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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모닝 Feb 01. 2024

컴플렉스와 그림자

책 ‘카를 융 인간의 이해(가와이 하야오)'






컴플렉스란,


 융은 컴플렉스를 ‘감정에 의해 채색된 복합체’라고 불렀다. 이 컴플렉스는 하나의 공통된 감정에 의해서 뭉쳐있는데 그것은 심적외상의 중심이 될만한 핵을 가지고 있다. 융에 의하면 그 핵을 담당하는 것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1) 자아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억압당하고 있던 경험이며, 또 하나는 2) 개인의 무의식 안에 내재해 있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의식화된 적이 없는 내용이다.


 컴플렉스안에 비축된 감정이 강력할수록 흡입력도 커서 조금이라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은 컴플렉스 안으로 끌어당겨서 스스로 거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컴플렉스는 자아가 충분히 경험하기를 부정했던 감정에 의해서 채색되고 강화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른바 ‘열등감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서’ 행하는 교육적 배려는 오히려 열등감 컴플렉스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한다.




컴플렉스에 대처하는 자아.


 한편 컴플렉스에 대처하기 위해서 자아는 여러 가지 방법을 취하는데, 이를 ‘자아 방어기제’라고 부른다.

1) 동일시 2) 반동형성 3) 투사


 1) 동일시란, 어딘가에서 컴플렉스와 자아가 동일시 되어 자아가 컴플렉스의 영향 하에 놓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유아기부터 동성의 부모를 매우 비판적이고 공격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성인이 된 다음에 문득자신이 그렇게 싫어하고 반발했던 부모의 사고방식이나 삶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거나 쓴웃음을 짓는 경우.


 2) 반동형성이란,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가 자신의 부모의 양육 방식을 비판한 나머지 반대로 자신의 아이를 지나치게 방임하는 실수를 하는 경우.


 3) 투사란, 자기 안에 있는 컴플렉스를 인지하기를 회피하고, 그것을 외부의 무언가에 투사해서 외적인 것으로 인지하는 경향. 권위적인 사람에 대해 컴플렉스가 있었던 사람이 실제적으로 권위가 있는 친절한 사람을 만났을 때, 충격을 받은 자신의 내면에서 컴플렉스를 인지하고 혼란스러운 재통합의 과정을 거친 뒤, 그 사람과 관계를 잘 이어가는 경우와 같이, 컴플렉스에 대해서 투사를 사용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무의식과 현실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컴플렉스를 인지하고 해소하는 경우, ‘투사의 되돌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컴플렉스의 내용을 자아 안에 통합해 가는 과정은 항상 복잡한 경험을 동반한다. 하지만 컴플렉스를 해소하고 싶다면 그것과 대결하는 수밖에 없다.




융이 바라보는 컴플렉스.


 융은 콤플렉스라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컴플렉스 자체는 항상 부정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며 노력을 통해 자아 안에 통합되면 건설적인 의미를 가진다. 컴플렉스는 그 자아에게는 부정해야 할 대상으로 보이고 파괴적인 공격성이라고 받아들여지기 쉽지만, 그것이 자아 안에 통합되면 오히려 바람직한 활동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융은 컴플렉스의 부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숨은 긍정적인 면을 찾고, 외적으로는 병적인 증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은 건설적인 자아의 재통합 노력이 드러난 현상이라고 이해했다. 우리는 컴플렉스가 얼마나 많은지에 집중하기보다 그때그때 나타나는 컴플렉스 현상을 피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보았던 것 안에서 빛을 발견하고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한 실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림자란,


 개인이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든 심적 내용을 의미.

우리의 의식에는 일종의 가치체계가 있으며 그 체계와 양립할 수 없는 무의식 아래에 억압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얌전한 성향의 사람이 조금이라도 공격적인 성향의 다른 사람을 봤을 때 그 의식체계를 위협하는 나쁜 것으로서 거부하는 경우.



그림자에 대처하는 자아.


 그림자를 인지해서 동화하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투사 기제를 사용하게 되고, 자기 안에 있는 인정하기 싫은 그림자를 타인에게 투사하고, 무조건 나쁜 것은 타인이며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지나치게 강하게 억압되어서 자아와의 교류가 끊긴 그림자는 점점 강력해져서 스스로 하나의 인격이 되어서 자아에게 반격을 가한다. 그림자의 자율성이 높아져서 자아의 제어를 넘어 돌발적인 행동을 통해 밖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가장 극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사례가 ‘이중인격’이다.



그림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그림자가 항상 악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부정적으로 봐왔던 삶의 방식이나 사고방식 안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의식 안에 동화시켜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융은 분석을 통해 거치게 되는 이러한 과정을 자아 안에 그림자를 통합해 나가는 과정으로 여기고 중요시했다. 하지만 스스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결점이나 부정적인 면을 알고, 그것에 직면해서 그 안에서 긍정적인 점을 이끌어내면서 살고자 노력하는 과정은 상상 이상의 고통을 동반한다. 그림자를 통합한다는 말은 쉽게 들릴지 몰라도, 막상 하려고 하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부정적인 부분에 직면해서 동화해 가려고 노력할 때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될 때가 많다.


 이전에 내가 ADHD 진단을 받고 좌절하고 있을 때 가깝게 지내던 한 지인에게 어렵게 이 사실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나는 감정유형이고 이 사람은 사고유형이다.). 나는 너무 우울하고 낙담한 나머지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옆에 있어주는 그런 위로를 바라고 있었는데 그 지인은 나에게 ADHD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실질적인 도움이 담긴 유튜브 영상 링크를 보내준다거나 ADHD에 대해 서술한 책을 선물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런 식의 도움이 낯설기도 하고 내가 겪고 있는 이 문제가 꼭 고쳐야만 하는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 들게 만드는 것 같아서 그 진심을 바로 헤아릴 수 없었지만 나중에서야 그것이 나에게 해결책을 줌으로써 그 감정에서 벗어나게 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나의 그림자(사고유형)가 표현하는 사랑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 내가 주고 싶은 것만을 선물해 왔다면 이 이후에는 그 사람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선물을 생각하고 고르게 되는 긍정적인 작용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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