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9
일요일 오전 9시 반, 느지막이 일어나 남편이 타주는 따뜻한 꿀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일요일 9시 반... 내 기준으로는 이른 시간이지만 남편 덕분에 비교적 일찍 일어남ㅋㅋㅋ)
부랴부랴 밀린 설거지를 하면서 줌 예배 후 바로 점심에 먹을 표고버섯 치즈 구이를 준비했다.
최근 마켓 컬리에서 장을 열심히 봤기에 재료가 신선할 때 후다닥 먹어야 하는데 덕분에 덩달아 부지런히 집에서 요리를 하게 된다. (어제는 고기 러버인 나를 위해 다진 고기를 듬뿍 넣어 청국장을 해 먹었는데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ㅋㅋㅋ)
컬리에서 미리 사둔 싱싱한 표고버섯 밑동을 똑~ 뜯어내어 그 안에 내 멋대로 이것저것 넣어 구우면 끝이다. 나는 이번에 다진 양파, 치즈와 다짐육 그리고 약간의 허브가루를 넣었는데 덤으로 고수 이파리 여럿 뿌려주니 풍미가 더 좋았다. 역시 고수는 만능 향신료야 ㅎㅎㅎ
해당 요리는 내가 학생이던 시절에 엄마가 예전에 해줬던 기억이 있어 유튜브로 열심히 레시피를 찾아봤다. 한글로는 적당한 이름을 못 찾았는데 'Stuffed mushrooms'이라고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구성이 들어간 레시피가 많이 나온다. (그 당시에 어떻게 이런 요리를 알고 했지?? 울 엄마의 요리 범위는 지금 생각해도 참 다양하다. 그런 요리들을 접하고 자란 덕분에 우리 부부는 울 엄마 레시피 센스에 신기해하며 소확행을 누리는 듯 ㅋㅋㅋ)
한식 중심의 시엄뉘 아래에서 자란 울 남편은 신혼 초반 내가 파스타를 이것저것 내어주면 굉장히 신기해했다. 나는 간단한 한식 외에도 파스타, 감바스, 샥슈카, 연어구이 그리고 양고기 등 정말 간단한 레시피 위주로 집에서 해 먹는데 한식 위주로 접한 남편은 간단하지만 밖에서 외식으로만 먹었거나 아예 경험조차 없는 요리를 내가 해주기 때문에 내가 굉장히 요리를 잘하는 줄 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나는 요리 잘하는 아내가 되었지만 너무 큰 단점이라면 외식을 꺼려한다...ㅠㅜ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데 외식으로 비싼 돈 주고 먹는 걸 피하려고만 하는 남편. 그런 남편에게 나도 남이 해주는 더 맛있는 음식 먹고 싶다고 강력히 주장을 펼치고 워낙 내가 고르는 음식들이 다 맛있었기에 ㅋㅋㅋㅋ 남편도 은근슬쩍 잘 먹는다. 비교적 우리는 외식을 잘 안 하는 편인데 단 한 번도 배달 앱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사실 외부 음식은 퇴근길에 미리 주문해서 가져오면 되는지라 배달 앱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ㅎㅎ)
우리는 보통 평일엔 퇴근하자마자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밥이나 파스타 중심으로 해결한다. 그러다 주말이 되면 시간을 들여 열심히 요리해서 먹는데 그래서 주말이 어쩌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다. ㅎㅎㅎ
주말에도 우리는 작업실로 느지막이 자체 출근해서 각자 작업을 하지만 요리하는데 부담이 덜하기에 나는 더 즐겁게 요리하며 설거지를 하게 되고 오빠는 먹은 힘으로 청소와 빨래를 한다.ㅋㅋㅋㅋㅋ
평일이건 주말이건 똑같이 출퇴근을 하는데도 주말에 더 즐겁게 요리를 하게 되니 확실히 주말의 힘은 심리적으로 크게 작용을 하는 것 같다.
다가오는 이번 평일엔 어떻게 해야 간단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을지 또 다음 주 주말엔 어떤 걸 먹으면 행복할지 매일매일 먹는 고민의 연속이다.
결혼 후 남편이 내게 말했다.
내가 말하는 대화 주제 80%가 음식이라고ㅋㅋ 제발 다른 주제로도 이야기하면 안 되냐며 ㅋㅋㅋㅋㅋ
근데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나는 맛있는 것을 먹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ㅎㅎ 먹는 것에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맛있는 걸 먹으면 그날 하루가 매우 알차고 풍요롭게 느껴진다. ㅋㅋㅋ
작업을 하느라 먹는 시간을 놓치면 그건 그거대로 알찬 느낌이지만 정말 맛있는 걸 먹으면 내가 이걸 위해 일을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드니... 맛있는걸 맛있게 느끼는 것도 굉장히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고 하니 나는 내 이빨과 턱 근육이 한시라도 건강할 때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다양하고 맛있는 걸 먹어보고 만들어보고 싶다. ㅋㅋㅋ
맛있는 걸 요리하거나 함께 공유하며 먹는 시간은 나에겐 참 소중하다.
정말 크게 다가오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소확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