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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집사 Sep 30. 2022

맛집은 왜 맛집인가

핫플에 대한 감흥 점점 떨어져

요리를 잘하는 엄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나는 입맛이 굉장히 까다로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쎄 전혀 아니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어렸을 때부터 집밥을 많이 먹고 크긴 했지만 중고등학생 때는 여느 또래들이 그렇듯 친구들과 어울리며 싸구려 분식이나 피자, 간식, 빙수 등도 많이 즐겨먹었고, 대학생 때는 밖에서 끼니를 챙기는 생활이 자연스레 길어지니 삼시세끼 중 두 끼는 밖에서 먹곤 했다. (아침은 원래 안 먹는다) 주말 일요일이나 되어서야 집에서 밥을 좀 먹었달까. 직장인이 된 후부터는 하루 중 저녁만 집에서 먹을 때도 있고, 그 마저도 약속이나 회식이 있으면 저녁도 외식이었다.


밖에 음식도 좋아하고 어디 던져놔도 배고프면 무던하게 잘 먹는 편이다. 20대 때는 맛집이래,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래, 하는 입소문을 타는 곳이 있다면 서울 시내 웬만한 곳은 다 가봐야 직성이 풀렸다. 음식뿐만 아니라, 전시회, 공연, 콘서트 등 문화생활은 틈날 때마다 알차게도 돌아다니며 뽕을 뽑았다. 그래서 주위 친구들은 약속을 정할 때 늘 나에게 장소와 맛집을 정해달라 선택권을 넘겼고, 어느 직장 다닐 때는 회사 공유폴더 안에 엑셀로 맛집 리스트를 정리해서 공유해놓는 것도 내 역할이었다.




20대 때 하도 뽈뽈거리고 돌아다녀서 그런가, 20대 후반이 되면서는 점점 그 감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파스타 맛있대' 하더라도 파스타집은 그 집이 그 집 같고, 브런치카페라는 곳들은 대충 가격 사이즈가 짐작되며 굳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너무 인기가 많아 오후 늦게 가면 당연히 자리가 없다는 유명 카페를 가보기 위해 무려 '카페 오픈런'도 해봤지만 나보다 더 일찍 온 사람들이 이미 한 트럭일 때... 한국인 종특인가, 나 빼고 다들 왜 이렇게 부지런하고 발이 빠른가 싶다. 분명 이렇게까지 먹어야 하는 특별함이 있다는 거지? 여행지에서의 맛집을 꼭 가야 한다는 마음도 수그러들었다. 특히 여행 가서는 아무 서민식당이나 들어가도 무난히 맛있고 특색 있어 괜찮다는 경험을 점차 쌓게 됐다.


엄마랑 쿠킹스튜디오를 함께 운영하면서부터는 입맛이 아니라, 반대로 선별해내는 시각이 까다로워졌다. 네이버 지도의 업체 사진들만 봐도 대충 감이 온다. 음식보다 너무 인테리어만 요란한 곳은 아닐지, 대기업이 뒤에 힘을 대주고 있어 단순히 자본력으로 좋아 보이는 건 아닌지, 사진 속 메뉴 구성으로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식재료와 조리법이 머릿속에 대충 연상되면서 가격대를 살펴볼 줄 알게 됐다.


맛집이라고 유명하길래 가봤지만 결국 실망한 경우들이 근래에 유독 잦았다. 분명 후기도 좋았기에, 내 눈을 의심하며 다시 리뷰 평을 찾아가 들어가 본 곳들도 적지 않다. 특히 디저트 카페나 빵집들이 그랬다.


가장 최근의 경험은, 동네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의 괜찮은 프랑스 빵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보통의 가격대보다도 저렴하게 빵들을 팔고 있었다. 천연발효종으로 만들고 프랑스산 밀가루를 사용하는 등 누가 봐도 대문 앞부터 프랑스 빵집답다 싶었는데 세상에. 평생 그렇게 질긴 치아바타는 난생처음 먹어봤다. 만들고 며칠 지난 빵들을 먹는 것 같은 식감에 쇼케이스 안에 있던 다른 빵들에 의심이 들기도 했다.




'정말 맛있어요, 인생 파스타 만났어요, 너무 맛있어서 담에 또 오려고 예약했어요', 등등. 이제는 무덤덤하게 리뷰들을 보게 됐다. 그래도 우리가 하는 일이 아무래도 음식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요즘 핫한 트렌드를 모르고 있을 순 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까다롭게 좀 찾아보겠느냐만은, 결국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고 '내가 또 맛집 찾나봐라' 분노하지만 오래 가질 못한다. 매일 스케줄이 바빠 오프라인으로 자주 돌아다니며 시간을 쓰기는 어려우니 이제는 배달을 시켜보거나, 외근을 나간 김에 들려서 테이크아웃 픽업을 해오는 등 시간 여유가 될 때마다 시도한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반대로 유명하다고 해서 갔는데 진짜 맛있긴 하더라! 싶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도 맛있고 기똥찬 메뉴와 서비스를 만나면 그날은 하루 종일 즐겁고 기분이 달뜨기도 했다. 맛집은 왜 맛집인가? '맛집'이라는 말은 대체 누가 맨 처음 만들어낸 말일까 가끔 생각한다.


30대가 되면서부터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유명한 셰프들의 이름값도 한몫하겠지만, 생각지 못한 식재료의 조합, 상상하지 못한 맛과 식감, 접시 하나에 담겨 나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아름다운 플레이팅, 신기하고 비싼 접시들, 가끔은 송구스럽기까지 한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고객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단지, 파인다이닝은 나 혼자 가는 곳이 아닌지라 가격대 면에서 부담이 있어서 그렇지. 2명끼리, 4명끼리 자주 간다기엔 아무래도 그렇기에 특별한 기념일을 노린다. '파인다이닝 적금을 들어야겠어, 어때?' 나의 당찬 포부를 엄마는 매번 말린다.


"아서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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