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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집사 Sep 04. 2022

재밌는 일은 한꺼번에 찾아온다

브런치 조회수 잭팟이 터진 이후

지난 1일 올린 글이 브런치 인기글 외에도 어딘가에 노출된 모양이다. 찾아보니 보통 daum 메인화면에 걸리면 <유입경로 - 기타> 부문에 많은 퍼센트지를 차지한다는데, 난 몇 번을 daum 에 접속해봐도 메인화면에서 내 글을 보진 못했다. 쬐끔 다행이다. 사실 아직은 부끄러워서, 브런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제 겨우 두 달째인 걸. 공개적으로 내 글을 마주했다면 살짝 부끄러울 뻔 했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한 번에 합격한 후 두 달, 본격적으로 꾸준히 글을 연재하고자 마음먹은 건 고작 두 달째인데, 사실 내게 글 쓰는 일은 소소하게나마 20대 때부터 30대 초인 지금까지 줄곧 하던 일이다. 개인 블로그 운영부터 칼럼니스트, 잡지 에디터, 취재 기자 등등 주절주절 쓰는 것에 막힘이 없는 편이다.


브런치 글을 쓰기 전에도 무언가 내가 쓰고 싶은 주제, 테마가 떠오르면 일단 '작가의 서랍'에 키워드 나열식으로 저장을 한다. 글은 나중에 쓰더라도 '작가의 서랍'에 중구난방식으로 임시저장된 내 흔적들을 보며 '아 맞다, 이거 쓰기로 했지' 생각하고 바로 글쓰기에 돌입, 보통 1시간 내로 글은 완성된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최근 잭팟이 터진 내 브런치 글은 2개다. 먼저 조회수 터진 글에 이어, 그 바로 아래 글이 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브런치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알람을, 반응을 보았다. 재밌었다. 브런치 재밌네, 이래서 사람들이 브런치를 하는구나 했더랬다.



https://brunch.co.kr/@haenalee-suwoon/23

https://brunch.co.kr/@haenalee-suwoon/8



그 전까진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들만 쭉쭉 써 나가고 브런치북 이벤트에 응모하여 이왕 기회가 닿는다면 책 출판까지 도전해보려고 시작한 브런치였다. 즉, 나만의 챌린지 같은 느낌으로 시작한 일이라 다른 작가님 및 독자들과의 소통이나 구독 같은 행위는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 허나 이번 기회로 인해, 나는 처음으로 브런치를 제대로 차분히 둘러보며 다른 작가님들 글도 읽어보고, 하트도 눌러보고, 구독도 해보며 조금씩 활동 반경을 넓혀보고 있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안 좋은 일만 한꺼번에 오는 게 아니다. 물꼬가 트이면 좋은 일도, 재미난 일도 한꺼번에 찾아오는 것 같다. 몇 주 전부터 난 게티이미지코리아의 스톡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우리 스튜디오에서 나는 매일매일 음식사진을 촬영하는데 사진 잘 찍는다는 감사한 이야기들을 여기저기 듣다 보니, 게티이미지에 작가 신청을 해봐야지 싶었다. 몇 년 전부터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고, 해야 할 일 목록에 '첫 번째'로 있던 리스트였는데 (첫 번째로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완료한 일은 보통 지워서 없어지는데, 완료 못하고 미룬 채 기한이 자꾸 넘어가다 보니 그냥 맨 위에 덜렁 남아있었을 뿐) 그걸 이제야.. 마냥 보류하던 일을 이제야 행동에 옮겨본 것이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바로 한 번에 작가로 승인됐고 이렇게 빨리 일사천리로 진행될 일을 왜 몇 년간 생각만 하고 진작 실천하지 않았을까도 싶다.


또 좋은 일 하나 더. 올해부터 우리 사업체에 회계 성격이 바뀌어서 그동안 작업해온 장부를 조금 다르게 손봐야 했다. 다소 많게만 느껴진 양을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처리하며 따라잡고 있어 스스로 뿌듯해하는 중. 


내가 회계 경리도 총괄하고 있다 보니, 성격상 항목별로 좀 세분화해서 관리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뭐 하나 고치면 똑같이 고쳐놔야 할 것들이 많아 좀 번거롭긴 한데, 그렇게 해놔야 마음이 편안한 걸 보면 참 피곤한 성격이다. 러면 매년 각종 세금 신고할 때 수월하단 큰 장점이 있으니, 당장은  손가락들이 좀 더 분주한 편을 택했다.


여하튼, 기존 회계 장부를 다시 뒤집어엎어야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된 날은...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이걸 또 언제 다 해, 아득함에 며칠간 공부하며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꼬박 밤을 새기도 했다. 그럼에도 꽤 빠른 시일 내에 회계 시스템이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어 요즘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소소한 기분 좋은 일들은 뭐가 있었냐면,


이번 달 말에 있을 아빠 생신날에 맞춰 내가 손수 작업한 그림이 마침내 완성돼서 액자 주문을 완료했다. 며칠 동안 움직임이 굼뜨고 느릿느릿해서 은근 신경 쓰이게 하던 우리 달팽이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고, 사랑하는 남동생이 석사 졸업을 하며 7년간 다니던 대학교에 마침표를 찍었다.




, 또 기억에 남는 에피 하나 더.


최근 만나봰 수강생님들 중 유난히 말수가 없고 조용한 남자분이 계셨는데 우리 스튜디오에 처음 방문하신 분이라 은근 신경이 쓰였다. 그날은 비가 하루 종일 내렸고 수업 후 그분은 우산을 깜빡하고 귀가하셨는데 하필 댁도 멀었다... 회기에서 오신 분이었다.


우산을 놓고 가셨다고 문자를 드리자, 저녁에 다시 찾으러 들르겠다면서 죄송하지만 문고리에 걸어두고 퇴근하셔라 하셨다. 어차피 우린 늦게까지 늘 작업이 있는지라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우산을 찾겠다고 회기에서 수서까지 먼 길을 다시 되돌아오시는 게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인지 짐작이 가기에 마음이 조금은 무거웠다. 그래서 우린, 아까 수업 끝나고 수강생님들께 한 잔씩 시원하게 내어드렸던 수정과를 페트병에 담아 우산과 함께 종이 쇼핑백에 담고 약속한 시간에 맞춰 밖의 문고리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에게 도착한 문자 한 통.


사진 출처: 본인 제공



행복한 일은, 즐거운 일은, 재밌는 일은 사실 뭐 엄청 대단한 것들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순간순간들이 모여 긍정적인 시너지를 낸다. 내가 나열한 위의 모든 작은 순간들이 다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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