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이 어쩌면 하루치 위로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는데 "외숙모! 저예요~"
얼핏 첫째 조카 목소리 같긴 하지만 학원에 있을 시간에... 친구 폰인가?
혹시 급하게 용돈 좀 보내달라고 했으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할 뻔했습니다.
무음으로 해놔서 통화가 잘 안 되나 보다, 카카오톡 대신 인스타그램 DM이나 페이스북 메시지를 이용하는 중학생의 특성인가 보다 했더니만...
사춘기 소녀! 오해해서 미안해~
여태 엉뚱한 번호를 저장해 놓은 줄도 몰랐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
요즘처럼 연락 수단을 손에 달고 다니는 때엔 그저 좋은 핑계일 뿐입니다.
'이따 점심시간 맞춰해야지, 여긴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한 데 가서, 곧 퇴근하고 나서, 아차차! 지금은 주무시려나?'
결혼 초엔 시어머니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드리던 안부 연락도 최근엔 이런 사소한 배려(?)들로 미루곤 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일 직후에는 매일같이 몇 시가 됐든 생각나는 즉시 전화를 했습니다.
큰 형님한테도 전화로, 카톡으로 자주 연락했고요.
시이모님과 시외숙모님께도 따로 연락드려본 건 결혼 9년 차에 처음입니다.
작은 형님한테도 진작 좀 이렇게 할 걸 그랬죠.
작은 형님네 식구 중에선 대개 둘째 조카와 연락합니다.
둘째가 올해 제 생일에 축하 카톡을 보냈었거든요.
놀랍기도 하고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해서 말보다 이모티콘이 많은 대화였지만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몸집이 자그마해서 아직도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야물딱지고 요것조것 말도 잘하는 똘똘한 친구가 먼저 손 내밀어 작은 물결을 일으킨 셈이죠.
그걸 계기로 이후에도 카톡을 몇 번 주고받았더니 이번에도 둘째에게 연락하기가 제일 수월했어요.
첫째한테는 한동안 틀린 번호로 연락을 해댔으니 불통인 게 당연하기도 했고요.
장난꾸러기 막내아들보다는 사춘기 딸들이 더 마음 쓰이는데 다행히 씩씩합니다.
첫째는 월요일 하루만 결석하고 화요일부터 바로 기말고사를 치러 등교했어요.
무슨 정신으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쳤을까 싶은데 중간고사 때 망친 점수를 만회했다더라고요.
일주일을 쉰 둘째는 내일 입을 옷도 벌써 골라놨다며 잘 개어진 옷을 서랍장에 올려놓고 떡하니 사진까지 찍어 보내네요.
아이고 형님아, 신경 안 쓰는 사이에 애들을 이렇게 잘 키워 놓곤 왜 벌써 갔니...
그런데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연락하는 주기가 다시 길어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후회할 일 만들지 말고 지금 당장 폰을 들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