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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스 Jul 21. 2024

산책. 마라톤. 시간. 속도

5분 단상


인생..


처음에는 잠깐 걸으면서 즐기는 산책인 줄 알았는데

막상 걷고 보니 미처 준비가 안된 채 달려야 하는 마라톤으로 바뀌는 것이 인생이다.   / 맥그레이스


어제 점심 무렵 옛 동네를 찾았다.

아이들과 토요일 이맘때 즈음이면 산책하며 자전거도 태우고 했던 곳이다. 맘만 먹으면 탄천으로 연결되는 언더패스를 따라 내려가 마라톤 같은 긴 산책을 나서기도 했다.


혼자 아이들과 어릴 적 시간을 보낸 동네를 찾아갔다. 단지 사이 작은 공원길이다. 서있는 뒤로는 탄천으로 연결되는 언더패스가 있다. 저 중년의 부부도 그곳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



그때의 시간과 지금. 그 두께가 점점 커진다.


다시 인생을 생각해 보니

산책이었다가 마라톤으로 바뀌고, 달리다 뒤돌아보면 시간의 두께가 나를 그때의 그곳에서 점점 멀리 밀어내는 것을 본다.


그제 밤 이미 고인되신 어느 목사님의 설교 영상 일부에서 맥그레이스의 글을 보았다. 다음날은 의도치 않게 오래전 살던 곳의 산책길을 찾으면서 많은 것들이 겹친다.


SNS에 사진과 짧은 글을 몇 자 적을 땐 언제부턴가 음악 링크도 걸어놓는다.


바흐의 시칠리아노.

임윤찬보다는 랑랑이, 랑랑보다는 타티야나 니콜라예바의 연주가 와닿는다. 왜 그런지 나도 몰라 이들의 시칠리아노 연주를 반복해서 들었다.


속도 때문인 것 같다. 산책과 마라톤 그리고 시간이 지배하는 최근 며칠은 그렇다. 내게 교집합 같은 무언가가.. 아니면 모든 것의 공통분모 같은 것이 있다면 갈수록 두텁게 느껴지는 시간과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지 가늠하는 속도가 될 것 같다.


결국 내가 나의 속도, 움직이는 것들의 완급을 바꾸어가면, 산책이었다가 마라톤이 되고 마라톤이었다가 멈춰 서기도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돌아보면 두텁게 느껴지는 지난날과의 시간 간극 또한 그때그때 달리 느끼게 될 것 같다. 그 느낌은 의도치 않게 마라톤을 뛰고 있는 것이 되었지만 산책이 마라톤이 되고 마라톤이 산책처럼 느껴지게 하는 촉매 같은 것이 될 것 같다.


기대하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타티야나 니콜라예바의 바흐 연주곡 앨범 자켓. 1982. 니콜라예바를 잘 모른다. 오늘 바흐의 시칠리아노를 찾아듣다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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