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재봉틀
재봉틀의 세계2-공업용 재봉틀편이 끝인 줄로만 나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하나가 더 남았다. 그것은 바로 자수재봉틀이 되시겠다. 웬 자수 재봉틀인가 하시겠지만, 봉틀러들이라면 누구나 꿈꿀 것이다. 내가 원하는 그림과 글자를 맘껏 수놓을 수 있다니! 아니, 하다못해 내 이니셜이라도 한 줄 박아서 만들고 싶은 건 아마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부턴가 ‘자수 재봉틀이 있었으면, 언젠가는 사야지.’ 또 이런 마음을 늘 먹고 있었으니 말이다. 잠시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에 창업컨설팅도 받았는데 판매를 위해서는 자수재봉틀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원하는 문구도 새겨주고 자기만의 것이라 생각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은 내게 좀 더 자수 재봉틀을 사고픈 명목과 더불어 욕망도 함께 불을 지폈다. 아무튼 자수재봉틀, 너도 내 마음속에 저장! 하지만 자수 재봉틀은 지금껏 내가 사왔던 가정용, 공업용 재봉틀의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이었다. 물론 기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약간의 고 사양 재봉틀을 말하는 것이다. ‘기왕에 사는 거’살 때 좋은 걸 사야한다는 몹쓸 생각……우스갯소리로 모닝 사려다가 벤츠 산다더니 처음에는 그저 자수재봉틀만 꿈꿨는데 자꾸 꾸다보니 사양도 올라가고 거기에 프로그램까지 더해지니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프로그램은 또 뭔가요?” 하실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자수재봉틀 안에는 내장된 몇 가지 자수도안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따로 사거나 혹은 제작을 의뢰해야한다. 아니면 자수프로그램을 직접 사서 자수도안을 직접 만들 수 있다. 말하자면 재봉틀은 게임기, 자수프로그램은 게임팩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자수프로그램이 있으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그림, 사진은 물론 글자도 마음껏 배치하여 도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수프로그램이 없다면 사실상 자수 재봉틀도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결론은, 자수재봉틀을 살 거면 자수 프로그램도 같이 사라!
이렇게 되다보니 내가 사고 싶은 기종과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가격은 몇 백 만원이 우스웠다. 그러니 쉽게 살 수도 없고, 살 엄두도 나지가 않았다. 공동구매라 하여 신제품 구경도 가보고 슬쩍 지를 뻔 한 적도 있지만 역시 가격의 높다란 벽 앞에서 무너졌다. 그럴수록 ‘언젠간 사겠지, 살 수 있겠지, 너를 꼭 갖고야 말겠어.’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러다 문득 혜성처럼 등장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중고나라 카페 거래는 거리가 있으면 어렵고 고가의 제품을 거래하기에는 사기의 위험성도 있어서 늘 검색은 했지만 선뜻 구매는 어려웠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내가 있는 지역기반이 아니던가. 근거리니 직접 가서 보고 구매도 할 수 있으니 일단 키워드 알람을 걸어두었다. ‘미싱’, ‘재봉틀’ 그러고 나니 가끔씩 울리는 키워드 알람들, 그 속에서 드디어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다.
나의 자수재봉틀 구매기
지난겨울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울리는 알람. 무심결에 열고 봤다가 ‘헉!’하고 놀랐다. 너무나 괜찮은 제품이 그것도 프로그램 포함으로 말도 안 되는 착한가격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당장 연락을 해야 하는데, 알람은 떴어도 근처 동네가 아니라 인증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지 않은가. 꼭 사야한다는 일념아래 필사적으로 판매자의 다른 제품보기, 이것저것 누르다가 판매자분이 하시는 것으로 추측되는 공방을 찾게 되었고, 그 공방번호로 연락을 하였더니 맞았다. ‘오~하느님 감사합니다!’ 판매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을 아는 순간 안도의 한숨도 잠시, 사러가려고 시간조율을 하는데 맞지가 않는다. 내가 며칠 후로 말을 했더니 지금도 연락이 자꾸 오고 있어서 그 사이 안 팔리면 연락을 주시겠다고 한다. “앗! 안돼요. 제가 꼭 사고 싶어요. 오늘 갈 수 있게 시간조절해보겠습니다.”하고 이리저리 시간을 맞춰보니 오늘 당장도 괜찮다고 하셔서 친구들과 만남을 후다닥 마치고 집으로 오자마자 재봉틀을 가지러 출발했다. 가는 길에 어찌나 설레던지, 두근두근.
아무튼 이제 자수재봉틀까지 갖췄으니, 이제 내게 더 이상의 재봉틀은 필요하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고 확신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재봉틀의 세계는 여전히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