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잠시 멈춰 선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아주머니
치악산 꼭대기에 살며 키운
부추와 깻잎을 권한다
처음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또 붙들릴까 싶어
단호히
너무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돌아서는 뒷모습에
내 안의 양심이 문을 두드렸다
"혹여 상처 준 건 아닐까."
나는 발걸음을 돌려
부추와 깻잎을 사들고 차에 실었다
그러나 집에 와서 본 부추는
이미 심이 딱딱하게 굳어 먹을 수 없는 것
다듬다가 손에 시퍼런 물이 배기고
살릴 것들이 별로 없는 부추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양심은 나를 움직였지만
결국 또 속은 기분에 언짢아졌다
이것이 선량함인가
이것은 미련인가
이제는 다시 속고 싶지 않다
다짐하면서도
또 속더라도 양심을 따라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 묻는다
양심이란 무엇일까
한 번은 나를 부끄럽게 하고
한 번은 나를 위로하면서도
끝내 불편하게 남아
오래도록 나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