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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민 Dec 09. 2021

관계의 미학

커피가 맛있고 사장님들을 닮고 싶어요

밖으로 돌아다니는 에너지가 충만한  조차도 자취방에 있을  집순이로 전락하고 만다. (본가에서는 엄마가 잠만 자고 나가냐고 할 정도니) 아직 면허는 물론이고 차가 없기 때문도 있겠지만, 집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있다는 이유가  크다. 끼니는 당연히 집에서 해결하는 편이고, 공부도 집에서  때가  편안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배고픈 새벽을 지낼  커피를 마시고 빵을 구울  있는 공간도 마련해두어서 카페도 어느 정도 대체가 가능하다. 방을 구할  벽지와 몰딩을 가장  비중으로 고려한 것에는 취향은 둘째 치더라도 나를 집에 오랫동안 붙잡아두려는 노력이 있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택시를 타고 멀미를 참는 수고를 해서라도 시내로 나올 때가 있다. 단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공간 자체가 좋아서 찾게 되는 곳. 카페 이름마저도 미소가 나게 한다.


처음 이곳을 알게 된 것은 예과 1학년 22살, 한창 이 근방에 무엇이 있을까 하고 이곳저곳을 탐방하던 시절이었다. 더웠던 날이었고 시내에서는 그렇다 할 만큼 마음에 드는 카페는 없었다. 이제 그만 기숙사에 돌아가야지 하고 버스를 타는 길에 눈에 띈 작은 카페가 있었다. 밖에서 안이 훤히 보이던, 온갖 음악 앨범과 시디가 쌓아 올려져 있던 곳. 사장님께서 직접 원두를 볶으시는 것 같아서, 커피 맛도 잘 모르는 주제에, 그게 좀 멋있어 보이고 믿음을 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카페 이름도 관계의 미학이었다. 짱 멋있어.


사진첩에서 못 찾아서 트래비 매거진에서 가져온 과거의 관미 전경

커피는 뭔가 당연하게도 맛있었다. 근데 무엇보다 음악이 좋았다 나는. 장르가 매번 달라서 더. 공간이 크지는 않았지만 나 혼자 앉아있기에는 딱 알맞았다. 지금 이렇게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무색하게도 자주 가지는 못했다. 버스 배차 시간이 길어 시내에 나오기가 어려웠고, 한동안은 동기들과 왁자지껄 떠들고 놀 수 있는 넓은 곳들에 갔고, 그러다가 밖에 잘 나오지 않았던 시기가 찾아왔고… 그러다가 작년 여름, 오랜만에 방문했을 때엔 이사를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좀 아쉬운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왠지 더 멀리 가실 것 같은 기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가끔 예기 치도 않게 나에게서 멀어진다고 생각하던 시기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어쩌면 더 근사한 공간이 되어 지금은 안식처이자 충전소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냥 이곳을 생각하면 편안하다. 내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좋아하는 것은 갑자기 떠나더라도 오히려  멋지고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상징적인 곳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공간이 나에게 주는 ‘관계의 미학 의미다.


공간을 일궈낸 사장님들의 노력이 취향이, 애정이 곳곳에 묻어나서 푸근하다. 나중에는 나도 이런 곳을 꼭 만들어내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여기 와서 공부하면 좀 더 집중이 잘 되는 걸 지도. 그 과정 중 하나가 국시 통과니까…!!!


오늘도 텀블러와 두유를 지참하는 것을 까먹지 않았다! 두유 들고 온다고 할인해주시는 것도 감동이다… 그리고 바닐라 라떼는 오늘도 최고다.


귤도 주셨당 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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