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재밌는 재봉틀을 너와 함께

아이와함께하는 재봉틀 키즈클래스

by 정원

둘째 딸은 줄곧 나에게 재봉틀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우리 집에는 재봉틀이 늘 있으니까. 또 늘 재봉틀을 돌리는 엄마를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을 것이다.

“그럼 3학년이 되면 가르쳐줄게.”하고 흘리듯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다. 사실 그런 말을 했던 기억도 잘 안 난다. 지난 주 어느 날 아이는 툭 던지듯 나에게 통보했다.

“엄마, 엄마가 3학년 되면 나 재봉틀 가르쳐 준다고 했었어. 기억하지? 나 진짜 배우고 싶어. 이제 가르쳐줘.” 숨도 안 쉬며 읊어대는 저 말 속에 아이의 진심이 느껴져서 반박조차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전자식 재봉틀을 문화센터에 가져다 놓아서 집에 남은 재봉틀이 다이얼식이라 속도조절이 *발판으로만 가능해서 조금 걱정되었다. 아이에게 이렇고 저렇고 해서 조금 위험 할 까봐 걱정 된다고 말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에이~엄마 잘 가르치는 강사잖아. 옆에서 잘 봐주면서 하면 돼지. 나 진~~~짜 진짜 진짜로 하고 싶어!”

“그래. 그럼 해보자. 대신 천천히 해야 돼. 알았지?”

“응! 당연하지. 나 잘 할 수 있어. 나 엄마 딸이잖아.”

한 마디도 안지고 대답하는 아이의 두 눈이 반짝인다.


그렇게 해서 갑자기 시작된 우리만의 키즈 클래스. 사실 재봉틀 강좌가 성인들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강좌가 재봉틀 공방을 중심으로 개설되고 있고 방학 때 특강을 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나 재밌는 과정인가! 원단을 자르고 바느질을 해서 무언가 만들어 진다는 것! 또 하나 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핀란드의 교육이었다. 작년, 우연한 기회로 핀란드에 거주 중이신 우리나라 아트디렉터님을 직접 뵙고 몇 주간 어린이 미술활동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핀란드 어린이들의 학교모습을 잠깐 소개해주셨는데, 과목 중에 재봉틀 수업이 있었다. 재봉틀이 학교에 구비되어 있고 아이들이 직접 다루며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이 내게는 너무 신선하게 다가왔다. ‘정말 일상생활과 밀접한 교육을 하는구나.’ 살짝 부럽기도 하고 말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일단 우리끼리 해보자.

거의 전시용이나 다름없던 우리 집 다이얼 재봉틀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켠다. 전원을 켜고 발판을 밟으니 “지이잉”하는 소리를 내며 달릴 준비를 한다. 기본이 가장 중요하니 직선박기 연습부터 시작! 시범 한 번 보여주고 그 다음부터는 바로 실전이다. 어라? 그런데 생각보다 잘하잖아? 발판을 밟으면서 원단을 똑바로 잡아 나가는 게 협응력을 요구하는 작업인데 말이다. 나름대로 세게도 밟았다가 약하게도 밟았다 하면서 감을 익히기도 한다. 직선박기를 충분히 연습한 후에는 직각으로 방향전환하기까지 무리 없이 해낸다.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호들갑을 떠는 통에 정신이 없지만 한 편 신기하고 뿌듯했다. 이렇게 첫 날의 수업은 나도 신기하고 아이도 신기해하며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니 또 시작된 재봉틀 타령.

“엄마~오늘도 가르쳐 줄 거지? 나 또 하고 싶어.”

“알았어, 알았어.”

눈 뜨자마자 시작된 성화에 또 다시 재봉틀을 켰다. 연습만 하면 재미없으니 간단히 파우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아직 혼자서 완벽히 직선으로 나아가지 못하니 조금 잡아주긴 했지만 *노루발을 내리고 발판을 밟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해냈다. 어느새 완성된 파우치를 손에 들고는 너무나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에 나까지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 그 다음 아이의 한 마디에 나는 정말 쓰러지고 말았다.

“엄마. 이렇게 재밌는 걸 엄마 혼자 했단 말이야? 너무 했어. 나 앞으로도 계속 가르쳐줘. 알겠지?” 너도 벌써 재봉틀에 매력에 빠져버린 거니. 하긴, 재봉틀 하는 엄마 모습을 보고 자랐고 최근에는 더 많이 봤으니 늘 궁금했을 것이다.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 것도 그 때문이다. 의사집안에는 의사가 나오고, 음악가 집안에는 음악가가 나온다더니만, 우리는 재봉틀 하는 모녀가 되어버렸다. 옆에서 남편이 한 술 더 뜬다.

“아이고~그렇게 재봉틀 좋아하더니. 이제 같이하네. 같이 공방 차리면 되겠네!”


그 말을 들은 아이가 바로 실행에 옮긴다. (주)동글 간판을 만들어 노트북 앞에 딱 붙여주기까지. 각자의 꿈을 담은 우리만의 주식회사.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 보고 들은 것인지 몰라도 내게 잔뜩 힘을 주는 한 마디! 아이 덕에 오늘도 나는 꿈을 꾸며 재봉틀을 돌려본다.






소잉튜터 동글이의, 내 멋대로 재봉틀 용어사전


*발판 : 전원페달이라고도 한다. 발로 밟으면 재봉틀 바늘이 상하로 움직여 박음질 시작한다.

밟는 깊이에 따라 속도조절이 가능하다.

(자동차의 엑셀과 비슷한 원리)







*노루발 : 바느질을 하는 동안 톱니에 직물을 편평하게 펴 주는 부분으로 레버를 이용해 내려서 사용하고 직물을 빼낼 때는 올려준다. 노루발사이에는 바늘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이 사이로 바늘이 오르내리며 박음질을 해준다. 기본노루발을 시작으로 지퍼용, 말아 박기용, 프릴용, 단추 구멍용 등 다양한 용도의 노루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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