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종교와 신앙의 미묘한 차이

by 연꽃부용


글별이는 삶과 죽음, 천국과 지옥에 관한 개념 때문에 여덟살이 되도록 늘 잠들기 전 슬프다

학교 유치원 선생님도 교인

단 한명 있는 친구도 교회...


그들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매일

교회 안 다니면 지옥간다...는 소리뿐


나의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돌아기시기 전부터 청년시절을 주하나님께 의지했다

그것은 나의 죽은 아버지를 대신하는 신앙의 힘으로

과수댁 딸로, 편모의 부족한 가정 환경에서

나를 지탱시키는 신앙이었기 때문이지...천국과 지옥 때문이 아니었다


모든 신앙의 힘은 자기 자신에게서 출발해

결국 자기 자신에게서 둥지를 튼다


열심히 하나님을 믿고 열심히 교회를 다닌다고

누구는 천국으로 누구는 지옥으로 가지 않는다


중고등부 때

주일마다 교회에 가 성가대에서 복음성가를 불렀다

학생부 회장을 맡아 찬양을 인도하고 율동을 했다

그것은 나의 양심을 굳건히 지키는 방편이었고

하나님은 바른길을 선택하는 나를 지켜보는

또 다른 나의 눈과 같았다


어느 날..고등부 선배들의 무분별한 연애와 유흥들을 목격하고 나는 속으로 외쳤다


하나님이 저러지 말랬는데...지옥갈 텐데...



그날밤 난 꿈 하나를 꾸었다


교회 모든 신도들이 다 나오는 꿈

무리는 일렬로 서서 어딘가로 향했다

두 갈래길로 나뉘는 로비를 지나 수십 개의 문들 앞에 섰다

두 갈래 길은 사람들이 말하는 천국과 지옥

나머지 문들은 그 안에서 또 천국과 지옥으로 갈리는 문들


신기한 건...

그간 교회 다니는 동안 내 눈으로 보며 누군 믿음이 신실하고 누군 대충이고 누군 영 아니고 하며 마음으로 분별해 놓은 통계가 전혀 맞지 않았다


믿음 있다 믿던 사람은 지옥으로

대충 다닌다 싶어 별루라 생각한 사람은 천국으로....

새카만 통로와 빛의 통로로 제각각 흘러들어 가는 모습들... 장로 집사 권사 목사 가릴 것 없이

모두 한가지 옷차림으로... 갈 길이 정해졌다


나는 물었다


왜 이렇게 가죠? 저분은.... 저 애는... 그쪽보다 이쪽이...


그때 음성 한자락이 들려왔다


사람은 사람의 일만 하면 된다

너의 마음에서 이는 분별과 판단은 신의 영역이다

사람은 사람의 일만 해라

죽음 이후의 일은 신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나는 화들짝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기도했다


신들의 눈에 들기위한 삶은 사람의 삶이 아니다

사람의 노릇, 도리, 역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신은 어버이와 같아 너무나 공평하다


차별하지 않는다...


지옥도 천국도 사람 사는 자리 안에 있고

사람 사는 자리 안에서 멸한다


나는... 종교의 틀에 갇혀 사람 모으기에 온 삶을 거는 집단에 화가 날 때가 많다


이 시대 종교 지도자들은 입으로만 천국 지옥을 말하는 자손들을 너무 많이 퍼뜨리고 있는 듯하다


왜 그들은 사람으로 나서 천국에 살지 못하고

죽어서 기필코 천국 입성을 위한 삶만 갈망하는가



나는 말했다


글별아,

천국은 하나님을 믿으면 가고 지옥은 안 믿으면 가는 곳이 아냐


사람은 하나님을 믿든 믿지 않든 선하고 바르게

양심에 어긋남 없이 살기 위해 애쓰는 거야


그게 저 하늘이, 하나님이 기준으로 삼는 거야...


본이 될 수 없다면...묵묵히 침묵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본보이게 되는 법이다


몇 천년 동안 반복되는 성인들에 대한 논란이

내 삶의 무엇을 성장시키고 발전시켰는지만 봐도

무엇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든 게 다 한 개인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간혹 억지스러운 말들에 현혹된 이들을 보자면

집단 빙의자들 같다

제자리에서만 위아래로 열심히 뛰면서 앞으로 달리자 말하는... 한 걸음 딛어 걷지도 않은 채!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융합하지 못하고

지옥처럼 보내면서도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 말씀만 전한다


집안의 불화를 하나님이 원하는 건 아닐 텐데


그런 그들은 정작 천국이어야 할 곳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는 자각은 하지 못한 채

천국에 사는 사람들 삶 속에 지옥의 부스러기를 던져넣으려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억지로 되는 건 없다는 걸

천지의 이치가 그러하면

결국 유주무주만허공도 그런 한 것인데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내 삶의 순간순간을 베틀처럼 짜고 있다


사람은 그냥 사람 구실이나 하면 된다


그게 아니면

신이 되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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