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필요하다면 이렇게 하세요.
책을 출간하기로하고 책을 쓰는 와중에 한 가지 멋쩍은 고민이 하나 생겼다. 바로 책 출간 시 필명을 쓸 것인가 본명을 쓸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책을 내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문제가 아닐까 싶다.
애초에 나는 SNS활동을 익명으로 시작하였고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다소 즉흥적으로, 진담이라는 필명을 만들어서 사용했다. 하지만 내 생에 첫 책을 내는 입장이 되자 내 이름 석자를 당당히 알려볼까? 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도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일까?
당신이라면 본명과 필명 중 무엇을 택하겠는가?
본명으로 책을 낼 경우 가장 큰 단점은 무엇보다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내 존재를 완전히 드러내야 한다는 점이다. 본명이 아닌 익명, 그러니까 필명이라고 하는 가짜 이름 뒤에 숨어서 활동하는 것이 어쩌면 조금 비겁하고 아쉬운 선택일지도 모르겠으나,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제2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점도 많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세이를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코 '용기를 내는 일'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아시다시피 에세이는 '나'의 일상과 경험을 다루는 장르이다. 나 또한 고시원 이야기를 쓰면서 고시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 아이가 아파서 하늘을 끝없이 원망했던 일, 그로 인해 고시원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일,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난하고 고생스러웠던 20대의 이야기, 원룸을 전전하며 서울살이를 하며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 등등 에세이를 쓰면서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곱씹었고 힘겹게 써 내려갔다.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가기까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개인사를 드러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만일 본명으로 책을 냈다면 마음의 장벽을 넘어서는 것이 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 책을 냈고, <고시원, 삽니다>라는 내 책을 접한 독자들은 하나 같이 책 속에 작가인 나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어서 좋다는 말을 해주었다.
SNS 이웃으로 지내며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수년간 알고 지낸 온라인 지인들은 지금까지 나를 알고 지낸 시간 보다, 이 책 한 권을 통해서 진짜 나의 모습을 알게 되었고 가까워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였는데 나는 그 말이 참 듣기 좋았다.
많은 독자님들은 후기를 통해 나의 에세이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소설처럼 느껴진다는 평을 주셨는데, 스토리 중간중간 등장하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마치 드라마 속 또 다른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느낌을 준다는 과분한 평을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후기를 들을 때면, 그래도 용기 내어 나의 이야기를 쓰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나의 부캐, 진담이라는 필명이 한몫한 것 같다.
내친김에 잠깐 나의 필명을 소개해보겠다.
[진담]의 사전적 의미: 진심에서 우러나온, 거짓 없는 참된 말
진담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진솔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으로 진담이라는 필명을 만들었다.
- 진솔하다: 진실하고, 솔직하다
- 담담하다: 차분하고, 평온하다.
남들처럼 가방끈이 뛰어나게 길지도 않고, IQ가 엄청 높다거나, 어마어마한 재산이 있다거나 하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기에 내가 내세울 것이라고는 결국 그것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기 위해서는 결국 진정성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사람 인생이 이름을 따라간다고 했던가?
나의 글도 점점 필명을 따라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다 보니,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얻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본명과 필명.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상황과 마음가짐일 것이다.
본인에게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을 닮은 이름으로.본명이든 필명이든 그 이름 석자가 부끄럽지 않게 글을 쓴다면 무엇이 중할까.
추천사 -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작가
프롤로그 - 하루 2시간, 주 4시간만 일하고 1천만 원 벌 수 있다면
제1장. 황금알 낳는 고시원 삽니다
결국 돌고 돌아 고시원
고시원 사업에 끌릴 수밖에 없는 여섯 가지 이유
5천만 원 할인해드립니다
고시원 중개인은 죄다 사기꾼?!
고시원장이 뭐 어때서요
그래, 너로 정했어
이것은 창고인가, 원장실인가
제2장.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몽클레르와 롤렉스를 걸친 허세남의 정체
끝없는 민원 지옥 대오픈!
제발 5만 원만 올려주세요
먹는 음식까지 초라하란 법은 없다
우리 고시원에 우렁각시가 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거짓말
날고 싶은 기러기 아빠 윤 씨 ① - 제가 정말 이럴 사람이 아닌데
날고 싶은 기러기 아빠 윤 씨 ② - 제발 당첨되게 해주세요
날고 싶은 기러기 아빠 윤 씨 ③ -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심
제3장.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저희 고시원 사실 별로예요
도마뱀이라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여기서) 죽지 마
10년째 고시원 사는 슈퍼맨 ① - 최장기 최저가 거주자의 출몰
10년째 고시원 사는 슈퍼맨 ② - 불편한 공존의 시작
10년째 고시원 사는 슈퍼맨 ③ - 갑을 관계의 붕괴
10년째 고시원 사는 슈퍼맨 ④ -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관계
제4장.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
다시 들어와야 할 것 같아요
제발 그 사람을 살려주세요
주인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중국 대사관에서 일한다고요?
미국에서 온 멋쟁이 할머니 ① -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군요
미국에서 온 멋쟁이 할머니 ② - 담배와 기주떡을 좋아합니다
미국에서 온 멋쟁이 할머니 ③ - 힘들수록 보고 싶은 그 얼굴
제5장. 2평짜리 고시원도 기꺼이 집이 될 수 있다면
고시원 원장은 삼복을 타고 태어난다
집에는 기분 좋은 추억이 담긴다
열등감으로서의 집, 디딤돌로서의 집
타인은 지옥이 아니다
에필로그 - 경제적 자유를 위해 고시원을 운영하며 깨달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