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 아이 백일 사진을 집에서 셀프로 찍었다. 사진 찍기 전에 쿠팡으로 아기 옷을 이것저것 열심히 검색해봤었다. 처음에는 한복을 알아보다가 생각보다 비용이 너무 커서, 사진 촬영을 위해 딱 하루 입고 안 입을 애매한 옷을 그 돈 주고 사는게 너무 비합리적인 것 같아서 망설였다. 사진 찍을 때도 입고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뭐가 좋을까를 생각하다가 최종적으로 정장을 선택했다. 백일임을 알리는 벽장식, 토퍼, 풍성한 상차림, 다양한 컨셉의 의상, 누드 촬영까지, 뭐 이것저것 생각은 엄청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소박하고 간단하게 했다.
ㅡ아기정장세트 (모자, 셔츠, 조끼, 바지, 넥타이 포함) 31천원
ㅡ사진 촬영용 흰색 천 2장 13천원
ㅡ냉동 백설기 1만원
ㅡ흰색 장미 5송이 (조화) 5천원
ㅡ유리 화병 19백원
* 백일촬영에 쓴 비용 토탈 60,9백원
* 사진 촬영 : 나, 촬영 보조 : 남편, 촬영 장소 : 집 (티비방), 카메라 : 내 휴대폰
흰색 천은 평소에 쓸 일이 없을 것 같고, 나머지는 모두 활용이 가능하겠다. 옷은 외출복으로 입히면 되고, 백설기는 먹으면 되고, 꽃과 화병은 거실 장식용으로 활용하면 된다. 사실 꽃은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겸사겸사 산 거다. 흰색 접시 2장은 애초에 집에서 쓰던 코렐 접시, 사과 5알 역시 애초에 집에서 먹던 것, 소프트체어는 형님네에서 물려받아서 쓰던 것, 커플반지도 끼던 것, 백일반지는 어머님이 백일 기념으로 주신 것, 탯줄도장은 아기 출산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남편이 만든 것, 사진은 산부인과에서 출산직후에 기념으로 찍어준 것, 앨범은 그 시기에 다이소에서 산 것, 이것도 다 따지자면 비용을 계산해낼 수 있지만, 촬영을 위해서 굳이 산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숫자적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한다.
그 시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 이런걸 굳이 해야하나 싶지만 어쨌든 남들은 웬만해서는 다 하는 것, 이런 것들은 일단 해놓고 보는게 좋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 그것을 더이상 할 수 없는 순간이 왔을 때, 그것을 해놨을 경우, 그때의 그 결과물을 보면서 굳이 안 해도 되는걸 왜 했지 싶은 생각이 들면 그때가서 없애버려도 상관없지만, 안 해놨을 경우에는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을테니까 말이다. 예를들어 탯줄도장 같은 경우, 그때는 이런걸 굳이 해야하나 싶다가 남들 다 하니까 일단 해뒀는데,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그때 해놓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몇주전에는 50일 사진도 찍었다. 산후조리원에서 퇴소할 때 선물로 스튜디오 무료 촬영 쿠폰을 받아서 그걸로 사진을 찍었는데, 이런게 무료일리라 없다고 실컷 찍어주고는 반드시 추가결제를 유도할거라고 의심하고 있었는데, 역시 예상대로였다. 스튜디오에서 일단 무료로 6장짜리 미니앨범을 만들어는 주겠는데, 찍어놓은 원본 사진을 받기 위해서는 30만원의 원본사진값을 지불해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백만원 남짓의 돌사진과 성장앨범 따위의 추가 계약도 권유했고, 계약시 앞의 원본사진을 서비스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사진은 수백장을 찍었는데, 앨범에 들어가는 사진은 고작 6장이었다. 심지어 원하는 사진을 고르지도 못 하게 했다. 남편과 나는 의견이 일치하여 추가결제 없이 미니앨범만 건지기로 했다. 아쉽지만 후회는 없고, 그나마 몇장이라도 남아서 다행이며, 웨딩촬영 때도 겪어봤지만, 원본사진 수백장을 가지고 있어봤자 어차피 잘 꺼내보지도 않는다는 것을 둘 다 이미 잘 알고 있다. 아무튼 뭐, 50일 사진도 찍긴 찍었다는 이야기. 비록 실제 촬영 날짜는 60일쯤 됐지만 어쨌든 명목상으로는 50일 사진인걸로.
돌사진도 셀프로 찍을 계획이고, 그때는 한복을 입힐 생각이다. 의상 값으로 맥시멈 십만원 까지 정도는 써도 괜찮지 않을까. 백일 때 쓴 천을 다시 쓰면 괜찮겠다. 잘 보관해놔야겠다. 일년후면 아기가 얼마나 성장해있을지 전혀 알 지를 못 하겠다. 어쨌든 이제 백일이 지났고, 이제 더이상 우리 아기는 먹고 자고 싸기만 하는 '갓난'아기가 아니고, 이제는 진짜로 본격적으로 신경 써서 키워야할 시기가 왔을지도. 일단 다른 무엇보다도 미디어 노출을 줄여야겠다. 이제부터 아기 안고 티비방 들어가는건 금지해야겠다. 아기가 밤에 잠을 안 잔다고 새벽 내내 티비 틀어놓고 그 앞에서 티비 보면서 아기를 돌본 나 자신, 반성한다. 그래봤자 며칠 안 되긴 하지만 어쨌든. 수많은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아기가 24개월이 될 때까지는 미디어 노출을 시키지 말라고 하던데,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지 말라는건 하지 말아보자.
슬슬 책을 읽어줘야겠다. 집에 무려 120권의 동화책을 사놨는데 이제는 이것을 활용할 때가 온 것 같다. 사실 어제부터 이미 읽어주고 있는 중이긴 하다. 지금 이틀째 하루 한권씩 읽어주기를 하고 있는 중인데 신기하게도 아기가 책만 읽어줬다하면 얌전해졌다가 이내 잠들어버린다. 아기가 앞을 바라보게 무릎 위에 앉혀놓고 그 앞에 책을 갖다놓고 읽어주는데, 처음에는 칭얼대던 아기가 갑자기 안 움직이고 조용해지니까 책에 집중하는가보다 하고 신기해했는데, 알고보니 눈 감고 자는 중이었던 것이다. 뭔진 몰라도, 뭔가 편안해져서 잠이 드는게 아니려나.
한글도 그림도 뭐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한테 동화책을 읽어주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사실 어쩌면 이 책 읽어주기가 양육자를 위한 육아방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아기에게 말을 걸어주고 뭔가를 해줘야 하는데, 내용 없는 아무 말이나 계속 갖다붙이는 것보다 차라리 최소한 내용이 있는 책이라도 읽어주면, 일단 본인부터가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좋고, 책을 읽어줌으로써 뭔가 좋은걸 해주고 있다는 느낌 또한 좋고, 어쨌든 그렇게 좋은 느낌을 가지고 아기와 양육자가 함께 할 수 있는게 좋은 일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남편에게 '아기랑 있을 때 뭘 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 뭘 하면서 놀아줘야할 지 모르겠다' 라고 하니까 남편이 '굳이 뭘 해줘야 하나? 그냥 같이 있어주는 것만 해도 좋은 것 아닌가?' 라고 했다. 음 그런가. 뭐 어쨌거나 앞으로 뭘 해줘야할 지 모르겠을 때는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사실 정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아기가 제일 좋아하는 걸 해주면 되는데, 사실 이게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계속 해주기는 어렵다. 일단 비행기를 태워주면 좋아한다. 입으로 슈웅 슈웅 하는 소리도 내줘야 한다. 이걸 하면 거의 웬만해서는 웃는 것 같다. 계속 하면 팔이 아프다. 안고 걸어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칭얼대다가도 안고 왔다갔다 하면 웬만해서는 얌전해진다. 이걸 해줬는데도 안 얌전해지면 어딘가 분명 불편한 곳이 있는 것이다. 이것도 역시나 계속 하면 팔이 아프고, 다리가 아프고, 살짝 피곤하다. 거울 앞에 가서 얼굴 비춰주면서 말 거는 것도 좋아한다. 이것도 어쨌든 서서 해야하는 거니까 계속 하다보면 살짝...
우리 아기는 신생아 때는 잘 안 웃던데, 감정이 아닌 의미없는 근육의 움직임이지만 어른 눈에는 천사같은 웃음처럼 보인다는 그 배냇짓이라는거? 그런 것도 거의 안 하던데, 50일이 지나고 언제부터인가 뭐만 하면 빵긋빵긋 잘 웃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로 응가를 하고나서 웃었는데 지금은 뭐 시도때도 없이 웃는다. 특히 비행기 태워줘가며 놀아주면 소리를 내서 웃는다. 웃음이 많아진만큼 짜증도 많아졌다. 짜증 섞인 옹알이가 폭발한다. 오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가며 한바탕 신경질 부리다가, 현재 곤히 낮잠 중이시다.
아기 출생 120일째 되면 곧바로 이유식 시작할거니까 미리 계획을 좀 짜놔야겠다. 계속 말만 하고 실천을 안 하고 있네. 이유식 책은 대충 훑어봤는데 아직 아무 것도 준비를 안 해놨다. 식기류는 이케아에서 구입해둔 플라스틱 그릇 세트를 쓰면 될 것 같고, 냄비랑 프라이팬 같은거는 아기전용으로 좀 사놔야겠다. 스푼도 그냥 이케아 플라스틱으로 쓸지 아니면 실리콘으로 몇개 새로 살 지 고민 중.
얼마전에 실리콘 젖꼭지솔 주문해서 쓰고 있는데 생각보다 만족도가 엄청 높네. 굉장히 좋은 소비를 했다. 리뷰에서는 거품 안 난다고 별로라던데, 나는 전혀. 나는 오히려 실리콘이 세제와 물을 흡수 안 해서 거품이 오히려 더 잘 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젖병솔도 조만간 교체해야하는데 실리콘으로 바꿀까 생각중. 이번에 실리콘으로 바꾸면 더이상 솔을 새로 살 일은 없겠다. 실리콘 제품은 열탕소독해서 위생적으로 쓸 수 있고, 영구적이다.
오늘 할일 순서대로.
1. 일단 세탁기 돌려놓고,
2. 어제 저녁부터 쌓아둔 설거지 식세기 돌리기. 칼국수 해먹은 흔적들. 손으로 다 못 하겠다.
3. 젖병 세척, 열탕소독.
4. 세수하고 간단하게 샤워 정도. 아직 자고 일어나서 눈꼽도 안 뗐다. 머리는 안 감아도 되겠다.
일단 여기까지 생각해놓고, 다 하면 또 그때가서 다른 할일을 생각해보자. 이거 하는동안 간만에 팟캐스트 오디오북이든 유튜브방송이든 뭐라도 좀 듣자. 우리 예쁜 아기는 제발 이거 다 할 동안 안 깨고 낮잠 자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