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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노동자 Feb 07. 2023

가난한 지역을 부유하게 만드는 방법

비용-편익 분석은 지역 불평등을 심화합니다.


지역 불평등은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한 국가 내의 지역 간 부와 자원, 그리고 기회의 불평등한 분배를 야기합니다. 지역 간 격차는 빈곤, 실업, 낮은 교육 수준, 기본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부족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은 공정성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지역 불평등은 세계화, 기술 변화, 특정 지역으로 경제 활동 집중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 경기, 인천 등 일부 지역은 더욱 번영하고 전남, 경남, 경북 등 다른 지역은 낙후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세계화와 기술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특정 지역으로 경제 활동이 집중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으로 판단됩니다.


서울, 경기도, 인천으로 모든 경제 활동이 몰리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효율적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수도권의 사회적 인프라입니다. 수도권의 철도·지하철 인프라는 글로벌 최고 수준이며 컨벤션 센터, 문화시설 등 생활 인프라도 훌륭합니다. 2020년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진행한 인프라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6대 광역시는 응답자의 45.1%가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도지역에서는 13.8%가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사회적 인프라가 좋은 수도권의 만족도가 높고,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만족도가 낮은 것은 놀라운 결과가 아닙니다. 지역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사회적 인프라가 낙후된 가난한 지역에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됩니다.


이렇게 쉬운 해결책이 있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는 지역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왜 이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공투자 사업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평가하고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정부 출연연구기관은 설립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KDI의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이러한 역할을 합니다.


공공투자 사업의 Go와 Stop을 결정하는 사업 타당성 평가의 근간은 편익-비용(Benefit-Cost Analysis) 분석입니다. 지역 균형 발전과 같은 정성적 분석도 들어가긴 하나 효용-비용 분석이 너무 낮으면 사업 타당성 평가의 벽을 넘기 쉽지 않습니다.


편익-비용 분석은 무엇인가요?

편익-비용 분석(BCA)은 프로젝트 또는 공공투자의 비용과 편익을 평가하여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시행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제안된 투자의 전반적인 영향을 평가하고 예상되는 편익을 프로젝트 비용과 비교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BCA는 특정 기간(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수명) 동안 프로젝트의 비용과 편익을 정량화하여 의사결정의 기준이 됩니다. 비용에는 건설 비용, 운영 비용 및 금융 비용과 같은 프로젝트와 관련된 직간접 비용이 포함됩니다. 편익에는 경제 활동 증가, 일자리 창출, 삶의 질 향상 등이 포함됩니다.


비용과 편익이 정량화되면 이를 비교하여 프로젝트의 순편익(편익-비용)을 결정합니다. 편익이 비용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프로젝트는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반해, 비용이 편익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어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편익-비용 분석은 경제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접근 방식을 제공합니다. 다양한 공공투자 사업의 편익과 비용을 정량화하여 순편익을 비교·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자에게 효과적 도구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편익-효용 분석은 지역 불평등을 심화합니다.

편익-비용 분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삶의 질 향상이나 환경적 혜택과 같은 특정 편익을 객관적으로 정량화할 수 없습니다. 또한, 편익-비용 분석은 지역 불평등을 심화합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 광역급행 철도(GTX)의 총비용은 지역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수도권의 토지비가 지방의 토지비보다 높으나 총비용 관점에서 보면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이에 반해, GTX의 편익은 지역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경기도의 인구와 사회 활동이 지방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경기도 GTX 사업의 편익은 지방의 GTX 사업의 편익보다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편익-비용 분석을 맹신하게 되면 대부분의 공공투자 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되며 지역 불평등은 심화됩니다. 편익-비용 분석은 시장 원칙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난한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가장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됩니다.


공공투자 사업 평가 시, 비금전적 편익을 충분히 고려해야 됩니다.

편익-비용 분석은 금전적 편익과 비용에 초점을 맞추지만, 지역 개발 이니셔티브는 삶의 질 향상, 사회적 응집력 증가, 빈곤과 불평등 감소와 같은 상당한 비금전적 편익을 가져옵니다. 이러한 편익은 정량화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편익-비용 분석에서 간과될 수 있습니다.


편익-비용 분석은 개별 프로젝트 및 투자를 평가하는 데 유용한 도구이지만 경제, 사회 및 환경에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지역 개발 이니셔티브를 평가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 넓은 지역적 맥락과 지역 개발의 비금전적 편익 및 비용을 고려하는 Economic Analysis 방식이 보다 적합합니다.


지역 불평등은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입니다.

지역 불평등은 국가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난한 지역을 더 잘 살게 만드는 것은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입니다.  지역의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 양질의 교육 및 기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을 때 빈곤해지며 사회적 배제를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역 불평등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안, 범죄, 기타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지역 불평등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이므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에 큰 이익이 됩니다.


지역 개발 벤치마킹 사례

지역 개발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벤치마킹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라이프치히는 구동독에 위치한 도시로 구 서독에 위치한 도시와 비교하여 사회 인프라가 크게 낙후되었습니다. 1990년 갑자기 찾아온 통일은 사회주의 산업도시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서독 지역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이 지역의 인구는 20% 이상 감소했습니다.


통일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라이프치히의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2000년 초반 라이프치히의 실업률은 약 20% 수준으로 독일 평균인 1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2004년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에 대거 가입하면서 라이프치히의 지리점 이점이 극대화되자, 독일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공공 인프라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유럽을 통틀어 최대 규모인 라이프치히 중앙역이 재탄생했으며, 연방정부는 연구 역량을 갖춘 대학이 동독 지역 산업 클러스터의 핵심기관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판단 아래, 라이프치히 대학의 현대화를 위해 2억 5천만 유로(약 4천억 원)를 기꺼이 투자했습니다.


줄어들기만 했던 라이프치히 인구는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서 세수도 급격히 늘었습니다. 독일 정부가 편익-효용 분석에만 집착했다면 라이프치히는 여전히 구동독이었던 '가라앉는 도시'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달고 있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피츠버그는 교육을 통해 지역 경제를 탈바꿈했습니다. 피츠버그시는 과거 철강 산업이 발전되어 있는 도시였으나, 미국의 철강 산업이 기울면서 도시가 쇠퇴했습니다. 피츠버그시는 카네기 멜론 대학과 피츠버그 대학을 포함한 지역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로보틱 기술과 혁신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카네기멜론 대학, 로보틱


결론

지역 불평등은 상당한 사회·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의 문제로 한정할 수 없으며 국가가 해결해야 되는 문제입니다. 성공적인 지역 개발의 핵심은 민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장려하는 지원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공공투자 사업의 가이드라인 근간인 편익-비용 분석을 맹신할 경우 지역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질 향상, 사회적 응집력 증가, 빈곤과 불평등 감소와 같은 상당한 비금전적 편익을 고려한 공공투자 사업 평가가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역 개발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현명한 경제 전략입니다. 낙후된 지역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는 지역 불평등을 줄이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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