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말이 Jan 26. 2023

결혼할 사람에 대해 모든 걸 다 알 필요는 없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언제 누구와 할지도 모를 결혼을 위해 적금을 들고, 저축을 해왔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부모의 역할은 대학까지 졸업까지니 졸업 후에는 각자 벌어서 각자 시집을 가라고 말씀해 오셨었다. 그래서 나는 그게 너무나 당연한 건 줄 알고 자랐다. 근데 막상 친구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니 양가 어느 쪽에서든 부모의 도움으로 결혼을 하고 있었고, 다들 그걸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양가 도움 없이 스스로 결혼 준비를 한 건 내 주변에서 우리가 유일했다. 그래서 더 대견한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부모 도움이 없어서 서운했느냐 물으면 서운함은 전혀 없었다. 요즘은 학자금 대출로 졸업을 하고 취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된다고들 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딸 셋 전부 빚 없이 대학까지 무사히 졸업시켜 주신 것만으로도 우리 부모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가족의 도움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결혼 준비 중에 언니가 냉장고와 청소기를, 동생이 TV를, 부모님이 세탁기와 에어컨을 결혼 선물로 사주셨다. 꼭 필요한 가전제품을 가족들 선물로 채워서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우리에겐 아주 큰 보탬이었다.      


 간소하게 꼭 필요한 것만 하되 필요한 것은 모자람 없이 준비했다. 예단이 오가지 않는 대신 가족들에게 옷 한 벌씩은 해주기로 했다. 그것만은 생략하고 싶지 않았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조금 어려웠던 점은 어머님의 부재였다. 고모님들 도움으로 할머니 손에 자란 그였다. 그가 얼마나 고모님들께 고마워하고 있는지는 속을 다 드러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 고모님들께 이불 한 채씩은 꼭 해 드리고 싶었는데 사촌 형님이 그러지 말라고 말렸다. 어머님이 계셔서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시면 그대로 따르면 되는 일인데 우리 뜻대로 하자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조금 곤란했다.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 이렇게라도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었다. 예단용 이불은 아니라 비싸지 않고, 감사함을 전하기에 모자라지 않은 걸로 준비해서 고모님들께 보내드렸다. 이불을 받으신 고모님들이 우셨다고 한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했다. 하지만 굳이 하지 말라는 걸 해서 고모님들 울렸다고 사촌 형님에게 한 소리 들어야 했다. 그런 점이 어려웠다.     


 어머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는 물은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었다. 4살 때 엄마랑 헤어지고 매년 생일에 한 번씩 찾아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중학교 때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만 어렴풋이 들었었다. 뭔가 사연이 있을 듯싶어 언젠가 때가 되면 이야기해 주겠지 생각만 했다. 

 예전에 술자리에서 사촌 형님이(형님이지만 나보다 어려서 나를 언니라고 불러준다) 물은 적 있다.

 “J 엄마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아요?”

 “아니요, 돌아가신 건 아는데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들은 적은 없어요.”

 “언니는 그런 거 왜 안 물어봐요? 그런 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결혼 생각을 해요?”

 “내가 물으면 답은 해주겠지만 먼저 얘기하지 않는 걸로 봐서 뭔가 사연이 있어 보여서요. 혹시 그게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면 굳이 알고 싶지는 않아요. 돌아가신 사유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결혼할 사람이라고 해서 그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다 알 필요는 없다. 몇 년 동안 내가 직접 보고 겪은 바로 나는 충분했다.     


  결혼 준비 과정 중에 제일 기대됐던 날이 드레스 고르는 날이었다. 예쁜 드레스를 입으면 얼마나 예뻐질까. 드라마에서 보면 커튼이 열리는 순간 남자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짜잔 하고 나타나는 장면이 늘 나의 로망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좀 달랐다. 드레스를 입었는데 전혀 예쁘지 않았다. 역시 드레스를 입어서 예쁘려면 얼굴이 예뻐야 했다. 드라마 속에 여자들이 드레스를 입어서 이쁜 건 원래 예쁜 여자들이기 때문이었다. 

 커튼이 짠하고 열렸을 때 그의 애매한 표정을 보았다. 기대보다 별로라 나 스스로도 당황했으니 커튼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도 당황했던 거였다. 내가 예상한 모습 그대로라 다행이었다. 그가 이쁘지 않은 내 모습에 이쁘다고 해 주었으면 그의 거짓을 보아야 했을 테니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입에 발린 말을 못 하고 자기감정을 충실히 표현하는 사람. 

정말 예뻐 보일 때만 예쁘다고 말하는 그의 입은 올바르고, 정말 사랑한다고 느낄 때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의 입은 정직하다.     





이전 08화 없는 게 없는 여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