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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Apr 18. 2023

나는 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아주 사적인 편지

마르와의 글



드디어 봄이 왔구나! 

추위가 영원히 갈 줄 알았지… 추위가 손톱에서 온몸까지 기어오르는 게 참 신기해. 살을 뚫고 마음까지 깊이 파고드는 추위가 참 잔인하다고 느껴져. 그래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봄이 겨울을 이겨 냈다는 것이 참 감탄스러운 일이야. 봄이 우리 마음속까지 따뜻한 기운으로 퍼졌으면 좋겠다.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우리는 왜 이런 방식으로 연락을 주고받는지. 전화 한 통 하면 되지만, 왜 편지를 선호하는 걸까? 나는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아. 


나는 개인적으로 속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서툰 사람이거든. 너도 아는 것처럼 내가 워낙 말이 많지만, 그래도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는 못 하는 편이야. 마치 내 진짜 속마음은 문자나 종이 위에서만 해방되는 것 같아. 글로 내 마음을 풀어낼 때면 마치 새장 안에 갇힌 새를 풀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유로워져. 이런 느낌 알지? 전에 얘기한 적 있는지 모르겠지만 특히 애정 표현을 하고 싶을 때는 말로 하는 것보다는 글로 쓰는 게 더 편하단 말이야. 이상하지 않아?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러면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 같아. ‘고맙다, 사랑한다, 네가 소중하다 ‘ 같은 이런 달콤한 말들, 이런 말이 없으면 살맛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려. 말로 표현할 때는 쉽지만 왠지 참 무겁게 느껴지는 말들이, 이 마법 같은 말들이, 살면서 한 번이라도 꼭 듣고 싶은 말들이야.  


사람들이 겨울처럼 차가울 수가 있어.  

물론 봄 같은 사람들도 있어. 

나는 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바로 너 같은 사람. 


네가 있는 데서 햇빛이 들어오고 긴 추위 때문에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져. 얼음이 녹아 가면서 그 대신에 꽃이 피어가. 과언이 아니야.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내가 한국 생활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잖아.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리고, 한국어도 서투르고, 적응까지는 모든 게 힘들었어. 내가 잘 버틸 수 있도록 적응이 잘 될 때까지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중에서는 역시 네가 가장 중심에 있었어. 


너는 내 부탁을 한 번도 거절한 적도 없고, 내가 고민 있을 때도 외면한 적도 없어. 크고 작은 일에 같이 고민도 해주고 상담해 주고, 늘 옆에서 응원해 줬어. 내가 영원히 감사할 수밖에 없어. 네가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인지 알았으면 좋겠어. 


신이 인간을 창조하셨을 때 어떤 사람들에게는 금으로 만든 마음을 주셨다고 생각해.  너는 그들 중 한 사람이야. 그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빛을 타인들에게 너그럽게 나누어주거든. 


삼십 대가 되면 삶에 대해서 자주 고민하게 된다는 걸 대학교 때 선생님한테서 들은 적이 있어.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 와서야 제대로 이해하는 것 같아. 나는 요즘 머리가 아프도록 많이 고민하고 있어. 운전하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샤워하면서, 운동하면서도, 시시한 일들을 하고 있어도 이 무거운 삶에 대해, 내 머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삶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들이 떠오르곤 해. 인간은 이 커다란 우주에 비교한다면 모래 한 티끌보다는 더 작은 사물인데 말이야. 


가끔 그런 생각이 떠오르더라고. 전생에 우리가 만난 적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 오직 빛과 따뜻한 기운만이 있었을 때야. 그때 네 얼굴이 어땠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너의 착한 마음이 기억나. 다음 생에서도 너를 꼭 찾겠다고 약속한 것을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거겠지. 


세월이 흘러도, 이 넓은 세상에 어디 가도 우리가 자주 연락할 수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너는 언제나 내 얘기를 잘 들어줬기 때문에 네 앞에서는 내가 말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 나이가 들면서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고마운 일인지, 축복이 될 줄 몰랐어.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두려워하잖아. 근데 너 같은 친구가 있는 사람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고마워, 친구야.  


마르와


사진: Unsplash의Daiga Ell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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