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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월 Oct 21. 2024

Q.어떻게 해야 서평을 잘 쓸 수 있나요?

A.그쪽 마음대로 쓰세요

  서평은 여느 산문보다 난이도가 낮아 시작하기 쉽다. 산문은 쓰려고 마음먹으면 무슨 주제로 써야 할지 정하는 일도 한세월이고, 주제를 정하더라도 글의 목적에 따라 써 내리는 일도 까다롭다. 하지만 서평은 가장 어려운 '주제'와 '글의 목적'이 정해져 있다. 소재로 쓸 책과 이 책에 대한 소개. 그리고 '이 책을 읽어봐라.' 혹은 '이 책은 읽을 필요 없다.' 둘 중 하나로 내려지는 끝자락. 다시 말해, 가장 어려운 시작과 끝이 모두 정해져 있는 글쓰기이기에 정해진 양 끝단의 점을 자기만의 색으로 잇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점 사이의 선은 자신의 성격이나 원하는 바대로 쓰면 된다. 자신에게 유익했던 내용을 나열해도 되고,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쭉 적어도 좋다. 다만 주의 사항은 객관적인 책에 관해서 쓸 게 아니라 [나에게 이 책은 어떠했는가?] 이다. 애초에 객관은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사람들은 그런 걸 바랬다면 유명 평론가도 자그마한 서평가의 다락도 아닌 위키나 뒤져보고 있었을 것이다. 서평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내가' 책을 읽고 쓰는 서평이라는 것이다. 나와 동질감을 느끼거나, 나와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가졌거나. 나와 달리 책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내가 쓴 서평은 얼마든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들은 공감하고, 새로운 관점을 열고, 낯선 것에 새로운 흥미를 느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서평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은 선택은 자신의 취향과 생각, 경험을 가능한 선명한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감정과 경험을 글로 만들어낸다는 것 또한 상당히 어려운 일이긴 하다. 구름처럼 존재하는 것은 느껴지지만 제대로 잡히지 않는 감상을 물처럼, 그리고 얼음덩어리처럼 바꾸어내는 것이니까. 누구라도 내가 느낀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하지만 이게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한들 서평을 쓰는 사람에겐 이를 해결할 아주 좋은 공부 거리이자 참고 자료가 코앞에 있다. 이미 서평가는 글을 쓰기 위해 생각과 감정, 심지어 상상을 전달하는 책들을 읽지 않는가. 쓰기 위해 읽고, 읽기 위해 쓰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 자기 자신을 선명하게 글에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 진짜 별로인 책은 어떻게 하죠?


  서평을 쓰다 보면 종종 들었던 고민이 '이 책에다가 비판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다.

  만일 빠르게 다른 좋은 책을 찾아서 소개해 문제 자체를 회피할 수 있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책을 찾고 읽는데 시간과 비용이 적잖게 드는 만큼 이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아까운 책이라 한들 책의 내용을 쥐어짜 내다 보면 인상적인 인사이트가 한두 개는 나오는 데, 그 한두 개의 이점 때문에 이 책이 좋다고 하기엔 또 어려우니 결국 인사이트와 함께 책에 대해 아쉬운 소리도 하는 것이다.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은 단순하다. 내 마음대로 적으면 된다. 아쉬운 부분은 아쉽다고, 그럼에도 좋은 부분은 좋았다고. 책을 낸 사람 입장에서도 비난이 아니라 이런 솔직한 비판은 감정이 상하긴커녕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실마리이니 읽고 이런 피드백까지 남겨주는 건 감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읽을 책을 찾으러 온 사람들 입장에서도 장단점 모두 명확하니 책을 고르는 데 더 확실한 도움이 될 건 뻔한 이야기고.


  애초에 내게 좋지 않았던 책도 타인에게는 좋을 수 있고, 내게 좋았던 책이 타인에게 나쁠 수도 있다. 이런 애매한 호불호의 영역에서 서평가는 좋지 않았던 책을 '이 책이 쓰레기다!'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겐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었다'라고 말하고, 내게 좋았던 책은 '~부분이 나에겐 좋았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돌고 돌아 결국 초등학교에서 독후감을 쓸 때 선생님께서 해주실법한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다. 타인의 시점 '객관'이 아닌, 오로지 내 느낌과 경험 '주관'에 초점을 두는 것. 그렇게 '객관적인 평가'같이 실체 없는 객관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게만 된다면 더욱 자유롭고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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