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좋은 사람일까? 이것도 아니라면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믿고 싶은 걸까?
나는 가끔씩 내 안에 공격성이 다분한 괴물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평소에 스포츠를 시청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번씩은 권투나 UFC 같은 공격적인 스포츠를 시청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선수가 일방적으로 상대 선수를 몰아붙이며 공격하는 장면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통쾌하기도 하면서도, 속으로는 맞는 선수의 입장에서 '정말 아프겠다. 심하게 다치면 어쩌나'라는 생각으로 내 안의 공격성을 잠재우려 하는 의식적인 생각의 노력들로 나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연쇄 살인마들을 TV를 통해 보곤 한다.
한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누가 범죄자가 되는가?'를 연구한 제임스 팰런이라는 미국 뇌 신경학자의 이야기에 주목해 본다. 이 학자는 사이코 패스의 뇌를 연구해 보니 일반적인 뇌랑은 달랐다고 한다.
전전두엽은 빨강, 노랑, 파랑 순으로 활성화되는 건데 파란색이면 거의 활성화가 되지 않는 것이다. 전전두엽은 감정조절,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건데 이쪽 기능이 떨어지면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뭔가 충동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수십 년 동안 뇌를 연구한 본인의 뇌가 사이코패스의 뇌였던 것이다. 본인도 당황해서 알아보니 자기 조상 중에 살인자가 무려 7명, 내친김에 유전자 검사도 해보니 사이코패스 유전자가 본인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경우 돌도끼 하나 들고 산천을 활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사냥을 해서 먹고살았고, 다른 종족과 전쟁을 하며 살았는데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라는 생각으로 공감능력, 배려 따위는 사치일 뿐, 더 냉정하고 잔인한, 그래야 더 일을 잘하는 영웅으로 인정받았던 시대가 있었다. 이것을 전사 유전자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유전자가 쓸모없는 시대가 되었으나, 그 유전자는 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전사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손은 1~2% 정도 된다고 한다. 이러한 전사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손도 바로 팰런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뇌도 사이코패스고 유전자도 사이코패스인 뇌 신경학자 팰런이 왜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까?
이건 세 다리 이론이라고도 하는데, 범죄자가 되는 필수 조건 중에 아까 언급했듯이 첫 번째로 공감 능력이 없는 뇌, 두번째로 전사 유전자, 세 번 째로 유년시절 겪은 학대라고 한다. 이것은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방임 등의 모든 학대가 포함된다고 한다. 팰런은 유년시절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기 때문에 훌륭한 뇌 신경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조건 1과 2는 선천적인 조건이라 막을 수가 없지만, 세 다리 이론 중 한 가지 조건이라도 없다면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처럼 평범한 이웃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어릴 때 학대를 당하지 않는다면 사이코패스 유전자라도 범죄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학설일 뿐, 범죄를 저지르는 건 본인의 선택이긴 하다.
유년시절에 겪은 학대. 이러한 슬프도록 뼈아픈 과거와 여러 상황적인 요인으로 인해 '복잡하게 나쁜' 사람의 이야기에 우리는 연민을 느끼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사이코패스처럼 강력하지는 않더라도, '우리 안에도 나쁜 괴물이 한번씩은 불쑥불쑥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