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와 플로리다 주지사 디샌티스의 갈등
‘Woke’ 운동을 들어보셨나요?
Woke는 Wake(깨우다)의 과거형으로 ‘깨어있는’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우오크(woke)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 보다 더 나아간 개념으로 소수 약자에 대한 편견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움직임입니다.
Woke 운동에 가장 앞장선 기업은 디즈니입니다. 제가 2008년 하와이주립대학교에서 매스 미디어 수업을 들었을 때 디즈니는 인종 차별을 보편화하는 기업으로 비판을 받았는데 현재는 완전히 그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디즈니는 최근 자사가 제작했던 ‘알라딘’ ‘피터팬’ ‘인어공주’ ‘덤보’ ‘판타지아’ 등 애니메이션 도입부에 “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다"라는 경고문을 부착했습니다. 또한, 미국 디즈니랜드는 인종 차별 요소가 있는 테마를 바탕으로 만든 놀이 기구인 '스플래시 마운틴'을 30년 만에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플래시 마운틴'은 통나무 모양의 보트를 타고 수로를 이동하며 급경사를 즐기는 '후룸라이드'와 유사한 놀이 기구로 1992년 디즈니월드에 설치돼 30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그러나,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담고 있는 남부의 노예 농장 생활을 미화한 영화 '남부의 노래'를 테마로 했기 때문에 폐쇄하고 놀이 기구의 테마를 '공주와 개구리'로 개보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주와 개구리'는 디즈니 역사상 첫 흑인 공주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디즈니의 Woke 운동에 대한 열망을 잘 나타내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Woke 운동의 중심에 있는 디즈니는 지난해부터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주지사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갈등의 발단은 성 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법입니다.
플로리다 주지사인 디샌티스를 주축으로 의회가 공립학교 저학년생에게 동성애 등 성 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법(일명: 'Don't Say Gay' bill)을 통과시키자, 그 당시 디즈니 CEO였던 Bob Chapek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 갈등의 발단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 법안에 반대했지만, 비공개적으로 입법가를 통해 법안을 반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법안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Bob Chapek, 前 디즈니 CEO
주지사 디샌티스도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습니다. 2023년 초 디샌티스는 그동안 디즈니에게 줬던 특별세무구역의 혜택을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디샌티스는 특별세무구역 혜택을 제거하는 대신 자치지구 감독위원 임명 권한을 주지사(디샌티스)에게 부여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디즈니의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곧이어 디샌티스는 디즈니가 관리하고 지명했던 이사회를 제거하고 디샌티스가 원하는 인물들로 플로리다 관광감독지구 이사회를 채워 넣었습니다.
디즈니는 前 이사회와 부동산 개발 관련 다양한 합의 및 계약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前 이사회는 토지이용계획과 인프라 개발에 유리한 권한을 디즈니에게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4월 26일 디샌티스에 의해 선정된 플로리다 관광감독지구 이사회는 前 이사회와의 모든 합의 및 계약은 무효라고 선언했습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한술 더 떠 디즈니월드를 주립공원화하거나 그 옆에 교도소를 짓겠다며 으름장도 놨습니다.
"사실 디즈니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규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화가 난 겁니다. 디즈니는 다른 이들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싶지 않고, 적절한 감독 없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디즈니는 공화당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디즈니가 직접 행정을 담당하는 자치지구로 지정돼 있는 것을 무효화하겠다는 결정은 '정치적 보복'이라는 주장입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디즈니의 표현의 자유를 벌주기 위해 디즈니의 사업 운영을 위협하고 있으며, 디즈니의 미래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디샌티스는 디즈니가 '우오크(woke)에 빠졌다'라고 비꼬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디샌티스는 디즈니와의 싸움을 통해 정치적 프레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Anti-Woke'를 앞세워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현재 디즈니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 기본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능력과 위상을 보여주기 위한 외유를 하고 있습니다."
- 로버트 코언,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
디샌티스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즈니와의 싸움을 통해 디샌티스는 거대 기업에 굴복하지 않는 강력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서 자리매김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디즈니와 디샌티스의 싸움은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싸움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많은 전문가는 미국 대선이 열리는 내년까지 디즈니와 디샌티스의 싸움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