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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Jul 07. 2024

고지방 먹으면 고대로 병원 가야 해.

세상에! 살이 빠졌다.

1주일 만에 2kg이 빠졌다!

내가 한 거라곤 삼겹살 먹고, 곱창 먹고, 견과류 먹고, 달걀노른자를 먹었을 뿐인데….

살이 빠.져.버.렸.다.


게다가 전과 달리 칼로리를 다 따지는 식단에 비하면

저탄고지 식단은 정말 간단했다.

밥 안돼, 설탕 안돼, 당 종류 다 안돼.

고기 돼, 지방 많은 고기 돼. 지방은 다 돼.     

도시락도 챙길 필요가 없다. 지방 많은 음식이야 회사 근처에 널렸다.

나는 한결 간편한 다이어트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가끔 속이 자주 느끼하고, 쓰린 것 빼고는….     



처음에는 스트레스성 위염인가 싶어 제산제를 먹었다.

그런데 약을 먹어도 날이 갈수록 위 통증이 심해졌다.

특히 식사하면 누군가 명치를 때린 것처럼 통증이 시작되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술도 안 마시고, 당분이 있어서 과일도 먹지 않는데 위가 왜 아플까.     

제산제를 먹는 날이 늘어났다.

아픈 속을 견디며 나는 여전히 삼겹살을 먹었다.

아무리 삼겹살을 꼭꼭 씹어 넘겨도 고기가 들어가는 순간, 위는 아프다고 난리를 피웠다.     

미련하게 버티던 나는 응급실로 향했다.


처음 느끼는 고통이었다.

내가 먹은 삼겹살이 어디쯤 지나가는지 알 거 같다.

삼겹살이 소화되는 동안 위에서 윗배로, 아랫배까지 통증도 같이 이동했다.     


다음 날, 나는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했다.

의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고지방 식사 그만하시고, 당분간 유동식만 드세요.

지방 많은 음식 드시면 또 병원 오실 겁니다."     


의사는 내게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그만두라고 했다.

나는 담낭염이었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내게 계속 소화불량을 일으켰고,

덕분에 지방 많은 음식을 소화하려는 위는 더 많은 위산을 분비했다.

게다가 나의 깨끗했던 대장도 혹이 여러 개 발견되었다.   

  

병원에서 돌아온 나는 흰 죽을 끓였다.

곱게 간 흰 죽을 먹으니 씹지 않고 삼켜도 속이 한결 편안했다.

그렇게 고지방 식단을 끊고, 담백한 식사로 바꾼 뒤, 내 위는 다시 복통을 일으키지 않았다.     


여전히 저탄고지를 하는 동료가 내게 묻는다.

"언니, 이제 몸 나았으면 다시 저탄고지 해봐요. 저 살 진짜 많이 빠졌어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난 안 할래.

 고지방 먹으면 고대로 다시 병원 가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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