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바퀴로 걷는 염소 조이
아이들과 그림책을 많이 읽는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조금 더 알 수 있는 수업을 진행 중이다. 장애이해교육을 위한 그림책 중에 ‘세 바퀴로 걷는 염소 조이’를 읽게 되었다.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왜 내가 누군가를 도와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전에 점심시간에 친구가 다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은 적이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주변 어른에게 알려요.’’, ‘’ 괜찮니? 하고 물어봐요.’’,’’보건실에 같이 가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한 아이가 ‘’ 점심시간에 축구하러 가야 해서 바쁜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아이는 점심시간에 밥을 빨리 먹고 축구하러 나가기도 너무 바쁜데 친구를 위해 보건실에 같이 가거나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친구도 혼자 걸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물론 심각하게 다친 것이 아니라면 혼자 걸어서 보건실에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친구를 위해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쓸 수 없다는 그 아이의 말에 마음 한켠이 씁쓸해졌다.
이번에 읽은 ‘세 바퀴로 걷는 염소 조이’는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아픈 염소였다. 목동은 이 염소를 품에 안고 다녔다. 평소에는 밝은 염소인 조이였으나 친구들이 춤을 추며 뛰어놀 때면 자신도 친구들과 함께 푸른 들판을 뛰어다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조이를 보며 목동은 마음이 쓰인다.
나는 여기까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그리고 목동이 조이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 같은지 물었다.
로봇다리, 힘내라는 말, 용기 등을 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만약 휠체어를 선물해준다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묻자, 조아기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말한 친구도 있고 산에서 엄청 빠르게 내려올 것 같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럼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을 어떨지 물었다. 아이들이 뿌듯할 것 같다, 기분이 좋을 것 같다, 같이 뛰어다닐 거다 등을 말했다.
실제로 목동은 조이에게 세 바퀴 자전거를 선물로 주었다. 그 후로 조이는 원하는 곳에 혼자 갈 수 있고 다른 염소들의 엄마가 되었다.
‘’ 세 바퀴 자전거를 타고 가기 힘든 곳이 있다면 어디일까요?”하고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은 고민하더니 오르막길, 내리막길, 산길, 돌이 많은 곳, 계단, 높은 곳, 미끄러운 곳 등을 이야기했다. “혹시 조이와 같은 상황의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까요?”라고 물으니 “네”하고 대답하는 아이도 있고 “요즘은 계단을 오를 수 있는 휠체어도 있어요.” 혹은 “산을 탈 수 있는 자전거가 있어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버스를 올라갈 때는 어떤지 물었더니 “요즘은 버스도 계단을 오르지 않고 탈 수 있는 것도 있어요.”라고 대답하기에 “그럼 모든 노선의 버스를 휠체어로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나요?”하고 물으니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리 학교는 2층인데 내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조이가 다니기 힘든 곳이 많아요. 다행히도 우리 학교는 조이가 계단 없이도 들어올 수 있는 문이 있죠.”라고 말하니 한 학생이 “그런데 2층은 못 가요. 1층은 들어올 수 있지만 2층을 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해요.”라고 말해 놀랐다.
‘만약 우리 중에 누군가 나중에 버스를 만들거나 건물을 짓거나 아니면 어떤 일을 할 때, 당연하게 생각하는 어떤 일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진심이다. 어리지만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 중 한 명이라도 이러한 것을 느끼고 미래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사실 나에게 점심시간에 축구를 해야 해서 바쁘다는 그 친구는 포스트잇에 조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을 쓰는 것도 힘들어했다. 같이 “힘내”라고 말하자고 말한 뒤 겨우 썼을 뿐이다. 이런 수업 한두 번으로 아이들의 마음이 갑자기 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것들이 쌓여 언젠가는 그 아이도 먼저 스스럼없이 누군가를 향해 손길을 내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