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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노동자 Apr 03. 2023

중딩도 알 수 있는 SVB 사태 설명

실리콘밸리뱅크 왜 파산하게 되었나요?

2023년 3월 10일 캘리포니아 금융감독청은 Silicon Valley Bank(이하 SVB)를 폐쇄하고, FDIC(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를 관리인으로 선정했습니다.

SVB는 어떤 은행인가?

SVB는 실리콘밸리 지역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30개 지점(캘리포니아주 24개, 매사추세츠주 6개)을 보유하고 있는 상업은행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은행을 찾아볼 수 없으며 미국에서도 매우 특이한 은행입니다. SVB가 특이한 이유는 바로 스타트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대부분의 상업 은행은 보수적이며, 분산 투자를 합니다. 이에 반해, SVB는 스타트업에 훨씬 더 집중된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일반 은행보다 더 높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SVB 무너지게 된 이유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부분의 나라는 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넘쳐나는 유동 자금이 주식 시장에도 들어갔고 스타트업 산업에도 들어갔습니다. 스타트업 기업은 넘치는 투자 금액을 SVB에 예수금으로 맡겼습니다.

은행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예대마진입니다. 예대마진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라는 뜻입니다. 2020년~2021년 낮은 예금금리(0~2% 수준)를 주고 스타트업 기업의 예수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SVB는 스타트업의 예수금으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채권 투자를 해야 했습니다. 실제로 SVB는 미국 국채와 모기지 채권에 안정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이때 SVB는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금리가 낮은 단기 채권(1년 미만의 만기)          

금리가 높은 장기 채권(1년 이상의 만기)          



구독자님들은 어디에 투자하시겠어요? 


모든 은행 고객이 한 번에 돈을 찾아가진 않을 것이니 금리를 더 주는 장기 채권에 넣고 싶겠죠?

욕심이 있는 사람이면 대부분 장기에 투자할 것입니다. SVB도 장기 채권에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에 넣으면 그대로 만기까지 묶이게 되는 리스크에 노출됩니다.


2022년부터 금리가 미친 듯이 올라갈 줄 알았다면 단기 채권에 투자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21년 금리가 이렇게 올라갈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따라서, SVB는 약 1~1.5% 더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장기 채권에 투자하게 됩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2020년~2021년 사이 10년 이상의 장기 채권의 비율이 급격히 올라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롬 파월의 등장, 파티는 이제 그만!!!


2022년부터 우리 모두가 아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022년 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는 0.25% 수준이었습니다. 그 후 1년 동안 금리는 4.5%까지 올라갔습니다. 지난 15년간 최고 수준이며,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가장 급격히 금리를 올렸습니다. 2022년 2월, 금리가 이 정도로 빠르게 올라갈지 예측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갑자기 올라간 금리는 2가지 문제를 발생시켰습니다.


① 스타트업 기업의 예수금 감소

높아진 금리에 스타트업 회사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습니다. 투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했으며 높았던 기업가치는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다수의 스타트업 회사들은 직원들의 급여,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SVB에 보관한 예수금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SVB는 스타트업 기업이 맡긴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어디에 투자했을까요? 단기 채권이 아닌 장기 채권에 넣었습니다. 스타트업 회사에 줄 현금이 없다면 SVB는 장기 채권을 팔아서 유동성을 확보해야 됩니다.


② 투자한 장기 채권의 채권 평가손실

SVB 유동성 위기만 없었더라면 3~5%의 장기 채권을 만기까지 들고 있었을 것이고 SVB는 폐쇄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SVB의 CEO인 Greg Becker는 고객들에게 "진정하라"라고 했지만... 우리는 위기의 상황에서 "진정하라"의 진짜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위기의 상황에서 대표가 "진정하라"라고 말하는 것은 "곧 망할 것이다", "곧 가라앉을 것이다"를 의미하죠.

위기가 가시화되자 Bank Run이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피터 티엘이 자신의 투자 회사와 투자 회사에서 투자한 회사들에게 SVB 예금 인출을 지시하면서 뱅크런은 가속화되었습니다. 피터 티엘이 돈을 빼자 수많은 스타트업 회사, 투자 회사가 인출했습니다. 

이제 SVB은 가지고 있는 장기 채권을 모두 팔아야 합니다. 큰 손해를 보더라도 팔 수밖에 없습니다. SVB가 2020년~2021년에 투자한 장기 채권은 저금리였기 때문에 쿠폰이 3~5%에 불과했습니다. 2022년 2월부터 미친 듯이 금리가 올랐습니다. 2022년 12월 이제 기준 금리가 4.5%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22년 12월 대부분의 장기 채권의 금리는 6~8% 사이가 되었습니다. SVB가 가지고 있던 장기 채권은 쿠폰이 낮았기 때문에 싸게 시장에 던져야 했습니다. 어려운 말로 채권 평가손실이 일어났습니다.


SVB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가장 쉬운 해결책은 누군가 SVB를 매입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SVB의 자산은 부채보다 많기 때문에 재무적으로만 보면 나쁘지 않은 물건입니다. 그러나, 예수금을 맡긴 고객이 계속 빠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미국 정부는 모든 예금을 전액 보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SVB가 어디로 어떻게 매각이 될지는 지켜야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SVB 사태는 모든 뉴스 1면을 장식할 정도로 파워풀했습니다. 그래서 우리한테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우리나라는 매우 힘든 상황에 있었습니다. 특히, 부동산 PF 시장은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났습니다. 그러나 미국 은행 시스템은 비교적 평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미국도 급격한 금리 상승에 자유롭지 않다는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가파른 금리 상승의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연준도 빅 스텝을 단행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SVB 사태는 향후 정책금리 인상폭과 속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여력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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