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쿼카는 회사에서 연차가 쌓이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다 보면 더 이상 어려움은 없을 줄 알았다. 웬걸 작은 산 하나를 넘으면 그거보다 높은 산이 나오고 그 산을 넘으면 더 큰 산이 다시 등장했다. 그것도 해냈는데 이걸 못 하겠다는 마음이 무색하게 더 큰 고비가 나타나는 것이다.
주변 동물들은 본인과 달리 수월하게만 보였다. 자신이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진짜 고비가 많은 건지 이제 분간도 가지 않는 동물은 모니터 앞 한숨만 나온다.
그러던 어느 날 쿼카는 오랜만에 대학당 친구들을 만났다.
‘함께 공부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모두 어엿한 사회 동물이라니..!'
감회가 남다르게 느껴진 김쿼카다.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는지라 안부를 묻기에 바쁘다. 노수달은 최근 승진했고 김햄스는 꼼꼼한 업무력과 만렙 사회력으로 상사에게 이쁨을 받고 있었다.
평탄한 길이 펼쳐져 보이는 친구들 앞에 이 동물은 마음이 괜히 움츠려졌다. 하지만 그들 앞에도 평지만 있는 건 아니었다. 노수달은 많은 외근에 시간이 항상 촉박했으며, 김햄스는 부족한 직원으로 인해 방대한 업무량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들도 하루하루 높은 산 앞에 섰으며 그 산 고개를 넘어서고 있던 것이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하나의 등산화로, 또 하나의 가방, 모자로 쓰며 기꺼이 닥친 현실에 부딪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김쿼카에게도 그들과 같이 비탈길을 오를 등산화가, 뜨거운 햇빛을 피할 모자가 있었다. 길을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갈 방법도 알고 있었다. 쌓았던 시간은 절대 헛되지 않았다.
월요일 오전 모니터 앞. 이 동물은 또 다른 산 앞에 설 준비 하고 있다. 오늘은 그 산 앞에 기꺼이 서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꺼이 해본다는 마음으로. 보지도 못한 게 튀어나오면 힘들긴 하겠다만, 하나 배운다는 생각으로. 그 산에 차근차근 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