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 중 1명에게 카톡을 한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이제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래도 모쏠인 나에 비해서는 나보다 조금 더 많이 알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 아닌 기대를 하면서... 놀랍게도 카톡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곧장 답이 왔다. 평소에는 이렇게 빨리하던 애가 아니었는데 아주 신기한가 보다. 평소에나 이렇게 하지
썩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단 말은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그러고 보니 동아리 때 한번 봤던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생각으로 선배들이 주는 술을 그렇게 넙죽넙죽 먹었는지... 거의 한 달 전의 이야기인데 덕분에 아직도 그 여파가 지속되어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일단 해봐야겠다고 굳은 마음을 먹고 수업이 시작하기 20분 전부터 가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순간이 너무 길었다.
10분쯤 뒤, 그 아이가 들어왔다.
마침 혼자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친구들이 같이 들어왔다. 혼자였다면 좋았을 텐데... 괜찮아 괜찮다... 할 수 있다!는 개뿔, 뭘 할 수 있냐... 하필 친구들 사이에 껴앉아가지고 말도 못 건다.
이런... 포기하고 물이나 마시러 가야지. 엄마한테 잔뜩 혼났지만 내심 불만이 있는 아이처럼 풀이 죽었지만 불만스러운 상황에 물을 두어 번 털어먹고 돌아오는 길 그 아이가 보인다. 어두컴컴하고 우울한 발라드의 배경음악이 바뀐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안에서 경쾌한 발걸음과 환한 미소를 갖고 말을 건넨다.
'잘 들어갔니?'
'어어! 고마워 우산 씌워줘서'
'에이 뭘 그런 걸로~ 고마우면 인스타 아이디 교환할래?'
'어어? 여기'
'dm 할게! 수업 잘 들어!'
아주 경쾌한 발걸음을 유지한 채 강의실에 다시 와 자리에 앉았지만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은 주체가 안되고 있었다. 옆 사람까지 들릴 것 같은, 큰 북의 미친듯한 비트와 함께 아마도 빨개졌을 얼굴을 숨기기 위해 잠시 엎드려 있는다. 분명히 인사만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인스타그램 아이디까지 알게 되었다. 정말 미쳤어? 나 자신 너무 잘했다. 와 말이 안 된다 이건 하늘이 준 운명의 실이 내려온 것과 다름이 없다. 됐다. 근 한 달간 나의 모든 행동 중에 잘했던 행동 top3 안에 들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