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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군 Apr 21. 2024

우울증 경단녀는 뭘 먹고살 수 있을까?

6년 차 경단녀가 할 수 있는 것들/ 남편 노동청 신고 결과

*6년째 우울증을 돌봐오고 있고 어쩌다  잘못된 선택으로 전재산도 날렸지만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하는 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전재산을 날린 이야기는 6화를 참고해주세요)


꽉 찬 5년의 경단시절이 가고 이제 6년 차가 되었다.


그간

우울증/ 불안/ 불면증 등등으로 침대에만 누워있느라 주부로써도 빵점이고, 할 줄 아는 거라곤 블로그에 글자 몇 개를 찌그리는 게 다였다. 그마저도 깊이 있는 블로그 선배님들의 글을 보면, 내가 이걸 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어 불안만 했던.



남편 노동청 신고

결과


먼저 남편의 노동청 신고 결과를 궁금해하실 것 같아 말씀드리고 싶었다. 지난해부터 남편회사가 어려워져 월급을 받지 못해 단체로 노동청에 신고를 하며 최근까지도 이 일로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듯, 하나둘씩 조금씩 지나가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동안 못 받았던 2달치 중 임금을 일부 받을 수 있었고, 나머지 임금은 민사로 가기로 했다. 다음스텝으로 넘어간 것만 해도 감사하다. 마이너스 통장이 일부 적어지니 마음에 그래도 안도가 찾아왔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 둘 다 백수에 매달 고정 생활비 180만 원은 어찌나 여과 없이 나가던지 그동안 마이너스 통장을 보고 있자면 손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1. 이마트에 지원해 보자!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작년에 스타벅스를 너무 일찍 관둔 내역이 남아 있는지 신세계는 이제 나를 외면하는 느낌이다 허허 허긴.. 그래, 나 같아도 안 뽑을 듯.


2. 취업을 해보자!

이것도 실패를 향해 가는 느낌이다. 누가 5-6년 차 경단녀를 디자이너라고 뽑을까! 그래도 꾸준히 지원은 하고 있는 상태인데 당연히 면접 연락건수는 0이다. 그래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현타를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3. 블로그 알바를 하자!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면, 꾸리고 있는 블로그 운영 능력을 활용하는 게 가장 현재의 나에게 잘 맞는 일이겠구나 싶었다. 쿠팡도 젊은 친구들 위주로 많이 뽑고, 간단한 디자인 알바도 구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 한 업체와 인연이 닿아 연락을 주셔서 현재는 한 브랜드의 블로그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재택에 하루 2시간 정도 일을 하는 거라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 감사하다.


그리고 체험단도 꾸준히 지원하고 내 블로그에 리뷰를 하고 있어서 블로그 마케팅운영까지 합치면 (그래도 적지만) 용돈이상정도는 되고 있다. 더불어 운이 좋게도 남편도 자신의 관련분야에 스카웃이 되어 현재는 일을 적응 중에 있다.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는


신기하게도 일을 하고 나니 불안이 조금은 감소했다. 생활비에 대한 불안이 있었는데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안정이 되었던 거다. 그리고 나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확인을 하게 되니 자신감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공허했던 마음이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부러워!!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물론 동창생들에 비하면 턱없고 말도 안 되는 월급이지만,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하다. 그리고 나도 친구들처럼 내 밥벌이를 더 늘리고 싶고 당당해지고 싶다는 어떤 부러움과 경쟁심 같은 것이 생기기도 했다. 이건 무척이나 놀라운 변화다. 특별히 부럽거나,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감정을 느끼는 게 나이게도 가능해졌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달까? (5-6년간 거의 없던 감정이라)


한 번에 무언가가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그건 몹쓸 욕심이라는 건 잘 알고 있기에 하나씩 뭐든 해보려 한다. 나의 이야기를 웹툰으로도 보여주고 싶고, 작은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AI가 그림의 영역을 위협하더라도, 그림을 그리면서 얻어지는 정서안정과 힐링은 가져다줄 수 없기에 그림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금 그리는 그림은 거진 낙서 수준이라 구독자분들에게 죄송해요 ^_ㅠ)


실제로 내가 이렇게 행동하기까지 만 번이 넘는 결심과 주저 주저함이 필요했다. 남편이 답답했을 텐데 그래도 기다려준 그 마음만큼은 꽤나 고맙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우울증이 한참 심했을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것에서 오는 변화조차 불안하고 힘들었는데,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다.


모쪼록 지금이 힘든 분들이 계시다면 무리하지 마시고 할 수 있는 한에서 부담 없는 것들을 찾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직 이것도 전이라면 그저 마음을 편안하게만 가져가실 수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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