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월 Aug 13. 2024

나는 돈을 못 벌어도 이 일이 좋아

왜 서평 쓰는 일을 해요?

  나는 왜 서평 쓰는 일을 하고 있을까.


  평소 잠들기까지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 때문인지 그래서인지 유독 잠과 현실의 경계에 있을 때 생각이 많이 든다. 여러 잡생각들 사이에 스치듯 꽂힌 생각. "난 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취직하고 월급 받는 삶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이 길을 가고 있는 걸까."

한번 심어진 의문은 간신히 드려던 잠까지 쫓아내며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체온에 데워진 이불을 치우고 책상 앞에 앉아 타이핑을 시작했다.


  모든 시작이 그렇듯 내가 서평을 쓰기 시작한 것도 별 것 아닌 이유였다. 무지에서 이어진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이상적인 삶'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쫓으면 언젠가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바람들을 위해 책을 주구장창 읽어도 모조리 잊어버리니 핵심만은 잊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막연히 더 나은 삶을 바라며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 자체로 내 이상적인 삶이 되어 있었다. 나의 '꿈'은, 평생 읽고 쓰며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삶이다.


  그러면 하던 대로 적당히 하면 될 텐데 왜 직접 쓴 책을 출간하려 하고 블로그 검색 알고리즘을 끌어모으기 위해 머리를 싸매며, 영상 편집을 독학해 가면서까지 뭔가를 더 하고 싶은 걸까. 십 년 전 영어 과외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어차피 해답은 문제 안에 있다고. 내가 계속 늘려가는 일은 결국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토록 책이 좋아서 집에만 박혀있는 나는, 책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같이 즐기고 싶어 주변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은 다른 사람들도 아이돌의 매력을 알아주었으면 해서 아이돌의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공유한다. 자산을 마련하기에 정말 좋은 제도를 알아낸 청년은 비슷한 처지의 친구 혹은 동료에게 공유해 함께 더 좋은 미래를 그릴 수 있길 바란다. 어떤 노인은 자신이 깨달은 삶의 경험을 젊은이들이 배워 더 좋은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더 생기길, 내게 유익했던 것의 가치를 진심으로 알아봐주는 이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 나도 딱 그런 마음에서 서평을 쓴다. 고작 흰 종이에 적힌 검은 글자만으로 전혀 다른 시간과 세상에 몰입할 수 있는 세상이. 내 상상력과 작가의 상상력이 덧씌워져 그려내는 장면들이 머릿속 가득히 꾸며진다. 옛 철학자들과 선인들, 연구자들이 당장 내가 겪고 있는 사소한 고민부터 커다란 결함을 똑같이 느꼈고, 노력 끝에 찾아낸 해답이 아득한 시간을 넘어 내게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이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 수 있는 글의 매력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길 바란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이런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글을 읽을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글을 쓰고,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든다.

이전 12화 취업 태풍 속 프리랜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