 칭찬해 주었다. 반복되는 그의 “you are so pretty.”라는 말과 입맞춤은, 내가 도저히 엽서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마치 솜사탕 구름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너무 포근하고 달콤했다. 그렇게 Henri가 성경 공부를 하러 떠나야 하는 시간이 왔다. 나는 또다시 아침 출근을 하러 나가는 남편을 보내야 하지만 너무 보내기 싫어하는 새신부처럼 슬퍼졌다. 조금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너무 슬펐다. 하지만 무엇이 정말 그를 위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얻어가길 바랄 수도 있었다. 나로 인해서 그가 많은 기회를 잃는 것을 나는 원치 않았다. 그래서 그가 나한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봤을 때,
“Im not sure. which one is good for you. its your choice.”
라고 말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도 슬픈 눈을 하고 떠났다. 나는 슬퍼진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서 가방에 가지고 다니던 캔디를 찾기 시작했다. 그 캔디는 Henri를 처음 만난 날 함께 있던 다른 나라 여인이 나와 Henri에게 준 것이었다. 나는 그 사탕을 기념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일부러 먹지 않고 아껴 두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너무 그 사탕이 필요했다. 그래서 껍질만 간직하기로 결심하고 사탕을 먹었다. Henri가 주던 달콤한 말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순식간에 허전해진 내 마음을 채울 다른 달콤한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작은 캔디를 아껴 먹으며 엽서를 쓰려고 하는데 그 순간 Henri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가 잘 말해서 오늘부터 성경공부를 안 가도 되게끔 된 것이다. 나는 너무 감동적이고 기뻤다. 그를 이렇게 빨리 다시 볼 수 있다니. 그리고 그가 그런 결정을 선택하다니! 얼른 엽서를 완성하고 그가 왔을 때는 편하게 놀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쓰고 있는데 저 멀리서 그가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그가 넘어질까 봐 뛰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읽지도 않고 전속력으로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내게 키스해 주었다. 그렇게 내가 그의 눈을 바라본 순간 갑자기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생겼다.
“Do you want candy?”
그는 바로 “Yes.”라도 부드럽게 대답했고, 나는 곧이어 그에게 키스를 통해서 사탕을 전달했다. 입에서 입으로.
그는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말했다.
“its best candy ever.”
나도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충동적인 나의 행동이 나 역시도 수줍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행동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내 모습에 놀라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엽서 쓰는 것을 마무리했고, 우리는 같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유성펜과 네일아트 펜으로 서로의 복숭아뼈 부근에 서로의 이름을 문신처럼 써준 것이다. 물론 우리는 둘 다 타투를 싫어하기 때문에 문신을 새길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이 순간 서로의 이름을 남겨두고 싶은 아이 같은 순수함이 담긴 장난이었다. 하지만 그가 나의 왼쪽 발 안쪽의 복숭아뼈에 이름을 새기려는 순간 나는 너무 부끄러워졌다. 왜냐하면 프랑스에 와서 너무 험하게 다녀서 발에 상처가 많이 났고, 발이 그을렸기 때문이다. 그에게 상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손으로 가리자 그는 또 내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었다.
“Mia~ Its O.K. I tald you. I love you.”
나는 그 순간 너무 떨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빠르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도 남녀 주인공은 첫눈에 서로에게 끌린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랬었고,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도.
하지만 나는 그런 적이 인생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빠르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다. 그게 정말 사랑일까? 사랑이 대체 뭔데? 나는 그렇게 쉽게 사랑에 빠지지 않아.
예전에 누군가가 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줘도 특별한 감흥을 못 느꼈다. ‘사랑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그 감정에 대해서 궁금했고 느끼고 싶었었다. 진정한 사랑을.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우리가 첫 키스를 나누던 날 그가 그의 모국어로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내 안에서 사랑이 돋아났다. 마치 큐피드의 황금 화살을 심장에 맞은 것처럼.
그리고 그 이후 그가 내게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내 안에서 사랑이 무럭무럭 빠른 속도로 자라났다. 마치 옛날 동화책 <Jack and the Beanstalk>에 나오는 “콩나무”처럼. 순식간에 거대하게 자라나서 천국의 문을 두드릴 정도였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 수 있을까? 너무 신기하고 믿기 힘들었다.
나는 그에게 메시지로 나가서 함께 여행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숙소를 잡아서 좀 더 편하게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는 나를 위해서 이곳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버스표를 알아봐 주었고 가격은 내가 예상한 정도였다. 다만 나는 ‘4일밖에 남지 않은 우리의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는 없을까?’ 하고 속으로 고민했다. 하지만 그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그가 계속 수도원에 머물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나는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중에 든 생각인데 아마도 나의 부족한 영어 때문에 그는 제대로 이해를 못 한 것 같았다.)
우리는 그 이후로도 서로의 이름을 노트에 연습해 보기도 하고, 그는 서툴게 제 머리를 땋아 주기도 했다. 태어나서 남의 머리를 처음 땋아 본다는 그는 힘들어서 다시는 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나의 머리를 만져주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모습도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동영상으로 이 모든 과정을 남겨두었다. 그는 나의 헤어에 다섯 가지 색깔이 있다면서 신기해했다. 그는 나처럼 이런 헤어색은 본 적이 없다면서 마치 “헤이즐넛”같고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나는 표현력이 풍부한 그의 칭찬이 듣기 좋았다. 살면서 여러 종류의 칭찬을 들어봤지만, 머리색이 “헤이즐넛”같다는 표현은 너무 인상 깊어서 내 마음속 깊이 남았다. 나중에 소설을 쓰게 되면 주인공 대사로 꼭 써야지 할 정도로.
그 뒤로는 무더위가 지속됐다. 우리는 큰 나무 그늘로 자리를 옮겼지만 너무 더웠다. 그는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티셔츠를 벗었다. 나는 부끄러워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내가 시원해질 수 있도록 자신의 티셔츠로 나에게 부채질을 해주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도 종이나 악보집을 이용해서 서로에게 부채질을 해주곤 했다. 그는 기도를 하는 동안에도 눈을 감고 나에게 부채질을 해주었다. 나는 눈을 감고 있어도 덕분에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너무 낭만적이고, 행복했다. 하지만 그의 팔이 아플까 봐 멈추라고 계속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고집이 너무 세서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역시 이 숲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더울 텐데 그는 늘 내 몸 상태를 먼저 걱정해 주었다. 그의 그런 사려 깊음은 내 심장을 또 두근대게 만들었다.
우리는 저녁 식사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계속 있고 싶었지만 식사시간이 되면 숲 담당 봉사자가 와서 나가달라고 요청을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에게 미리 알려주었다. 그는 그 사실을 몰랐었기 때문에 좀 놀라는 눈치였다.
우리가 곧 <침묵의 숲>에서 쫓겨날 것을 직감하고, 나는 충동적으로 들판에 있는 흰색 꽃을 꺾어서 꽃반지를 만들었다. 처음에 만든 것은 그의 것과 나의 것이 모양이 달랐다. 그래서 최대한 비슷한 것으로 다시 만들어서 꼈다. 마침내 세 번째 도전으로 만든 반지가 제일 안전했고 모양도 똑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을 열심히 남겨두었다. 별 다른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래서 그 장면이 더 낭만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대화 없이 조용히 반지를 나눠 끼고 사진을 찍는 그 장면이 말이다.
어김없이 교회의 종소리가 울렸고 <침묵의 숲> 봉사자가 와서 숲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가 줄 것을 부탁했다. 물론 우리에게도 부탁을 했는데 우리는 마음에 드는 사진 컷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부탁했고, 그녀는 우리에게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고 떠났다. 그래서 우리는 마침내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나는 Henri가 짐정리 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그 꽃을 소중히 노트에 챙겼다. 이 낭만적이었던 첫 커플 반지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하지만 그 이후로 Henri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뭔가 화가 난 표정이었다. 나는 속으로 내가 커플반지 장난을 친 것이 무례한 행동이었을까? 하고 걱정을 시작했다. 너무 깊은 뜻은 아니었는데 나의 행동이 그에게 부담을 준 것일까? 아니면 유럽에서는 이런 장난을 싫어하나? 혼자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우리는 특별히 이날 점심은 Oyak 앞에서 우리가 체스를 뒀던 테이블 근처 테이블에서 먹었다. 신선한 물을 바로 뜰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의 표정은 계속 좋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순간은 나를 보며 웃어줬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은 짜증 난 표정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 표정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한 것일까?
곧 땅거미가 내리고, 원래 오늘 같이 마을 C에 가서 데이트를 하려고 했었으나 비가 올 것 같아서 날씨가 좋은 내일 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태도는 Henri도 나도 서로가 똑같았다. 그래서 기뻤다. 그렇지만 여전히 <침묵의 숲>을 다녀온 이후 그의 표정은 순간순간 안 좋아졌다. 나는 이때 꽃반지 장난을 친 것을 후회했다. ‘Mia... 너무 경솔한 장난이었어. 내가 왜 그랬을까? 그는 나의 장난이 너무 부담스러웠던 거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심각한 의미로 한 행동이 아니었는 걸..’ 혼자 자책하며 나는 울적해졌다. 아니면 내가 이곳에서 벗어나서 시간을 보내자고 문자를 보낸 것이 실수였을까? 그의 달라진 태도는 미스터리하게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남자에게 내가 솔직하게 물어보지 못하는 순간이.
다른 사람이었으면 ‘왜 표정이 안 좋아?’라고 물어봤을 텐데. 나는 왠지 그럴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난 이곳에 와서 처음 보는 내 모습을 계속 만나는 중이었다.
그렇게 혼자 복잡한 마음으로 우리는 Oyak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였다. 기다리면서 그는 그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모든 사진들이 다 멋지고 구도가 훌륭했다. 그가 술에 취해서 국경을 건널 뻔한 사건들 (벨기에는 18살도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놀라웠다.) 친구들 이야기 여기저기 여행한 사진들. 모두 멋졌다. 그리고 그 모든 사진들을 다 내게 보내주겠다고 했다. wifi를 이용해서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보여주며 추억들을 공유했다. 내 사진들도 보내고 싶었지만 내 핸드폰은 시그널을 잘 잡지 못해서 나중에 보내주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과거 사진들은 거의 다 지웠다. 왜냐하면 핸드폰 저장 공간이 계속 부족해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든 사진들은 한국에 있는 나의 외장하드에 백업이 돼 있었다.
처음으로 아이스크림 가게의 맨 앞줄에 선 나는 설렜다. 매번 1시간씩 기다려서 물건이나 아이스크림을 샀었는데. ‘우리가 1등이라니!!!’ 정말 기뻤다. 그때 우리 바로 뒤에 줄 서 있던 두 명의 아이들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손뼉 치기와 같은 장난을 치다가 실수로 나를 칠 뻔했다. 그 모습을 보고 Henri는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고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있게 도와주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계속해서 장난을 쳤고, 또 나를 칠 뻔했다. 그러자 Henri는 처음 듣는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hey. you twice.”
내 심장은 또 나비가 날아다녔다. 그리고 <사랑의 콩나무>는 천국의 문을 넘어 은하수까지 자라나고 있었다. 웃지 마시라 심각했으니까. 왜냐하면 종종 보이는 그의 안 좋은 표정의 원인을 알 수 없는데 내 사랑은 자꾸 커져만 갔기 때문에 나는 속으로 정말 심각했다. 하지만 나는 겉으로는 아무 걱정이 없는 아이처럼 그에게 장난을 치고 사랑스럽게 그를 쳐다보았다. 걱정이 있어도, 그가 설사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우리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으니까. 그때 하늘에 먹구름이 꼈고 나는 비가 곧 내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Henri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다가 번개가 쳤고 우리는 천둥이 언제 치는지 카운팅 하면서 우리와 천둥 사이의 거리를 쟀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잊을 수 없는 새로운 추억의 생성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1등으로 샀다. 이것은 내가 수도원에서 경험한 정말 짜릿한 경험 중 하나였다. (나는야 성격 급한 한국인) 우리가 원하는 아이스크림이 없어서 다른 것을 사긴 했지만 꽤나 성취감에 젖어서 우리 뒤로 서있는 200명의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때마침 내가 예측한 대로 비가 내렸다. 우리는 비를 맞으면서 긴 줄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신이 우리를 돕는 것 같았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우리는 안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짐을 정비하기 위해서 각자의 숙소로 잠시 가기로 했는데, 그가 대충 인사하고 휑하니 가버렸다. 나는 정말 울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사실 별 거 아닐 수 도 있지만, 별 거 아닌 게 별 거가 돼 버리는 것이 사랑이었다. 하늘은 내가 평생 동안 질문해 온 사랑에 대한 의문점을 8일 동안 집약해서 가르치려는 모양이었다. 기승전결. 희로애락. 모든 것을 말이다.
나는 최대한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고 숙소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그가 파란색 고등학교 후드티를 입고 내 방으로 찾아왔다. 색깔이 마음에 들었고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가 핸드폰으로 오래된 프랑스 영화를 재생해서 보여주며 나한테 해설을 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그리고 마침내 알았다. 왜 그의 표정이 계속 안 좋았었는지. 그는 감기에 걸렸던 것이다. 너무 더운 날씨에 숲에서 계속 나를 위해서 부채질을 했고 그래서 더위를 먹은 것 같았다.
내가 한 행동들 때문에 화가 나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가 아프다는 생각에 너무 속상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잘 것을 권했다. 하지만 고집불통인 그는 절대 가지 않았다. 때마침 내가 그를 주려고 샀던 견과류가 있었는데 그에게 먹을 것을 권했다. 그가 영화를 보는 내내 잘 먹어줬기 때문에 너무 기뻤고 부족한 비타민을 충족시킬 수 있을 거 같아서 안심했다. 물론 한국과자 빼빼로를 닮은 과자를 사 와서 키스게임을 알려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몸 안의 나쁜 바이러스들은 항상 있지만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좋은 세포들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진다. 아무래도 그동안 계속 5시간 미만의 수면시간, 12시간 이상의 활동 시간, 부족한 비타민이 원인인 것 같았다. 그는 비타민을 안 먹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영양가 있는 것을 먹이고 싶었다. 그리고 많이 웃게 해 주면 NK세포가 생성돼서 나쁜 세포들을 죽여준다고 배웠다. 그래서 그를 많이 웃겨주려고 장난을 계속 쳤다. 사실 깨끗하게 씻고 잠을 자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겠지만 그는 절대 가려고 하지 않았다. 내 방에 룸메이트들이 들어왔고 나는 눈치를 봤는데 상남자 Henri는 그녀가 독일인임을 알고 독일어로 유쾌하게 인사를 건넸다. 정말 남자 중 남자였다. 하하하. (심장 두근두근) 그러다가 또 다른 룸메이트가 왔고 그는 또 인사를 나눴다. 결국 나의 제안으로 우리는 숙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른 교회 안의 성경 공부하는 교실에 들어가서 있었는데 그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었다.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내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내가 대신 아프고 싶다.
라고 생각한 것은 내 친 남동생 이외에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나는 남동생이 두 살이었을 때부터 엄마대신 그를 돌봤었기 때문에 거의 아들처럼 그를 생각하게 됐다. 남동생은 무척이나 그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최근에는 몰래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를 챙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가족 간의 사랑이었다. 가족 이외의 타인에게 내가 이토록 애절하게 아픔을 느끼고 대신 그 아픔을 가져가고 싶었던 적은 정말 처음이었던 것이다.
가지고 있는 휴지에 찬 물을 적셔서 그의 목에 대 주었다. 휴지가 다시 미지근해지면 나는 그 행동을 반복했다. 그는 나에게 다정하다고 고맙다고 말해주었지만 나는 솔직히 별로 기쁘지 않았다. 그가 너무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아픈 줄도 모르고 바보같이 오해를 했던 나 자신이 너무 미웠다.
이때는 약을 받으러 갈 생각을 못했었다. 왜 의료반에 가서 감기약을 달라고 할 생각을 못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내가 바보 같다. 아무튼 그렇게 1시간가량을 계속 그의 몸의 열을 내리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 밖에서 저녁 예배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교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예배를 드리러 나갔다. Henri는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I have to go to church.”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최대한 부드럽게 그에게 말했다.
"hey. dont worry about that God already know that this situation."
그리고 그에게 입맞춤해주었고 그는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변수는 하나였다. 만약 봉사자들이 우리에게 와서 교회에 가라고 권했다면 나는 역시나 똑같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설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끝까지 그를 간호했을 것이다. 설사 대천사 미카엘이 와서 교회에 가라고 한다고 해도 나는 웃으면서 그 천사에게 똑같이 말할 생각이었다.
“내 사랑”이 아파하고 있는데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천사고 악마고 올 테면 오라지.’
천사고 악마고 하느님이고 다 이길 수 있는 “Mia”가 유일하게 못 이기는 사람이 바로 앞에 있었다.
Henri.
그는 이기고 싶지 않은 남자였다. 아 물론 체스는 그가 실력으로 나를 이긴 것이 확실하다. 하하. 아무튼 그를 이길 수 없는 나. 그런 내가 아무리 그에게 들어가서 쉬라고 권해도 그는 절대 숙소로 돌아가 가지 않았다. 나는 또 졌다. 우리는 교실이 문을 닫아야 해서 갈 곳을 잃었다. 밤이 깊었고 사방은 어두웠다. 비가 내리는 밤 우리는 야외 대형 천막 아래에서 계속 프랑스 영화를 봤다. 불어를 못 알아듣는 나를 위해서 그는 그 아픈 몸으로 계속 해설을 해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엄청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비 내리는 냄새, 비 내리는 소리, 긴 나무의자 위에 앉아 뒤에서 나를 끌어안아주며 해석해 주는 Henri.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낭만적이었다. 마치 만화 속 한 장면처럼 너무 달콤해서 나는 사탕을 물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너무나 좋았다.
이 날 이후 나는 비만 내리면 그날의 추억으로 빨려 들어간다. 마치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듯이. 아무런 저항 할 수 없이 그 시공간에 들어가 있다. 그날 나는 그를 간호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또 핸드폰 용량이 없어서 많은 것을 촬영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너무 선명해서 바로 어제 일어난 일 같다.
그리고 오늘 창밖에서는 비가 내린다. 한국은 장마가 시작되었다.
영화를 3분의 2 정도 보았을 때 봉사자들의 요청에 의해서 우리는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Henri는 내 간호 덕분에 본인이 다 나았다고 거짓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의 에너지가 몇 % 회복 됐는지 느낄 수 있게 됐다. 그의 에너지는 87% 정도였다. 내일 100%로 에너지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나는 함께 마을 C에 가기로 한 것을 취소할 것이라고 하자 그는 어린아이처럼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나는 금세 웃음이 나왔지만 이내 표정관리를 하고 다 낫지 않으면 절대 안 갈 것이라고 엄격하게 말했다. 그리고 다 나으면 가기로 손가락을 걸고 약속의 맹세를 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우리는 서로의 숙소로 들어갔다.
나의 입술에는 여전히 그의 입술의 느낌이 남아있었다. 잠들 때까지.
<5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