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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노동자 Feb 22. 2024

샤워커튼이 800만 원?

타이코, 코즐로프스키 스캔들


회사 돈을 횡령하여 800만 원짜리 샤워커튼을 산 코즐로프스키 스캔들


뉴욕 5번가 레지던스에 거주했던 코즐로프스키가 사용했던 800만 원의 샤워커튼

이 샤워커튼이 어딜 봐서 800만 원인지 잘 모르겠네요... 제 눈에는 만 원밖에 안 하는 것 같은데...


800만 원짜리 샤워커튼은 시작에 불가했어요. 구체적인 조사가 시작되자 코즐로프스키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탐욕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언론은 코즐로프스키를 '욕심 많은 돼지'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뉴욕포스트, 욕심 많은 돼지로 비교되는 코즐로프스키

20년 전에 일어난 통신·보안장비 업체 타이코(TYCO)의 최고경영자인 코즐로프스키 스캔들을 통해 어떤 회계 문제와 금융 사기가 발생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타이코는 어떤 회사인가요?

타이코는 1960년 아서 로젠버그(Arthur Rosenberg)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주로 미국 군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구·개발 회사였어요. 기술력을 바탕으로 타이코는 자체 제품을 제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했어요. 보안 시스템, 화재 경보 및 보호 장비 등이 타이코의 주요 제품이었어요.

타이코는 1964년 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했어요. 1970년대부터 20년 동안 타이코는 인수 합병을 통해 성장했어요. 20년 동안 18개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회사의 외형은 점차 확장되었어요.  


코즐로프스키의 등장

뉴저지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던 코즐로프스키는 1975년 회계사로 타이코에 입사했어요. 성실하면서도 공격적이었던 코즐로프스키는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여 17년 만에 타이코의 최고 경영자가 됩니다.


코즐로프스키는 재무 실적으로만 개별 사업부를 통제했으며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통제권은 개별 사업부에 위임했어요. 개별 사업부가 투자수익률 같은 재무적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알아서 하도록 자율권을 부여했어요. 야구로 치면 감독의 엄격한 규율에 의지하지 않고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율 야구'를 구사한 것으로 볼 수 있죠.


CEO가 된 코즐로프스키는 효과적인 M&A 프로세스를 정립해서 10년 동안 3,000건이 넘는 인수합병을 추진했어요. 타이코의 M&A 검토는 3가지 스텝으로 추진되었어요.

Step 1. 개별 사업부의 인수 대상 기업 추천 및 내부 승인

Step 2. 유통 채널, 영업조직, 제조 공장 등 인수 대상 회사 세부 검토

Step 3. 실사 진행 후 구조조정 계획 수립


인수 가격을 확정하기 전에 인수 대상 기업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비싼 가격에 인수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었어요. 또한, 사전 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인수 기업을 결합해서 높은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1997년 후반까지 코즐로프스키는 적은 연봉과 검소함으로 명성이 높았어요. 1997년 4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코즐로프스키 회장이 받는 100만 달러의 급여는 4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또한, 클럽 회원권, 재무 설계, 퇴직 후 의료보험 등 회사 중역들이 일반적으로 받는 특혜도 누리지 않는다."라는 기사를 발행했어요. 코즐로프스키가 최고 경영자가 된 1992년부터 2001년까지 타이코의 주식 가격은 무려 13배 상승했어요.

타이코 주가(1992년~1999년)

비즈니스위크는 2000년 코즐로프스키를 '세계 최고의 경영인 25명' 중 1명으로 선정했어요. 타이코는 미국의

가장 큰 회사 500개 안에 들어가는 영광을 맞았어요.


코즐로프스키가 달라졌어요.

비교적 검소했던 코즐로프스키는 1998년을 기점으로 달라졌어요. 우선, 플로리다 저택을 400억 원에 매입했어요.

코즐로프스키의 플로리다 저택(400억 원)

또한, 아내의 40번째 생일에 이탈리아 사르데냐에서 30억 원을 들려 초호화 파티를 열었어요. 파티의 콘셉트가 기가 막힙니다. 로마 제국을 모티브로 엄청난 파티를 열었어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파티 장소는 다비드 얼음조각의 성기에서 보드카가 나왔으며, 싱어송라이터인 지미 버핏이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고 합니다.

로마 제국 콘셉트의 파티를 즐기고 있는 코즐로프스키
로마 제국 군인 복장을 한 남자와 팔짱을 낀 코즐로프스키의 2번째 아내
코즐로프스키의 두 번째 와이프의 생일을 조롱하는 삽화

또한, 270억으로 1934년 아메리카컵 요트 대회에서 우승한 130피트의 요트 엔데버를 구입했어요. 130피트면 무려 40미터에요. 보트 끝에서 끝까지 전 속력으로 달려도 8초 이상은 걸릴 것 같네요. 270억짜리 보트는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볼게요.


와~~ 진짜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긴 하네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돈으로 소비를 한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나, 코즐로프스키는 자신의 돈이 아닌 회사의 돈을 빼돌려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어요.



여기서 잠깐, 회사의 최고경영자라고 해도 회사의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죠?



회사의 자본은 주주들의 돈이기 때문에 적합한 절차 없이 회사 돈을 사용하는 것은 주주의 돈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주주가 최고경영자를 선임한 이유는 올바른 판단 내려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최고경영자가 주주의 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해 상충이며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입니다.



성공적인 최고경영자에서 사기꾼으로 추락

2001년 분식회계로 엔론이 파산하고 미국 정부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최고경영자를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코즐로프스키는 눈에 띄게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기 정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너무나도 잘 나갔던 타이코가 2002년 큰 손실을 기록하자 정부는 코즐로프스키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손실을 기록한 타이코의 손익계산서


코즐로스키는 회사의 자금을 사용하여 모네와 르누아르 작품을 구입하면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어요. 세금 미납으로 코즐로프스키는 기소되었어요. 세금을 탈세했다는 협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코즐로프스키는 1,400억 원에 달하는 회사 돈을 탈세하고 일부는 자신의 미술품을 사는 데 회사 자금이 남용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자산 활동을 많이 하고 주변 사람들을 도왔던 코즐로프스키의 이미지가 있었기에 사건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코즐로프스키의 이중적인 모습을 묘사한 비즈니스위크 표지

제2의 잭 웰치로 불리던 코즐로프스키는 언론에서 고든 게코(Gordon Gekko)와 비교되는 처지가 되었어요.


고든 게코는 <월스트리트>에 등장하는 악랄한 자본가로 탐욕과 부패의 상징으로 유명하죠. "욕심은 좋은 것이다"라는 스피치에서 아래와 같은 언설을 합니다.


"탐욕이란, 이보다 더 나은 단어가 없군요, 좋은 것입니다. 탐욕은 옳습니다. 탐욕은 전진하는 정신의 정수를 포착해 내서 길을 내고 명확하게 합니다. 삶과 돈, 사랑, 지식에 대한 탐욕은 인류를 윤택하게 하고 탐욕은, 제 말처럼, 텔다제지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불량 기업인 미국을 되살릴 것입니다."

'탐욕은 좋은 것이다'라는 스피치를 하는 고든 개코

2005년에 코즐로프스키는 8년에서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940억 원의 벌금을 내고 타이코 주주에게 1,300억 원을 배상하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벌금과 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택과 요트를 팔았으며 2005년 교도소에서 형을 살기 시작했어요.

머그샷을 찍는 코즐로프스키


나는 욕심 많은 돼지였으나 이제는 변했어요.


코즐로프스키는 성실하게 감옥 생활을 하여 6년 반 만에 감옥에서 석방되었어요. 출소 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며 자신은 욕심 많은 돼지였으나 이제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2015년 뉴욕타임스의 기사


1999년 연간 보수로 1,820억을 받았었던 코즐로프스키는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감옥에서 성실히 세탁을 하여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그가 소유했었던 저택, 요트, 명품은 모두 사라졌고 심지어 30억을 들려 생일 파티를 해 준 두 번째 아내까지 그를 떠났습니다. 역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얼마큼 인정했을까요?

2016년, 파이낸셜 타임스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코즐로프스키는 감옥에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깨달은 점이 많다고 했어요. 이제는 부와 명예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과 자유가 더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만 2005년 재판을 받을 당시 자신이 부당하게 표적이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나는 자유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가석방 위원회에서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했다.


"단순한 탐욕이 나의 몰락을 초래했다." 그 상황에서 나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테러리스트가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이 원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나는 가석방을 받지 못 했을 것이다.


끝까지 책임을 피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네요. 뱅크 오프 아메리카의 설립자이자 20세기 최고의 은행가로 평가되는 아마데오 지아니니는 79세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 그가 가지고 있던 재산은 모두 합쳐 50만 불이었다고 합니다.

20세기 최고의 은행가, 아마데오 지아니니

많은 사람들은 지아니니에게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는데 왜 그러지 않았냐?"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지아니니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나는 더 부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 사람들은 돈을 갖고 싶어 하지만 사실 돈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돈이 그 사람을 가질 뿐이지"


코즐로프스키가 지아니니의 말을 새겨들었으면 스캔들을 피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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