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김쿼카의 마음은 무겁다.
금요일 퇴근 시간에 주말의 김쿼카에게 보고서 작성을 맡기고 컴퓨터를 종료했기 때문이다. 분명 그때는 까짓것 주말이면 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는데 왜 모니터 앞에 앉지조차 못하겠는지.. 의문만 가득하다.
어제부터 작성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득한데 막막함에 미루고 미뤘다. 쉴 거면 푹 쉬기라도 하지 어딘가 불편한 마음으로 딴짓을 하니 쉰 것 같지도 않다. 째깍째깍 시계 소리에 더 다급해지는 심정이다. 시간은 흘러 일요일 낮 1시.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현재의 이 동물은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위이잉 소리와 함께 모니터 화면이 밝아지고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만 방에 울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시계의 숫자는 5를 가리켰다. 동물은 몸을 뒤로 젖혀 기지개를 켜고 대강 끝난 보고서 작성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고서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남짓. 미루고 불편한 마음으로 걱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시간이 넘는다. 그 시간이 무색할 만큼 보고서 작성은 수월했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우려가 진짜 현실을 괴롭힌다는 사실이.
어제와 보고서를 쓰기 전인 오늘 오전에는 걱정 한가득, 두려움 한 스푼 섞인 물속에 무기력하게 떠 있는 것 같았다.
그 물을 벗어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그저 움직이는 것. 제자리에서 물장구라도 치다 보면 앞으로 나아져 갔고 결국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 동물은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걱정되고 두려워도 그냥 해보는 걸로. 하다 보면 결국은 어느 순간 해낼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