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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집사 Aug 03. 2022

내가 만드는 푸드매거진

셀프 푸드매거진이 진짜 잡지에 실리기까지

대학생 시절부터 잡지회사에 다녀보고 싶다는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그 로망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인해 더욱 증폭됐고, 뭣도 잘 모르면서 그냥 멋있어 보여서.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곧잘 하니까 잘 맞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었다. 그래서 글 쓰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학 생활 중에는 대외활동으로 기자단 활동을 많이 했으며,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진솔한 이야기는 에세이처럼 써보기도 했고, 취미로 칼럼니스트 활동을 하며 주기적으로 온라인에 문화, 예술 관련 글을 게재한 적도 있다.


그러다 우연히 대외활동의 연장선으로, 실제 잡지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기회를 만났다. 꿈꾸었던 패션잡지사는 아니었지만 대학생들이 보는 유명한 잡지사였다. 다양한 20대의 이야기와 대학생, 대학교, 대외활동, 취직 및 인턴 공고 등의 내용을 실었다. 에디터가 되어 잡지의 몇 페이지를 직접 담당해보니 확실히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잡지의 한 페이지를 위해 글, 사진, 취재, 정보제공 등 각 분야의 많은 이들과 협력을 맺고, 마감기한에 민감했으며, 글은 사소한 단어 한 두개 차이로도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 매거진 특유의 시크한 문체를 배웠고, 지루한 글이 아니라 읽고 싶게 만드는 글이 무엇일지, 쓱쓱 스크롤을 내려버리는 글이 아니라 한 문장씩 꼼꼼히 읽게 되는 글은 무엇일지 등 사수로부터 끊임없이 첨삭지도를 받으며 성장했던 좋은 시간이었다.  


결국 본업은 다른 길을 갔고, 지금은 방향을 한번 더 틀어 사업을 하며 쿠킹스튜디오를 운영하지만 나는 또 한번 꿈을 끄집어냈다. 잡지사는 아니지만 나만의 매거진을 만들어 기록하면 어떨까. 남들이 봐줄까 하는 기대가 아닌, 돈 벌기 위한 수단도 아닌, 그냥 우리의 기록을 정리하고 내가 보려고 만드는 나만의 매거진.


그 결과 우리 쿠킹스튜디오에서 나는 반년에 한 번씩 푸드매거진이란 타이틀로 내용을 정리해 공식 블로그에 꾸준히 업로드를 한다. 6개월간 있었던 이슈들을 매달 뽑아내고 템플릿에 맞춰 글을 쓰고, 내가 촬영한 사진으로 풍성함을 더 한다. 쿠킹클래스를 하며 있었던 일들, 요식업 관련 만났던 사람들과의 일화, 음식 이야기, 우리 수업 이야기, 엄마와 나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등등. 단골 고객과 수강생들이 함께 봐도 재미있고, 운영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활동기록 참고하기에도 유용하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나 혼자 쓰고, 나만 보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꾸준히 나와의 약속을 지키며 임하다 보니, 이젠 우리 단골 수강생들이 sns를 통해 많이 읽고 계셨다. 최근 흥미로운 일화도 있었다. 작년 겨울에 크리스마스 답례품 건으로 연락을 주셨던 한 고객님이 계셨는데, 주문을 하신 이후에도 꾸준히 우리 sns를 구독 중이셨다. 그것도 사실 놀라운 부분인데, 고객님은 내가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푸드매거진까지 꼼꼼히 읽어보시곤 본인 회사에서 발간하는 정보지에 일부 내용을 싣고 싶으시단 연락을 주신 것. 일회성으로 지나칠 수 있는 인연임에도, 이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사람이 주는 에너지는 실로 놀랍다. (더군다나 택배 주문이셨다! 이 고객님과는 여태 얼굴도 안 본 사이라는 게 팩트) 많은 원고가 필요치 않고, 사진과 자료 위주로 보내드리면 되는 일이었기에 나로선 굉장히 감사하고 스스로에게 큰 영광이기도 했다. 나 혼자 보고 정리할 겸 정성껏 업로드하던 푸드매거진이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니. 그리고 그게 오프라인 지면에 실리고, 더 많은 분들의 눈에 들 수 있게 되다니. (게다가 원고료까지 받았는 걸!) 정보지에 실린 내용은 아름다운 식문화 공간의 연출 사진과 우리 수업에 했었던 몇몇 음식 사진들, 그리고 간단한 레시피 2종이다.


나는 꾸준함의 힘을 믿는다. 장르를 불문하고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 크건 작건 소중한 결실이 열매를 맺더라. 그리고 그 열매는 꼬옥 생각지 못한 순간에 찾아오곤 한다. 개인적으로 이를 여러 번 경험하고 보상도 받아본 나로선,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꾸준함과 진득함을 사랑다.


지금도 이렇게 브런치에 한 발 담그고 있는 걸 보면 나는 여전히 글쓰기를 좋아하고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니, 이 감각을 잊지 않고자 스스로에게 또 하나의 문을 열어놓는 셈이다. 그 결실이 뭐가 됐던 또 나를 찾아올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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