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 재봉틀
가정용 재봉틀로 끝일 줄 알았던 나의 재봉틀 세계는 어쩌면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정용 재봉틀만으로 만족했으면 좋으련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런 면에서 매우 충실한 사람이었을 뿐이고…… 가정용 재봉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2%의 무언가는 결국 공업용 재봉틀을 만나서야 채워졌다. 공업용재봉틀 이라고 하면 보통 공장에서 쓰는 것이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봉틀러라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언제쯤 나는 공업용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 하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이니 말이다.
공업용 재봉틀을 만나다
사실 공업용 재봉틀은 ‘언젠가는 사야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가격도 비싸고, 놓으려면 자리도 마련해야하고, 이사할 때 가정용은 박스에 넣어 간편하게 이동 가능하지만 공업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늘 ‘마음속에 저장’모드로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친정엄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취미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엄마는 기타를 오랫동안 치셨고, 그래서 집에 기타를 몇 대 보유중이시다. 아빠 몰래 자꾸만 더 좋은 걸로 업그레이드 하고 계시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는 공업용 재봉틀을 살 거라고 지나가듯 말했는데, 엄마가 다음 번 만남에서 내게 봉투 하나를 쥐어 주셨다.
“엄마가 네 마음을 잘 알지. 엄마도 자꾸만 기타가 사고 싶거든. 이 돈 보태서 미루지 말고 공업용 재봉틀 하나 사렴.”
정말 눈물이 날 뻔 했다. 내 마음을 잘 알고 내 꿈을 지지해주는 건 역시 엄마뿐이구나, 라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돈을 손에 들고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 사도되는 걸까? 어디다 놓지? 사면 막상 잘 쓰려나?’
결정 장애를 겪고 있는 나를 이끈 건 남편이었다. 뭘 그리 고민 하냐며, 일단 사라고, 사고 나서 생각라고 하며 어디로 사러 가면 되냐고 했다. 결정은 못했지만 정보 검색은 해놨었기에 온 가족이 출동하여 드디어 꿈에 그리던 공업용 재봉틀과 만나게 되었다. 몇 가지를 직접 밟아보고 가격과 맞추어 결정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배송 된 공업용 재봉틀! 실 끼우기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서툴지만 천천히 밟아보며 내 재봉틀 인생의 제 2막도 시작되었다.
공업용 오버록과 삼봉, 그 심오한 세계 속으로
공업용 재봉틀은 다른 이름으로는 공업용 본봉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아이는 그저 일자박기만 가능하다. 가정용 재봉틀처럼 다양한 스티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춧구멍 기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도와 힘 때문에 봉틀러들이 탐을 내는 것이다. 본봉은 가졌으니, 또 다른 욕심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욕심은 오버록 재봉틀. 이미 가정용 오버록은 가지고 있었지만, 경운기 같은 소음과 진동에 살짝 지쳐가고 있었다. 본봉을 살 때 마음속으로 ‘다음번은 오버록 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병이 조금 더 빨리 진행되었다. 당시 국비교육으로 문화센터에서 공업용 본봉, 오버록, 삼봉을 다루다보니 하루라도 빨리 사고 싶어진 것이다. 몰랐을 때는 새것을 사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당장 살 돈이 부족했지만 중고로 눈을 돌리니 살만 한 돈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바로 실행했을 뿐이고……이렇게 해서 오버록 재봉틀이 본봉에 이어 우리 집으로 입성하게 되었다. 중고라도 속도나 힘은 어디 가지 않는다. 아,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나의 오버록 재봉틀!
하지만 공업용 재봉틀 병은 여기서 끝이 나지 않았다. 아는 게 병이라고, 티셔츠를 만들고 수선을 하면서 ‘삼봉도 필요해’라는 합리화가 시작되었다. 어차피 집도 거의 공장화 되어 가는데, 삼봉까지 갖추면 완벽하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기 까지 하였다. 마음먹었을 때 실행하자 싶어 결국 나는 삼봉까지 사고 말았다. 우리 집은 정말 공장처럼 되었지만 마냥 행복했다. 거실의 확장된 공간에 쪼르륵 한 줄로 놓여 진 재봉틀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아, 나는 이제 정말 다 가진 봉틀러구나. ’확실히 작업속도도 빠르고 효율성이 높아지긴 했다. 돈이 들고 공간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한 거라고 잘했다고 오늘도 재봉틀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