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산타가 있는 게 틀림없어.

by 윤모닝





주말 토요일 데이.

새벽 다섯 시 이십 분.

밤새 내달린 누군가의 부릉부릉으로

겨우 눈 붙인 2-3시간 쪽잠에

일어나서도 멍~ 하게 20분을 앉아있다가

그제야 정신 차리고 씻는다.



그렇게 멍~하니

밥 같은 곰탕 쌀 국수 반 그릇 영혼 없이 후루룩 삼키고

근무 후 오랜만에 후배 만날 약속을 고려한 편한 옷 골라 입고서

소화 안된 부른 배 달래 가며 차에 올라타,

장마와 비안개로 뒤덮인 새벽 출근길을 달린다.



환자 파악을 재빨리 끝내고

빠르게 라운딩을 갔다가

달달한 아이스커피 만들어먹으며

예감 좋은 그런 느낌으로 여유를 즐기려고 했는데

상태가 안 좋은 환자를 넘겨받고서

예상과 다르게 바쁨의 소용돌이가 시작된다.


8시간 동안 휴대폰을 볼 틈 없이 빽빽해진 근무.

오후 세시까지 꽉 채운 근무를 끝나고

다 못 먹은 아이스커피대신

시원하고 달디단 물 벌컥벌컥 마시며

그제서야 폰을 들여다본다.



같은 병동에서 일하는

한 조무사님으로부터 온 문자메시지 그리고 사진 한 장.


반찬하는 김에 생각이 나서

내 몫까지 더 만들었다며 수줍음 한 스푼과 함께

선물을 넣어두고 가셨다.


병동 냉장고 안

캔음료 틈에 놓인

내 이름 적힌 불룩한 보냉백 하나.

그 안엔 비닐백에 따로 쌓인 주먹만 한 반찬들.


동그란 삶은 감자 두 개,

산더미 같은 멸치 볶음,

간장 콩조림, 쥐포양념무침 그리고 깻잎 장아찌.


반찬 요즘 많이 비쌀 텐데..

그 반찬을 만들면서 아니 재료를 사면서

나를 생각하고 더 사두셨다는 거잖아..

만들기 전부터 나를 생각해 주셨다는 거잖아..


더구나 내 근무까지 미리 알아두시고

냉장고에 두고 가셨다는 거잖아..



여름이 언제 오려나 했던 오월.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호시탐탐 타이밍을 물어보시더니

빈병실에서 열린 점심파티에 초대해 주셨고

그동안의 금식이 무색할 만큼

따뜻한 집밥을 먹이셨다.


그때 조무사님, 지원선생님들이 만들어준 반찬을

밥 2그릇과 함께 뚝딱 비웠던 걸 기억하시고

나를 위해서 반찬을 만들어 주셨던 것이다.


그동안 집반찬들이 그리워졌었는데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이 마음을 누군가 알아줄 줄이야!

너무 감사하고 감사한 오늘.


마치 산타에게 착한 일을 해서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한 선물이다.



여름에도 산타가 있는 게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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