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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담 Nov 04. 2024

일 육아 사업 자기계발까지. 글쓰기는 언제 하냐고요?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 출간일지

워킹맘이 출간을 한다고 하니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아이 둘 키우고 회사 다니고 육아하고 사업하고 자기 계발까지. 출간 계약을 하고 집필을 한다고 이야기하자 신기하리만큼 비슷한 질문들이 돌아왔다.


- 도대체 글은 언제 써요? 그게 가능해요?

- 그러게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언제 어떻게 무엇을 써야겠다. 하고 미리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노트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는 그 행위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져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지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더라? 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사람들 말처럼 나는 다양한 일을 해내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헌데글 쓸 시간은커녕 밥 먹을 시간도 없어 보이는데 누군가는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만일 두 사람 처지가 불공평하게 월등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 비슷한 조건이라면 도대체 이 시간이라는 놈은 어째서 누군가에게만 풍족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숨 막힐 듯 돌아가는 워킹맘 작가의 하루 일과


나는 마흔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워킹맘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챙기다가 남편 또는 시어머님께 급하게 뒤를 부탁하고(?) 일터로 부랴부랴 나간다. 꼬박 한 시간이 걸려 지하철+버스를 타고 출퇴근을한다. 아침 9시쯤 회사에 출근하고 6시~7시 사이에 퇴근을 한다. 늦어도 저녁 7~7시 30분 사이에 집에 도착하는 일과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지원과 도움이다)


사실 회사에서는 회사 일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할라 치면 여기저기서 밀고 들어오는 이슈와 일거리들이 넘쳐나니 말이다. 그래도 가끔 쉬는 시간이 주어지거나 바쁘지 않으면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책을 읽기도 하고 글감을 메모하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히 힘에 부칠 때가 많다.


집에 오면 일단 밥을 후다닥 해치우고 샤워를 한 뒤, 두 아이들을 챙기고 밤 9시에는 무조건 잠자리에 들게한다. (사실 나에게 정말 부족한 것은 글 쓰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과의 시간인듯) 천만다행인 것은 우리 아이들은 1세 때부터 지금까지 9시 전에 무조건 밤잠에 드는 일상이 습관화가 되어 있다. 일찍 재우는 게 성장에 좋을 것 같아 어릴때 부터 수면 습관에 큰 공을 들인 탓이다.


그로 인해 나는 육퇴 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신의 한 수였다.



2년 전에도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었지만 그때는 달랐다.


생각해 보면, 이미 나에게 주어진 육퇴 후 시간은 늘 거기에 있었다. 2년 전의 나에게도, 3년 전의 나에게도, 4년 전의 나에게도 말이다. 하지만 정확히 2년 전, 그러니까 글을 쓰기 이전으로 타임머신을 되돌려보면 나는 늘 '시간이 없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것이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시간이 없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고 집에 와서 전투적으로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나는 나만의 휴식 시간을 즐기기 바빴다. 밀린 TV프로그램도 봐야 하고, 야식에 맥주도 마셔야 하고, 가끔은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기도 해야 했으니 말이다(시간이 있을 리가.)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삶의 루틴은 완전히 달라졌다.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특히나 집필을 하는 동안 나의 모든 시간은 오로지 '글'을 향하고 있었다.



하루 1시간만이라도 글쓰기로 휴식을 가져보자.


아이들을 재우고 12시나 새벽 1시에 잠에 드는 편인데 짧으면 한 시간 길면 세 시간가량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는 것에 집중했다. TV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은 당연히 일절 보지 않았다.


워낙 술을 좋아해서 한동안은 기어코 육퇴 후 맥주를 마시기는 했으나, 외부 약속은 아예 잡지 않았다. 술이 먹고 싶은 날에는 노트북 옆에 한 캔을 꺼내 놓고 홀짝홀짝 마시면서 글을 쓰기도 했다. 과거에는 술이 주인공이었다면 지금은 글이 주연이고 술은 조연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어떤 날은 정말 글쓰기가 싫거나 안 써지는 날도 많았다. 그럴 땐 그냥 노트북을 켜 두기만 했다. 일단 노트북을 키는 것은 일종의 시작을 알리는 스위치와 같다. 웹서핑도 하고 음악도 듣고 기사도 본다. 그 앞에서 책도 읽고 맥주도 마시고 카톡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르거나 쓰고 싶은 마음이 들면 한 문장 두 문장이라도 적어내려 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글쓰기는 나의 '휴식'이 되었다. 글쓰기는 노동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과 노력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일이지만 나는 TV나 유튜브 대신 글쓰기를 했고, 술과 만남 대신 또 글쓰기를 했다. 만일 이것을 굉장한 예술적인 작업이라거나 혹은 엄청나게 대단한 일로 여겼다면 아마도 힘들었을 것이다.


누가 글쓰기를 하라고 강제로 등을 떠민 적은 없다. 또한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오늘 못쓰면 내일 쓰면 되고 내일 못쓰면 또 그다음 날 쓰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하루 미루다 보면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1년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의 관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나의 유일한 휴식처로 만들었다. 그저 즐겁게 가벼운 마음으로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쓰는 것. 쓰면서 즐겁고 안 쓰면 허전한 기분이 드는 것. 무엇이라도 한 줄 써놔야 비로소 오늘 내가 누려야 할 휴식을 온전히 누렸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 그것이 아마도 내가 바쁜 와중에 글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


그러니까 여전히 늘, 글쓰기를 할 시간이 부족한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이왕이면 즐겁고 기쁘게 쓰자고 말이다. 그저 매일매일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듯, 자연스러운 일상의 글쓰기를 해나가길 바란다.




그렇게 2년 가까이 꿋꿋이 써내려간, 워킹맘의 고시원 사업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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