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le #3 "은하수 이불을 덮고."

by 만년산마녀

Miracle #3

2022. 08. 02. 화요일.


Taize 10일 차 : "은하수 이불을 덮고."




그는 내가 왜 울었었는지 궁금해했다. 교회에서 나는 매번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분홍색 작은 노트에 적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의 과거의 상처와 그 상처가 치유되는 이 과정들을 적다가 눈물이 났었던 것 같다. 사실 울컥했던 것을 참은 적이 너무 많아서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섬세한 Henri는 내가 숨기려고 하는 나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읽어냈고, 조심스럽게 물어보곤 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내가 무엇 때문에 상처받았는지 그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은 너무 긴 이야기였고, 지금은 그저 좋은 이야기들만 그와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늦잠이었다. 생리의 단점 중 하나는 잠이 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취감으로 살아가는 “ENTJ”에게는 치명적이다. 평소에는 커피를 먹지 않아도 밤새워 가면서 공부하거나, 놀거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주간에 들어서면 평소보다 체력이 3~4배 떨어짐을 느낀다.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아예 인간 구실을 못하게 돼 버린다. 식욕부진, 의욕 감퇴, 무기력, 늘어 가는 수면욕구와 평소에는 안 좋아하는 초콜릿이 먹고 싶어지기도 한다. 시험기간에 생리가 시작하면 모든 여자아이들이 짜증을 내곤 했다. 평소 에너지의 3배 이상을 써야지 겨우 본전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화가 났다. ‘이틀 연속 Henri를 기다리게 하다니. 이건 말도 안 돼. 그는 많이 실망했을 거야..’ 시계를 보니 8시였고, 그는 이미 교회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새벽 4시에 진통제를 먹고 잤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통증을 피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둘러서 진통제를 먹고 준비해서 교회로 달려갔다. 그는 핸드폰 충전을 할 수 있는 코드가 있는 벽 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의 센스는 하늘을 찔렀다.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는 우리는 충전이 필수였던 것이다. 숙소에는 충전기는 두 개인데 사람은 네 명이라 늘 소리 없는 충전 전쟁이 일어났다. 나는 한국공항에 내 파워뱅크를 놓고 왔기 때문에 프랑스에 와서 파워뱅크를 샀는데 충전속도가 너무 느렸다. (나는야 성격 급한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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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도착하자 막 예배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차분하게 예배를 같이 드렸다. 예배를 마치고 그는 나를 위해서 올리브가 들어간 프랑스 샴푸를 추천해 주었다. ‘뷰티’에 미쳐있는 한국이란 나라에서 왔지만. 나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꾸미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화장, 액세서리, 네일아트, 성형수술 등 모든 것에 무관심했다.



나는 왜 그랬을까?



시간을 거슬러 한국나이로 9살 무렵, 아버지는 내가 네일아트를 하면 손톱을 뽑아버린다고 했다. 귀걸이를 하면 귀를 잘라버린다고 했다. 립스틱을 칠하면 입술을 잘라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순종적으로 아버지의 말을 따랐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꾸미는 것을 포기하고 살았다. 스무 살이 되고 아버지로부터 탈출해서 자유의 몸이 됐을 때, 여러 기회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최고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화장도 네일아트도 귀걸이도 안 하고 다녔다. 그러다가 29살이 될 무렵 한 신문기사를 봤다. 그 기사에서 한국인 여자들이 여자로 태어나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자기 자신을 가꿀 때”라고 응답한 설문 결과를 읽게 됐다. 그리고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 나는 가장 기쁨을 느낄 때는 성취감을 느낄 때였는데, 그 결과는 남자들의 선택지 1위였던 것이다. 정말 여자로서 살아가는 것을 무의적으로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서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 버린 나의 20대가 가여웠다. 그래서 그때부터 약간씩 화장도 하고 네일아트도 칠해보고 했지만 큰돈을 쓴 건 아니었다. 그냥 아주 간소하게 흉내만 내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도 포기하지 못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패션이었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만큼 옷을 색과 디자인에 맞게 매칭하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나중에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옷 입는 것은 여지 것 나의 큰 유희(재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산티아고를 위해 옷을 제대로 챙겨 오지 않았다. 트레이닝복 한 벌, 잠옷 한 벌, 9천 원짜리 원피스 두 벌, 한국에서 가져온 원피스 한 벌. 이렇게 5벌로 5주를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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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추천해 주는 샴푸를 사진을 찍으면서 순식간에 이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그 샴푸의 좋은 효능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의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했고, 그가 매우 현명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의 의견에 따라서 꼭 그 샴푸를 기념품으로 사가야겠다고 결심했다.


Henri는 일을 하러 Oyak에 가고, 나는 성경팀을 찾기 위해 다른 예배에 갔다. 그때 목사님이 이곳에 와서 서로 연락처를 묻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하셔서 뜨끔했다. (하하. 주님 저를 용서하세요.) 그리고 나는 Henri와 같은 그룹에 들어가고 싶어서 이곳저곳 알아봤지만 실패했다. 이 모든 것을 나는 운명에 맡기기로 하고 숙소에 돌아와서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게 엽서를 썼다. 그리고 나의 손목시계를 찾는 전단지를 3장 정성 것 만들었다. 그 전단지는 화장실 쪽에 2개, 그리고 전체 게시판에 1개 붙여두었다. 그리고 내 10년 지기 독일친구 한 명과, 또 다른 한국 친구 한 명에게 쓴 엽서를 우체통에 보냈다. 사실 독일친구는 나를 보러 한국에 온 적도 있었다. 그는 지금 여자 친구와의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 나를 보러 올 수 없다고 했다. 괜찮았다. 지금 나는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니까. 운명은 늘 더 좋은 곳으로 나를 데려다줬다. 처음엔 ‘왜 내 뜻대로 안 되지?’ 하고 속상해하다가도, 막상 정신을 차리면 행복해서 미쳐하는 것이 인생이었다.



Henri가 일을 마치고 나를 찾아왔다. 나는 성경 공부하는 13번 방에서 남은 8장의 엽서를 쓰려던 참이었다. (총 10명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려고 10장을 샀었다.) 그는 내가 편지 쓰고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집중할 수 있도록 나가 있겠다고 했다.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방을 나서고 나서, 내 심장이 심하게 두근대기 시작했다. 살면서 이렇게 따뜻한 배려는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일을 하고 왔는데, 본인의 자유 시간이 얼마 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엽서 쓰는 시간’을 위해서 저 더운 곳에 나가 있겠다니? 말이 안 됐다.



물론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다.


하지만 이런 차원의 배려는 그 누구에게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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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밖에 있는 Henri에게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예정에 없던 선택이었다.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골라서 적었다. 우연히도 그 엽서에는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었다. 나중에 그의 집주소를 물어봐서 그에게 보낼 생각이었다. 지금 이 순간의 설렘과 고마움을 담아서 그에게 진심으로 편지를 썼다. 수도원의 우편 도장이 찍힌 엽서를 받는다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더운데 밖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을 그를 생각하니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겠는 이상한 내용을 쓰고, 나는 그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나왔다. (그 이후 나는 그의 주소를 받아서 엽서를 보냈지만, 그 편지는 분실 됐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나는 다 쓴 엽서를 사진 찍어 두었었다. 나는 그 사진을 그에게 보내주었다. 두 달이 지난 후 일어난 일이다. 사실 이 엽서는 분실된 것이 잘 된 일이었다. 그의 가족들이 엽서를 보고 곤란한 질문들을 그에게 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는 내 시계를 찾는 전단지를 봤다고 했다. 아마도 내가 Henri에게 엽서를 쓰는 동안 전체 게시판을 본 모양이었다. 나는 조금 쑥스러웠다. 그는 안내데스크에 시계를 찾으러 가보자고 했다. 나는 그의 섬세함이 무척이나 놀라웠고 또 고마웠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Lost and Found>라는 곳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곳은 저녁 8시에 다시 열린다고 지금은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따 다시 가보기로 했다.



밖에서는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고 꽤 시끄러웠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고 하니 곧 큰 축제가 있다고 했다.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다들 들뜬 분위기였다. 이따가 종교 관련 영화가 상영된다고 했다. 그 모든 것도 좋았지만, 우리는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황금 같은”쉬는 시간에 C라는 마을에 가기로 했다. 충동적인 제안이었지만 그는 “why not?”하면서 좋게 승낙해 줬다. 나는 그가 제안해 준 샴푸와 다른 생필품을 사고 싶었다. 그렇게 버스 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타임 스케줄대로 버스는 오지 않았다. 아니, 아예 올 생각을 안 했다. 우리는 프랑스의 시간관념에 대해 놀리면서 1시간을 기다렸지만 정말 버스는 안 왔다. 그래서 그냥 그가 가본 숲길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그 또한 멋진 제안이었다. 그의 그런 긍정적인 태도가 나와 같아서 속으로 놀랐다. 파란 모자를 쓴 그는 사실 그 모자를 자주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선물 받은 모자라고 했다. 나도 한국에서 이 밀짚모자를 자주 쓰진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여러 개울을 지나는 모험을 했다. 그 모험의 길은 꽤 험난했는데, 왜냐하면 내가 운동화가 아닌 잘 미끄러지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쉬는 시간에, 마트 갈 때 신으려고 가져온 싸구려 슬리퍼였다. 패션을 사랑하는 나지만, 정말 패션 테러리스트가 따로 없는 스타일링이었다.) 이끼가 많은 개울가에서 몇 번이나 내가 미끄러질 뻔했고, 그는 나를 걱정하며 계속 뒤돌아 봐줬다. 그러다가 도저히 건널 수 없을 것 같은 큰 웅덩이가 우리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는 나에게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남성 혐오증에 걸려있던 나는 예전 같았으면 남자가 내민 손은 절대 잡지 않는다. 낯선 남자의 손을 잡느니, 아마 넘어지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근데 그 순간 아무 경계심 없이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건넜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중에 나도 그런 선택을 한 나 자신이 신기했다. 그렇게 같이 탐험을 하고 해리포터 이야기와 이런저런 농담들을 하고. 작은 흔들 다리 위에서 그가 다리를 흔드는 장난을 쳐서, 나는 소리를 지르고. 10대들처럼 장난치며 우리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신기한 허허벌판을 걷다가 그가 나를 돕느라 손을 살짝 잡았는데 나는 놀라서 손을 서둘러 뺐다. 아직도 나는 무의식 속 경계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행복했던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밥을 먹으려고 줄을 서 있는데 Henri가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oh, no!!!!!!!!!! I forgot!!!!!!!!!”












내 손목시계 이야기였다. 그는 7 시인줄 알고 분실물 센터가 문을 닫는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때마침 내가 맞춰뒀던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8시였다. 그 알람은 곧 교회에 가야 된다는 알람이었지만 그는 웃으면서.


“너 시계 찾으러 가는 시간을 알람 맞춰뒀었구나?”


라며 좋아했다. 나는 사실 시계 찾는 것을 그와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까먹고 있었다. 내계 소중한 물건임을 알고 나를 도와주려고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부끄러워서 겉으로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시계를 찾으러 시간을 맞춰둔 것이 맞다고 둘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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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는 나를 안 좋아하는 여자가 있던 것이다.( : 싫어한다기보다, 내가 9시에 온 첫째 날 “What should I do for you”를 “What can I do for you?”로 잘 못 말했고 그녀는 굉장히 그것을 불쾌해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여자 안내원이 나의 영어 수준을 이해하고 잘 알려주었다. 훗날 나는 수도원을 떠나면서 그 두 여인을 우연히 마주쳤고 그날의 일에 대해서 사과했는데, 그것은 나의 실수가 아니고 그들의 실수라면서 너그럽게 이해해 주었다. 심지어 나를 싫어했다고 생각했던 그 여인은 내 노란색 드레스가 나와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녀도 수도원에서 일이 많아서 지쳤을 것이다. 우리 셋은 나의 제안으로 웃으면서 마지막 사진을 같이 찍고 인사했다.)



아무튼 그날의 담당자가 그녀인 것을 보고 나는 약간 겁을 먹었다. 솔직히 말해서 혼자 있었으면 그녀와 마주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을 Henri한테 만큼은 보여주기 싫었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 순간 나는 그것이 싫었다. 내가 걱정하는 태도로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나중에 오자고 하자,


“hey, we didn't try anything.”


이라며 다시 <lost and found>에 갔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은 정말 내가 한국에서 하는 말과 행동과 너무 똑같았다. 그래서 마치 이것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난 기분이었다. 이상하면서도 반가웠다.


‘그래. 원래 Mia는 이런 모습이지 않아. 그냥 가서 부딪혀보자.’


그리고 막상 그 상황이 처했을 때 서투른 나의 영어가 그녀를 또 화나게 하려던 찰나, Henri가 능숙한 프랑스어로 이 모든 상황을 설명했고. 그녀는 짐짓 당황하더니, 내가 시계와 선글라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확인한 후. 물건을 찾으러 들어갔다. 사실 이 순간까지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다. 그저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Henri가 멋있어 보였을 뿐. ‘나도 프랑스어를 공부해야지. 물론 그전에 영어 공부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Is this yours?”





맞았다. 정확하게 그건 내 손목시계가 맞았다. 그녀가 몇 시에 접수됐는지 적힌 종이를 찢어버려서 나는 내 공고문을 통해서 그 시계가 들어온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행운에 나는 너무 기뻤다. 그리고 그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 10대 소녀가 가장 받고 싶었던 생일선물을 받은 것처럼 나는 방방 뛰었다. 몇 번이나 넘어질 뻔 하자 Henri는 같이 웃으면서 조심하라고 내게 주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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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o happy!!!!!!!!"

"Yeah, you look like it, like fall in love."


사랑이라는 단어를 듣고 심장이 또 두근댔다. 혹시나 내 심장소리가 그한테 들리지 않을까 그를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은 우리는 Crepe를 사 먹기 위해서 Oyak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줄이 엄청 길었고 거의 40~50분가량을 기다렸다. 우리 앞에 쪽에는 흰색 원피스를 입은 예쁜 여자들이 있었다. 나중에 우리는 그들이 스웨덴에서 온 학생들인 것을 알았다. 그녀 중 한 명은 나에게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됐는지 물었다. 나의 소설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들은 정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Yeah, I know. I'm crazy."



라는 나의 말은 모두를 웃게 했고, 곧이어 내게 이곳에 온 이유를 물었던 여자가 내가 수도원에서 어떤 직업을 갖고 있냐고 물었다. 내가 어떻게 말할까 망설이던 찰나. Henri가 재빠르게 “뱀으로 만든 술”에 관해서 내게 질문하면서 앞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 덕분에 나는 곤란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는 모른 척했지만 어쨌든 나를 구해주기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또 심장이 두근댔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순서가 거의 다 왔을 때 바로 우리 앞의 사람들이 10개의 Crepe를 주문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Henri는 특유의 사교성과 순발력을 이용해 그에게 우리는 Crepe 두 개만 주문하면 된다며, 주문 순서를 바꿔 줄 것을 제안했다. 정말 영리한 제안이었다. 그들은 잠시 멈칫하다가 부탁을 들어줬고. 우리는 코앞에서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를 막았다. (이제 더 이상 내 심장의 두근거림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당신은 이미 예상했을 것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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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중일 때는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난다. 그래서 되도록 육식과 채식 혹은 한국 전통 음식 위주로 먹는다. 그래서 나는 Crepe를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Henri가 재치 있게 사준 것이기 때문에, 이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을 기억해 두고 싶어서 조금 먹었다. 그리고 이미 본인 Crepe를 다 먹은 Henri에게 나의 Crepe를 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일회용 접시로 조심스럽게 접어서 Henri에게 먹여 주었다.



먹여 주었다.

.................

내가 남자한테 음식을 먹여줬다?

도대체 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내 친구들이 만약 이 장면을 봤었더라면 충격받아서 아무 말도 못 했을 것이다.




‘Mia, What happens to your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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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너무 많은 반함 포인트가 있었다. 그냥 이 사람은 성별이 다른 “나”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얼마 안 남은 시간 동안(이번주 일요일이면 우리는 각자 다른 나라로 가야 하기에) 잘해주고 싶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내 진심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싶었다.


나는 참으로 영화 같은 이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생일선물로 주겠다는 농담을 하면서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그것을 핑계로 그의 생일을 알아냈다. 내 최종 목적은 그것이 더 컸다. 그는 수줍은 표정으로 아기새가 어미새가 물어온 먹이를 받아먹듯이 Crepe를 받아먹었다. 나는 그 와중에도 속으로 다가오는 그의 생일에 행복한 서프라이즈를 해주는 상상을 했다.



그렇게 Crepe 사건이 있고. 나는 문득 그가 나와 시간을 보내느라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졌다. 그리고 어쩌면 그는 그의 또래 여자들과 더 어울리고 싶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새로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아?라고 물었지만 그는 축구를 같이 하려 했지만 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내 속마음을 1%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하하.


그렇게 숙소로 돌아가던 중에 나는 한국 여자“은경”이 소개해줘서 갔던 별이 보이는 벌판이 생각났다. 밤 11시 여러 고민이 많던 내게 “은경”이 말했다.


“Mia, 너 별똥별이 떨어지는 곳 가봤어?”

“아니요. 어딘데요?”

“아직도 안 가봤어? 따라와 봐.”



그렇게 그녀를 따라서 가는데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핸드폰 플래시로도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한 곳이었다. 나는 시력이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별빛들과 은하수가 보였다. 나는 천문학 동호회를 가입해서 별 사진을 찍으러 5시간 동안 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갈 정도로 별을 좋아했다. 비싼 천문학 장비를 산건 아니지만 그 동호회에서 나는 3년째 활동 중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어렸을 때 아버지나 할머니로부터 심한 꾸중을 받고 밖에 쫓겨나서 혼자 울고 있다가 하늘을 별이나 달을 보고 소원을 빌곤 했었다.




‘Why am I so unhappy? I just want normal life.’




“은경”과 별을 보는데 우리는 둘 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새벽에다 우리 둘 다 막 씻고 나와서 머리가 젖어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추웠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조용히 별을 바라봤다. “은경”은 나의 작은 아픔들을 알고 있었고, 별을 보여주면서 위로해 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이 느껴져서 위로가 됐다.



“은경, 우리 소원 빌어요.”

“소원?”

“네, 별보고 소원 빌어요. 저 어린 시절에 빈 소원들 다 이뤄졌어요.”

“하하하하하. 너 진짜 귀엽다. 그래. 그러자.”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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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가는 데 그날 일이 떠올랐다. 이대로 숙소에 가서 잠들기에는 너무 아쉬운 밤이었다. 그래서 나는 Henri에게 별 보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사실은 그냥 잠깐 보고 올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모포도 챙기고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그렇게 도착한 필드는 금세 어둠이 찾아왔고, 멀리서 사람들이 사진 찍는 소리, 노래 부르는 소리, 대화 나누는 소리들과 함께 어우러져 영화 같은 장면들을 연출했다.


Henri를 만나기 전 일어났던 여러 사건들이 떠올랐다. 혼자 이곳에 와서 그림을 그리던 순간들. 괴로워하고 악몽 꾸던 순간들. 그렇지만 나는 지금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별똥별이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별똥별이 떨어지기 전에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빨리 별이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13살 때 나의 소원 목록 리스트를 적어뒀다. 혹시나 우연히 별똥별을 보면 번호로 소원을 부르기 위해서였다. 근데 나중에 그 리스트가 사라져서 나는 내가 무슨 소원을 빌었었는지 알 수가 없게 됐다. 어쨌든 지금 나는 행복했고 또 별똥별을 보면 무슨 소원을 빌까 고민하고 있었다.


Henri도 여러 별자리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나를 즐겁게 해 줬다. 우리는 5번 정도 별똥별을 만났는데 문제는 내가 눈이 나빠서 한 개 정도 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안 보여도 속으로 계속 소원을 빌었다. 어느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둠이 내려왔다. 말이 없어진 그가 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수줍어서 나는 그를 바라볼 수 없었다. 심장소리가 너무 커져서 그에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는데..

그가 마침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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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I Kiss you?”












3초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다.


첫 번째 든 생각은 그동안 나한테 묻지도 않고 술에 취해서 무례하게 강제로 키스를 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 그 불쾌한 경험은 오랜 기간 동안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그들은 심지어 나의 연인도 아니었고 그저 나를 성적대상으로 봤을 뿐이었다. 그들이 술에 취해서 내게 저지른 실수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두 번째 든 생각은 이토록 자상하고 배려심이 깊을 수가 있다니! 나는 이런 젠틀맨은 만나 본 적이 없다. 오늘 하루 종일 내가 계속 느끼는 감정이었다.


마지막 든 생각은 나는 이 순간을 놓친다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라는 것이다. 나는 이미 이 남자에게 반해있었고. 수없이 두근거린 심장소리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연인도 아닌데 키스를 할 수 있는가? 이것은 그저 충동적인 외국인의 장난은 아닐까 복잡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여태껏 “별똥별”을 향해 빈 소원이 무엇인지 떠올랐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3초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It was a moment when a shooting star honestly granted my wish.








그 순간들은 잠시 뿐이었을 테지만, 우리는 마치 서로 알고 지낸 지 1000년도 더 된 것처럼 서로를 알아갔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전했다. 왜 이제야 서로의 인생에 나타나게 된 것일까?







수많은 행성

수많은 나라

수많은 장소

수많은 계절

수많은 년도

수많은 날짜

수많은 순간






그 많고 많은 가능성 속 희박함을 뚫고 은하수 아래 우리는 서로를 느꼈다. 순수한 이 두 남녀의 첫 키스는, 어떤 미래를 가져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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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안전요원 봉사자들에 의해서 우리는 숙소로 돌려보내졌다. 그는 어김없이 본인의 물병을 내게 두고 가는 실수를 저질렀고. 나를 또 웃게 만들었다.



나는 공용샤워장에 갔는데 누군가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Taize의 005번 찬송가를 불렀다. 너무 잘 불렀다. 그리고 그 가사는 떠나는 사람을 축복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벌써부터 Henri와의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 슬펐기 때문이다. 울 것 같다는 나의 메시지에 그는 제발 울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1시간이나 걸리는 나의 샤워시간을 기다려 주었다. 욕실을 나서자 그가 서있었고, 나는 그가 기다릴 줄 몰랐었기 때문에 많이 놀랐고, 또 내 모습이 안 예뻐서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부끄럽다고 말하자 너무 예쁘다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






(심장 두근거림)







숙소에 돌아와서도 우리는 계속 DM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떼제는 가족이어도 철저하게 성별에 따라 숙소가 분리 돼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그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아무에게나 털어놓지 않는데 나와 함께 있으면 특별하고 편안함을 느껴서 말한 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의 떨리는 고백들 앞에 나는 “내 생각에는.. 넌 사랑에 빠진 것 같아.”라고 말했고.


그러자 그 순간, 그는 정말 멋있게 바로 인정했다. 평범하고 비겁한 다른 10대들과는 달랐다. 그는 진정한 상남자였다.



"I admit that yes. I have completely fell in love for you."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혹시나 잘못이해 할까 봐, 몇 번이나 번역을 해봤다. 그리고 내가 이해한 뜻이 맞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나도 이제는 완전히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3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