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가 필요한 이유
2주 동안 브런치북을 연재하지 못했는데요. 그 이유는 프랑스를 다녀왔습니다. 처음에 비행기와 프랑스에서 글을 작성할까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프랑스를 느끼고 오는 것이 제 삶에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모든 전자기기는 다 두고, 핸드폰만 들고 갔네요.
프랑스에서는 파리와 니스를 2곳 다녀왔습니다. 2곳 모두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여유인데요. 프랑스 사람들의 여유를 보면서,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속도로 지내면서, 저만의 속도의 필요성을 느꼈는데요. 오늘은 항상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제 삶의 이야기가 아닌, 목표 없이 여유롭게 지낸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남자치고 밥을 빠르게 먹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게 먹지도 않습니다. 음식이 나오면 핸드폰도 보지 않고 정말 밥만 먹는데요. 이렇게 해야 밥을 먹고 쉴 시간이 늘어나고, 그 시간을 잘 쉬어야 다른 일도 항상 잘할 수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프랑스에서 밥을 먹으면서 평균 1시간 이상 식당과 카페에서 보내는 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물론 음식이 나오는 시간도 조금은 걸리지만,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밥을 먹으니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더라고요.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프랑스에서 식사의 의미가 달랐던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배가 고파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먹고 싶은 음식도 없었던 것 같고요. 가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조금 기분을 내고 싶으면 치킨과 맥주를 마시는 게 다였고요.
하지만 프랑스에서 식사는 제 삶의 하나의 소중한 시간으로 자리 잡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과하지 않게 나오는 음식과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 야외 테이블에서 주변을 보면서 먹는 순간들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강박을 가지던 제 삶에, 많은 공간을 만들어준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시간들을 계속 보내니, 니스에서 문어를 먹을 때 이런 말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아 이게, 여유고 이게 행복이구나." 밥을 먹으면서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느꼈던 순간입니다.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 모든 행복이 다 사라지고, 우울감이 몰려왔습니다. 프랑스에서의 시간이 좋아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한국에서의 시간이 싫어서 그랬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한국에서의 시간이 제게는 행복하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죠.
한국에 돌아와 시차 적응도 한 건지 만 건지도 모르게, 저를 찾는 사람도 너무나도 많고, 제게 부탁을 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았습니다. 집 안의 막내로서 항상 식사 메뉴를 골라야 하고,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과 더불어, 저만의 독립된 공간과 독립된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밥 먹는 게 정말 싫어지더라고요. 식당은 너무나도 시끄럽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시간이 다시 15~20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내가 음식을 먹는 건지, 배를 채우는 건지 모를 시간이 다시 다가왔죠.
1주일간 이런 삶을 다시 느끼니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만의 독립된 공간과 시간, 나만의 템포, 그리고 마음의 빈 공간이 제게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것이 없어서 제 삶이 항상 날카롭다는 걸 알게 되었죠.
아직은 외국에 다시 나갈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이직 후 첫 출근도 해야 하고, 돈도 모아야 하고, 여러 가지 제약이 많죠. 이번 여행도 다시 비행기를 타기까지 7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언제 다시 나갈지 모르니, 한국에서 나만의 프랑스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생각하다, 문득 파리 카페의 풍경이 생각나더라고요.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스프레소와 담배, 그리고 정말 소량의 음식을 먹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고,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저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이런 모습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거 같네요. 본인이 할 수 있는데도 저를 찾는 많은 사람들, 제 삶에 계속 간섭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깐요. 하지만 남 눈치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우며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프랑스 사람들처럼, 저는 그려려니 하고 제 템포대로 살아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만의 독립된 시간과 공간을 가지기 위해 1년 안에 독립을 해야겠다 마음먹었죠. 만으로 30이 되기 전에 빠르게 독립해, 저만의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게 제가 한국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네요.
환경이 안되면, 환경을 만들면 되는 거니깐요. 여러분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지금 그 환경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