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걸려온 할머니 전화.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몇 안 되는 순간이 있다. 받기만 하던 관계가 주고받는 관계로 바뀌었을 때다. 어쩐지 부모님의 사랑보다도 더욱 당연하게 느껴졌던 조부모님의 사랑. 불공평하리만치 주시는 값없는 사랑이 와닿았던 건 언제부터였을까?
나의 쓸모를 계속해서 호소해야 하는 이 세상에서 '무사한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분들. 나를 내세우지 않아도 먼저 높여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덕분에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충만해진다.
기껏해야 내가 드릴 수 있는 건 여태 받은 것에 이자도 안 될 만큼 적은 사랑이겠지만 가능한 진심을 담아 아쉬움이 없도록 이 시간을 보내려 한다. 받기만 하던 손녀가 이제는 뭐라도 드리고 싶은데, 고작 드린다는 게 쓰고 남는 '시간'밖에 없다니. 꾸어서라도 주실 분들에게 여전히 인색한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는 계속 어른이 못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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