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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Jun 23. 2024

그날, 그 곱창.

이제 간까지 살 빼라는 아우성에 나는 다시 살을 빼기로 했다.     

나는 다시 다이어트 시작 전, 두 명의 동료를 버려야 한다.     

바로 C양과 H양. 

그녀들은 2년 동안 나의 식사 친구였다.     


우선 C양.     

C양은 밥보다 디저트를 더 좋아한다.

"밥 배 따로, 디저트 따로."를 외치는 그녀는 자주 맛있는 케이크 사서 내게 나눠준 

스윗한 여자다.     


다음은 H양.     

H양은 술과 고기를 사랑하는 술고기파다.     

"음식에 녹색은 사라져야" 한다는 그녀는 채소를 싫어하고, 오이가 들어간 음식은 입에도 안 댄다.     

대신 고기를 사랑해서 전국 고기 맛집이 알고 싶다면 그녀에게 전화 한 통이면 된다.     

우리는 퇴근한 평일 저녁, 주말마다 만나 곳곳에 맛집을 찾아다녔다.     

2시간 줄을 서는 베이글부터, 하루에 딱 3시간만 영업한다는 맛집까지….     

좀 먹을 줄 아는 두 친구 덕분에 내 입은 늘 호강했다.          


그런데 오늘, 나는 말해야 한다.     

나는 이제 없다고, 나는 다시 풀떼기를 먹고, 운동을 다녀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의 오늘 만찬은 곱창이었다. H양이 새로 생긴 곱창집이 끝내준다고 했다.     

'우선 이것만 먹고 말해야지. 그런데 곱창 진짜 통통하고 고소하다.'     

곱창 5인분을 먹고, 볶음밥 2인분을 먹었다.          


자, 이제 말해야지.     

그런데 이번에는 C양이 말했다.     

"입 텁텁하니까 디저트 먹으러 가자. 너희 개성주악 먹어봤어?"     

... 개성주악 진짜 쫀득하니 맛있구나.     

그래, 마지막 디저트까지 완벽했다. 이제 안녕을 고할 때다.     

"야, 나 지방간이래. 이제 너네랑 밥 못 먹어."     


나의 진지한 이별에 H양이 말했다.     

"나는 고혈압약 먹고 있어. C도 회사 건강검진에 내장비만 나왔대."     

"어. 맞아. 나 10kg 빼래."     

뭐지? 이 태연한 반응들??     

H양이 말했다.     

" 그럼, 우리 한 달만 딱 식단 관리하자. 내일부터 서로 식단도 사진 찍어서 단톡방에 올려."     

C양과 내가 대답했다.     

"좋아! 내일부터야. 나 지금 닭가슴살 주문한다."     

"매일 식단 안 보내면 벌금이야."     

그러나 그 주, 우리 단톡방은 처음으로 조용했다.       

   

그리고 오늘, H양에게 카톡이 왔다.     

"비도 오는데, 파전 드실…?"     


H양의 카톡을 읽씹한 나는 이 자리를 빌려 말해본다.     

C야, H야. 나 진짜 다이어트해. 

그날 그 곱창이 진짜 마지막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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