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작사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너는 걷고 있었고
나는 멈춰 서 있었다
같은 비를 맞았지만
다른 계절처럼 젖어갔지
말을 아끼는 사이
너는 이미 멀어졌고
나는 아직
첫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였다
사랑이 식는 건
별이 다 떨어지고 난 뒤에야 가능한 일
우리가 잊히는 건
달빛 없는 밤보다 더 느린 일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아
그래서 더 오래, 아파
시간은 잘도 흘렀지만
넌 내 안에 머물러
가장 따뜻했던 날의 온도로
변하지 않은 채 살아 있다
햇살, 물소리, 너의 이름
어느 하나 흐릿해지지 않아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멈춰 있을수록
기억이 마르는 건
바람이 멈추는 날보다 어려운 일
우리가 멀어지는 건
지구가 멈추는 것만큼 드문 일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아
그래서 더 조용히 무너져
만약 언젠가
달이 낮에만 뜨게 된다면
별이 아예 사라진 밤이 온다면
그때쯤엔 나도
조금 덜 사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바다는
모래알로 바뀌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너라는 물결 안에서 살아
그런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사랑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말 없이 남는 것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