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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투정

by 안나순이 Jan 25. 2025

1월 24일

생후 133일, 대략 4개월차. 이맘때 아기들은 하루 18시간에서 20시간을 잔다는데, 우리 아기는 왜 이렇게 깨어있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걸까. 하루가 24시간이니까, 개중 18시간에서 20시간 잔다고치면, 깨어있는 시간이 4시간에서 6시간 정도여야 되는데, 우리 아기는 낮에 거의 3-4시간동안은 쭉 깨어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한번에 쭉 깨어있는 시간이 그렇다는거다. 이제는 신생아 때처럼 한참을 자다가 배고플 때만 깨서 울고, 맘마를 먹고 나면 다시 잠들어서 다음 맘마 시간대까지 안 깨고 쭉 자거나 하지 않고, 맘마를 먹고 나서도 한참을 깨어있다.


심할 때는 다음 맘마를 먹을 때까지 계속 깨어있을 때도 있다. 그때 시간을 계산해보면 3-4시간 정도다. 일단 체감상 하루에 8시간은 넘게 깨어있는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시간 계산을 해봐야할 것 같다. 밤에 잠드는 시간은 늦지만 그래도 한번 자면 아침까지 안 깨고 푹 잔다. 도중에 깼다가 혼자서 놀다가 다시 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빼액 울어서 나를 깨우지는 않는다. 1-2시간마다 깨서 울던 신생아 때와 비교하면, 비록 낮에 오래 깨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밤에 안 깨고 쭉 자주니 너무 좋다.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다. 잠을 자긴 자는데, 잠드는 과정이 좀 힘들다. 언제부터인가 잠투정이 굉장히 심해졌다. 잠이 오면 그냥 자면 될텐데, 도대체 뭐 때문인지 눈을 감고 한참을 몸을 뒤척이면서 울다가 겨우 잠이 든다. 이불을 쥐어뜯으면서 운다. 잠 오는 느낌이 싫은건지, 잠들기 싫어서 발버둥을 치는건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잠투정이 아마 100일 이후 부터였나, 아무튼 최근에 갑자기 시작된건 아니다. 특히 긴 밤잠을 자기 전에 엄청나게 칭얼댄다. 칭얼대지 않고 잔 날이 언제였었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아기는 첫 뒤집기 성공 (1월 8일, 생후 117일) 이후 시도때도 없이 뒤집는다. 바닥에 눕혀놨을 때, 자지 않는 이상 무조건 뒤집는다고 보면 되겠다. 기저귀를 가는 동안에도 몸을 자꾸 뒤집으려고 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기저귀 갈이대에 올려두고 잠깐이라도 한눈 팔면 큰일날 것 같다.


아기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그래서 내 나름대로 아이에게 굉장히 잘 해주려고 애쓰는 편이지만... 가끔씩 아이가 싫다. 아니 싫다기보다는 귀찮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려나.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찰나에 하고 아이에게 소홀하게 대하고나면 극도의 죄책감이 밀려온다. 어제같은 경우, 내가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밤에 아기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잠을 안 자고 계속 우는데, 미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원인을 알려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도 있었겠지만, 어제는 여러가지로 심신이 지쳐있었다. 오늘은 또 아이가 너무 귀엽네. 컨디션이 나쁘지 않을 때는 종종 우는 것마저도 귀엽게 느껴진다.


오늘도 어제처럼 울었는데, 다행히 어제처럼 울음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젖은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서 달래주니 울음이 조금 가라앉았고, 갑자기 방구를 뿌룩-하고 뀌더니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잠은 오는데 기저귀는 눅눅하고 가스도 차고 여러가지로 불편했던 모양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아이가 밤에 잠투정이 심한 편인데, 무조건 잠투정이라고만 생각하고 이러다가 자겠지 싶어서 내버려둘게 아니라, 수면에 방해되는 부분이 있어서 저러는게 아닌가 한번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애가 너무 안 잘 때, 목욕을 시키면 잘 잔다는데, 사실 응가를 하지 않으면 굳이 안 씻기고 싶은 이 귀찮은 마음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런데 오늘 낮에 응가를 해서 목욕을 시켰는데, 목욕 후에도 한참을 깨서 놀았다. 예전에는 낮에 목욕 후에 갑자기 곯아떨어지고 이런 경우가 있긴 했는데 요즘은 목욕을 했다고 해서 자고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얌전해진 아기를 침대에 눕히니 하품을 하고 실눈을 뜨고 이불을 만지작 거리면서 누워있다. 그 모습이 또 어찌나 귀여운지. 눈을 완전히 감지를 않고 실눈을 뜨고 계속 나를 쳐다본다. 내가 같이 쳐다보면 방긋 웃는다. 아이가 잠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을 하면서도 계속 베시시 웃는다. 오늘따라 아이 기분이 왜 이렇게 좋을까. 그렇게 한참을 서로 웃으면서 아이컨택을 하다가... 잠이 덜 들었지만 일단 불 꺼진 방에 아이를 넣어두고 문 닫고 나 혼자 거실로 나왔다. 조용한걸 보니 잠들었구나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빼액 운다. 누운 상태로는 도저히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안아주니 얌전해졌다. 거실에서 혼자 시간 좀 보내다가 자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다. 아이와 같이 침대에 누웠다. 아이가 뒤집은 상태로 손을 문 입을 오물오물거리며 눈을 감았다. 갑자기 흐느끼며 울다가 깨서, 똑바로 눕혀놨더니 또 뒤집으려고 바둥거리다가 옆으로 누워서 다시 잠들었다.


자는 아기 옆에 눕혀두고, 간만에 일기 좀 쓰고 잔다...

오늘 상담센터에 다녀왔고, 영어문법도 조금 봤다. 운동은 여전히 안 했다. 운동을 제발 좀 해야하는데, 왜 이렇게 몸이 안 움직여지지. 수영은 집에서 수영장까지 거리가 멀어서 가기가 싫다. 헬스장은 그나마 가까우니까 조금만 노력하면 갈 수 있다.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하자.

오늘 저녁 식사로 편의점에서 크림스파게티 사와서 오븐에 돌려먹었는데, 진짜 맛없었다. 반도 못 먹고 버렸다. 내가 입맛이 없어서 그런건지 음식이 맛이 없는건지. 남편은 3분 짜장 데우고 스팸 구워서 줬다. 그래도 밥은 갓 지었다. 내일은 김치찌개를 끓여먹어야겠다. 오늘 정육점에서 앞다리살을 만원치 사와서 다섯끼 먹을 양으로 소분해서 하나는 내일 먹을거니까 냉장고에, 나머지 4봉지는 냉동실에 넣어뒀다. 시금치 나물 또 해먹고 싶다. 만들어놓고 먹을만한거 또 뭐가 있으려나. 나물 종류를 좀 만들어놓으면 좋겠다.

술을 습관적으로 거의 매일 먹는 것 같다. 어제도 먹고 오늘도 먹었다. 술값이 비싸니까 최근에는 발포주로 갈아탔다. OB 것이 그나마 입맛에 맞다.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한 이후부터 옆으로 누워서 잔다. 한 쪽 팔이 눌려서 저릴 것 같은데 괜찮나... 그리고 엎드려서 자려고도 한다. 엎드린 자세로 자는건 좀 불안하다. 똑바로 눕혀줘야한다.

내일은 아기랑 또 뭘 하고 놀아야하나. 내가 기분이 좋아야 아이도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내가 웃어야 아이도 웃는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위해서, 나를 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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