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작사
함께 머문다는 일에 대하여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무언가를 꺾으려 하기보다는,
애써 붙잡으려는 몸짓 같았다.
그 바람에,
나는 뜻도 없이 마음이 기울었다.
내 안에 무너지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도 같다.
혹시 네가,
이 글을 읽을 무렵에도
그 바람이 여전히 저 창밖 어딘가를 맴돈다면
그건,
내가 본 것들을
너도 보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르겠다.
창가에 남겨진 체온,
베개 위 눌린 책등의 흔적,
말없이 덮인 책갈피 하나에도
나는 나의 마음을 접어두었다.
시간은 엇갈렸지만
너와 내가
한 자리에 머문 적이 있다면,
같은 꿈을 꾼 셈이 아닐까.
서로를 바라본 적은 없어도
그 공간을
한 번씩은 통과했다면,
그게 곧,
같은 계절을 살아낸 일이다.
함께 있다는 건
손을 맞잡는 일도,
미래를 묻는 일도 아니었다.
그저,
먼지가 앉은 책상 위
네 손등의 그림자가
내 것이었기를 바라는 일.
같은 자리에
다녀간 적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머문 곳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닿았다고
말해도 되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닿음만으로도
세상의 수많은 연인들처럼
서툴지만
행복했던 거라고.
나는,
그렇게 믿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