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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말이 Jan 19. 2023

없는 게 없는 여자

 예정에 없던 차를 샀다.      


 자금이 충분치 않으니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그때 차를 사자고 협의했었는데 결혼 준비하러 다니면서 차 없이 다니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차도 좋아하고, 운전도 좋아하는 사람인데 나와 결혼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타던 차를 팔았던 사람인지라 그 정도는 양보하고 싶었다. 

 차를 살 때는 양보라고 생각했지만 결혼 준비하러 다니는 동안 그 차는 요긴하게 쓰였고, 그때마다 “어때? 차 사기를 잘했지?”라는 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듣게 되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주택담보대출로 1억은 충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은행에 서류를 제출해 보니 최대 대출 한도가 7,100만 원이라고 했다. 망했다! 예산에서 3천만 원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주택담보대출의 조건은 신혼부부 생에 첫 주택 혜택으로 고정금리 2.4%에 최초 1년은 이자만 상환하고, 나머지 9년 동안 원금+이자를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주택 담보 대출 외에 추가 대출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되었기에 금리가 좀 더 비싸더라도 2천만 원의 신용대출과 2천만 원 한도의 마이너스 대출까지 함께 받게 되었다.     


 최대한 마이너스 통장은 보조 역할만 하고, 신용대출은 1년 동안 분할 상환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당장 아이가 생긴다고 가정해도 그 아이는 10개월 후에나 태어날 거니까 아이를 낳기 전에 비교적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먼저 상환하면 될 일이었다. 

 앞으로 1년간 매월 190만 원 정도 되는 자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둘이 같이 벌어서 갚아나가면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결혼 예물은 생략하고 커플링을 나눠 끼기로 했다. 사려고 했던 가방도 목록에서 삭제하고, 한복도 빌려 입기로 했다. 


 “와~ 이제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빚도 있고, 남편도 있고. 나는 없는 게 없는 여자네.”

 빚지는 게 싫어서 카드 결제도 무조건 일시불만 하던 나였는데 결혼을 진행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빚쟁이가 되었다.      


 집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던 나는 리모델링은 전적으로 그에게 맡겼고 나는 자연스럽게 자금 담당을 맡았다. 자금 담당자로서 그에게 1천만 원 한도 내에서 수리해 달라고 예산을 짜 주었는데 오래된 아파트라 전체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1천만 원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새시는 그냥 있는 걸 사용하고 내부 리모델링만 하면 안 될까? 비용이 늘어날수록 좀 부담이 되는데.”

 “지금 이 집에다 돈을 들이기 싫어도 꼭 해야 하는 게 새시교체랑, 욕실 리모델링이야. 집에 돈을 쓰고 싶지 않다면 싱크대는 약품으로 닦아서 새것처럼 만들어 줄게. 자금이 부담되면 새시, 욕실, 도배, 장판만 하자.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니 내부 인테리어보다는 살기 불편하지 않게 손 봐야 해. 혹시 새시 열어본 적 있어? 너무 뻑뻑해서 잘 열리고 닫히지도 않던데.”


 집의 오래된 느낌을 지우고 싶었던 나는 결국 자금을 좀 더 풀어서 원하는 대로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다. 살다 보니 결국엔 그의 말이 맞았다. 새시를 새로 한 덕분에 한겨울에도 집안 보온이 잘 되었다. 보일러를 최소한으로 돌려도 집 안이 훈훈했고 옆집은 겨울에 베란다 수도가 얼어서 고생을 했다는데 우리 집은 한파가 와도 수도가 언 적이 없었다. 


 작업이 진행되는 며칠 동안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퇴근 후 부천집에 들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업체에서 어련히 알아서 잘해줄까. 힘들게 뭐 하러 매일 서울에서 부천에 들렀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

 “집주인이 매일 체크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업체에서도 대충 하지 않고 더 신경 써 줄 거야. 하자가 발생한 경우엔 다른 작업이 진행되기 전에 바로 요청해서 A/S도 받아야 하고.”

 실제로 페인트 작업을 한 날 가서 보고 제대로 안 된 부분을 지적해서 페인트 작업은 한 번 더 진행되었다.


 밝고 블링블링 한 걸 좋아하는 나는 신혼집답게 화사하게 리모델링하기를 원했으나 깔끔하고 심플한 걸 좋아하는 남편은 차분한 그레이톤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도 남편의 의견이 옳았다. 언니와 동생도 리모델링 관련해서는 내 의견은 조금도 반영시키지 말라고 당부했다.      


 집이 변해가는 동안 고려했던 예산에서 소소하게 추가되는 비용들이 있는데 해 본 결과 그런 데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예를 들어 욕실에 해바라기 수전을 추가하면 15만 원, 부엌에 헤드가 뽑히는 수전으로 변경하면 10만 원, 욕실과 부엌에 정리대가 추가되면 각각 10만 원…. 이런 식인데 추가 요금이 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돈 조금 아끼자고 옵션을 생략하면 살면서 불편해진다. 살다가 불편해서 다시 수리 좀 할까 생각이 들면 비용이 더 들고, 훨씬 번거로워진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집을 보니 정말 대단한 변신이었다. 괜히 돈 들여 리모델링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인테리어가 거의 완성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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