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구리즘 Sep 28. 2023

음식의 소중함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출근길 달달한 아이스커피로 힐링을 책임지던 카페를 오늘은 못 본 듯 지나쳤다. 지나쳐야만 했다.


​요 근래 한 달 동안 유산균과 비타민을 꼭꼭 챙겨 먹으니 체력이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간간히 들었다.

​금요일인 오늘 컨디션이 안 좋더니

미열도 있고 배도 쑤시고 덕분에 입맛도 뚝 떨어졌다.

불금에는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며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매주 나와의 저녁 약속이 있는데

아쉽게 지키지 못하고 씻고 잠이나 푹 잤다.

토요일이다.

컨디션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하며 일찍 일어나서 책도 읽고 청소도 하고 카페에서 블로그도 썼다.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

‘아 내 몸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는 10분 동안 몸이 물먹은 솜 같았다.

다 내팽개치고 누워야겠다는 생각뿐

토요일 일정을 아무것도 못하고 내내 누워만 있었다.

일요일이다.

눈을 뜨니 몸에 힘이 없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억울하게 화장실은 전보다 5배는 더 많이 간다.

오래 누워있어서 허리는 더럽게 뻐근하고 …

오늘도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플 동안

제일 억울한 거, 제일 생각나는 건 음식이었다.

시원하고 달달한 커피를 못 마시는 것도,

매운 주꾸미볶음을 못 먹는 것도,

바삭한 치킨을 못 먹는 것도.


3일 첫 끼니를

고작 죽으로 깨작대며 먹고 있는 게 서러웠고

이걸 제일 서럽게 여기는 게 웃겼다.


​새삼 내가 이렇게 먹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는지를,

얼마나 매 끼니를 맛있고 알차게 먹고 있었는지를 돌아본다.

내가 여태껏 먹었던 자극적인 음식들과

잘 받아준 위와 장에게 정말 고맙다.


출근할 때 사가던 아이스커피

어느 음식에나 자연스럽게 넣어먹던 땡초

모든 일상이 소중하다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한 번씩 삐끗해 봐야 저리게 느끼니

인간은 참 간사하다. ​


먹고 싶은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는 자유도 정말 값진 것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제일 침 흘리며 봤던 갤러리의 사진…






작가의 이전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