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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Apr 18. 2023

프롤로그. 아주 사적인 편지.

아주 사적인 편지

프롤로그




아주 사적인 편지를 시작합니다.


브런치를 열고,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퇴사 이후의 삶을 적어볼까, 전문 코치로서의 성장하는 이야기들을 적어볼까, 그렇다면 어느 시점부터 정리해야 하나 싶어 자꾸만 글이 미뤄졌지요.


그러던 어느 날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저를 태그 한 친구의 글을 읽게 됩니다. 작년 한 해 친구와 저는 코치와 고객으로 마주했는데 친구는 그때의 경험을 시로 지어 자신의 피드에 올린 것입니다.



"일 년 전, 가슴속에 불이 났다.
속이 뜨거워 영혼까지 태워버렸다. 

갈 데도 없고, 참지도 못하고, 
드넓은 하늘이 갑자기 좁아졌다. 

그런데, 그녀가 있었다. 
늘 옆에 있어줬다.
내가 해 준 것이 없어도
사랑을 듬뿍 부었다.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뜨거운 나를 자기 손으로 만졌다. 

편안해졌다.
마음속에 꽃이 피었다.
잿더미 속에서
꽃이 필 수 있는지 몰랐다."



한국인이 아닌 친구가 한국어로 마음을 표현하는 이런 글을 써 내려갔다니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다정한 언어로 말을 하는 친구에게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고 보면, 친구는 항상 그랬습니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제 주변에서 가장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친구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 공모전에 낸다며 시 5편의 교열을 부탁해 왔습니다. 친구가 쓴 시를 보며 저는 몇 번은 국어사전을 찾아봐야 했어요. 한국전쟁 후 시기의 한국문학을 좋아하는 친구가 구사하는 한국어 어휘 중에는 저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한국어가 모국어라 해도 친구처럼 아름다운 언어로 시를 짓기를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러다 보니 이런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친구와 함께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프로젝트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요. 친구의 아름다운 언어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친구의 다정한 말에 늘 힘을 얻는데 그런 귀한 말들을 저장해 두고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는 이집트에서 태어나 지금은 미국에 이주해 살고 있습니다. 아랍어가 모국어지만 대학에서는 한국어를 전공했고, 한국에 산 적도 있어요.


저와 친구는 대학을 갓 졸업한 후 첫 직장에서 만났습니다. 친구는 유일한 외국인 직원이었고, 저는 인턴이었어요. 나이도 비슷하고, 사회 초년생이라는 공통점에 친구의 첫 한국생활을 제가 알게 모르게 챙겨주다 보니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인턴이기에 그 직장에서의 생활은 오래 지나지 않아 마무리하게 되었지만 이후에도 친구와의 연락은 종종 이어갔습니다. 이후 친구는 결혼을 하고, 다른 도시로 이사를 하고, 다른 나라로 이주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보내며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저희는 30대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태어난 곳도, 사는 나라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릅니다. 친구는 일찍 결혼을 해서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어요. 친구는 독실한 무슬림이지만 저는 그다지 종교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하려 하는 마음이 닮았습니다.


친구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이주를 했고, 세 아이를 키우며 프리랜서 번역가인 자신의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줄곧 어딘가에 소속된 직장인의 삶을 살다가 어느 날 회사를 졸업하듯 퇴사했고, 프리랜서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좌충우돌하는 중입니다.


이런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서로를 향한 우정을 편지 형식으로 글에 담아보려 해요. 성공하는 법, 더 많은 부를 갖는 법, 더 잘 파는 법에 대해 수많은 소셜미디어의 콘텐츠들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세상입니다. 그 안에서 무용하고 무해한 우리의 글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가서 닿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우리의 글로 누군가의 마음이 한편이 따뜻해질 수 있다면, 삶에 위로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요.


앞으로 저희가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 궁금해지시나요? 


친구의 첫 번째 편지를 기대해 주세요. 



사진: Unsplash의 Harli  Ma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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