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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쓰는 하루처럼

by 서원



이십 대에는 쉰아홉까지

살고 싶었다

예순이란 숫자는 너무 많아 보여서


예순이 되니

내가 생각해 왔던 것과 달랐다

그래서 늘 꿈꿔왔던

글을 쓰고 싶어졌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너무 늦진 않았을까

과연 잘 쓸 수 있을까

그냥 여행이나 다니며

편히 살면 될 것을

괜히 머리 아프게 쓸 필요 있을까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 나이에 시작하는 게 맞을까

그저 허영은 아닐까

'까' '까' '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찾고 싶은 욕구는 커져만 갔고

글로 옮기는 작업시간이 늘어갔다


할수록 속이 비워지며 홀가분한 느낌

하지만 그때 나는

한 가지를 알지 못했다

시작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걸

다만 결심하면 되는 일


마흔은 바빠서 못했고

쉰은 여유가 없었고

예순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 안의 문을 열 여백이 생겼다


그때 느꼈다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걸

주위가 사라지고

마음이 고요해졌을 때

누가 보라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결과를 위해 달리는 것도 아니다


예순이라는 나이는

세상이 붙여놓은 숫자일 뿐

내 마음은 지금

어쩌면 스무 살 보다 더 투명하고

더 단단하고

더 진지하다


나는 지금

조금 느리지만 조심스럽게

나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매일이

처음 쓰는 하루처럼 소중하다


마흔이 아니어도 괜찮다

예순의 내가

지금의 나를 증명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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