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가, 존재하게 되는가
어느 날, 도시의 중심 광장에서 두 개의 길이 열렸다. 하나는 거대한 구조물들이 질서 정연하게 배치된 도시,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개개인의 개성이 넘쳐나는 거리였다. 사람들은 이 두 길 앞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도시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획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사고방식, 행동 패턴까지도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의해 조정되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고하고, 주어진 규칙과 시스템을 따르는 것이 곧 존재하는 것이라 여겨졌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구조 속에서 존재할 뿐이다.”
도시의 관리자는 말했다.
“너희가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도 이미 정해져 있다. 인간이 자신을 정의한다고 착각할 뿐, 우리는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 존재다.”
거리 곳곳에는 기호와 상징이 존재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 의사소통했다.
“우리는 언어로 사고하고, 그 언어는 사회의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다.”
어떤 이는 외쳤다.
“인간의 행동은 결국 우리가 속한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이곳은 레비스트로스와 소쉬르의 도시였다.
구조는 모든 것을 지배하며, 개인은 시스템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무질서하고 예측 불가능한 도시였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었으며, 어떤 이는 화가가 되어 거리의 벽을 채웠고, 어떤 이는 음악가가 되어 광장에서 연주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이 곧 존재하는 것이라 여겨졌다.
“우리는 시스템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행동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광장에서 연설하던 한 철학자가 외쳤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스스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이는 도시의 한 편에서 술을 마시며 말했다.
“삶은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곳은 사르트르와 카뮈의 거리였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어떤 존재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광장의 사람들은 두 길 앞에서 갈등했다. 구조 속에서 안정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의미를 창조하며 살아갈 것인가?
나는 두 도시를 바라보았다.
하나는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이 미리 정해진 듯한 곳,
또 다른 하나는 혼란스러우나 선택이 자유로운 곳.
나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