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것도 능력
최근 장염에 걸렸다. 이직 준비를 하면서 무리를 많이 했다. 그날따라 다른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화도 많이 난 상태였다. 이런 몸과 마음을 억지로 이끌고 독서실에 갔다. 쉬고 싶은 마음이 이미 120%였지만 여기서 쉬면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쉴 자격이라도 있는가? 아직 취업을 확정하지도 못한 상태로 내가 쉴 수 있는가? 몇 주만 더 고생하자는 생각을 했고, 억지로 독서실에 있었다.
독서실에 있으면서 그날따라 에어컨 바람이 춥게 느껴졌다. 온도가 낮아서 살이 추운 느낌보다, 내 몸속으로 한기가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컨디션이 안 좋긴 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지만, 쉴 수 없었기에 그대로 강행했다. 그렇게 난 다음날 새벽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고, 장염에 걸려 3일 동안 3kg이 빠졌다.
잘 아프지 않지만, 한 번 갚으면 크게 아픈 나였다. 이번에도 정말 너무나도 아팠고, 열이 이렇게 잡히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3일 동안 침대에서 고생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쉬지 않은 후회를 했다. "춥다고 느낄 때,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그냥 집에 올걸... 이게 뭐냐 정말"
그리고 느꼈다. 이래서 사람들이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걸, 어떤 일이든 휴식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노력 때문에 내 감정과 컨디션에 거짓말을 한 죄가 이렇게 무서운 것을 알았다. 지금은 장염이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조금 더 안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의 난 노력이란 쉬지 않는 거라 생각했다. 노력이란 단어를 생각했을 때 뇌리에 스치는 장면들은 미친 듯이 훈련하는 운동선수, 계속 고뇌하고 오랜 시간 어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이었다. 그리고 그런 장면이 있기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승리하고, 팀원들과 축하해 주는 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프면서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노력을 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는다는 것은 맞지만, 그 노력을 잘하기 위해서는 잘 쉬어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
인터벌 훈련을 할 때 꼭 들어가는 효소가 있다. 바로 휴식시간이다. 인터벌 훈련은 짧은 시간 내에 강도 높은 운동을 통해 효과를 보려고도 하지만, 그 강도를 잘 내기 위해 조금이라도 휴식시간을 가져간다. 사람이 휴식 없이 이 높은 강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노력을 하면서 내가 지속적으로 강도를 낼 수 있다는 오만감을 가지고 있었다. 운동할 때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취업준비는 이렇게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니 낼 수 있는 강도가 점점 줄어들고, 하루하루 빠르게 지치고, 결국 장염까지 걸렸다.
누군가는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이끈다고 생각한다. 마라톤은 42.195km든, 하프코스든, 10km든 끝이 존재한다. 물론 인간의 삶도 죽음에 의해 끝이 존재하지만, 그전까지는 끝이 없는 길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단거리 육상 선수보다는 느리지만 꾸준히 가는 모습을 생각하고, 우리의 삶도 쉼 없이 꾸준히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난 인생을 마라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쉼 없이 꾸준히 가고 끝나는 게 인생이 아니니깐, 중간중간 쉬어야 달릴 수 있는 게 인생이니깐, 마라톤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대신 난 끝이 없는 강의의 연속이라 생각한다. 강의의 초반부터 끝까지 강의만 하는 강사들은 인기가 없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집중도 잘 되게 강의하는 사람들은 중간중간 딴소리도 하고, 쉬는 시간도 적절히 부여한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
중간중간 잠깐 쉬기도 하고, 조금 긴 쉬는 시간도 가지고, 딴짓도 해야 다시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종일 앉아서 집중한다고 무조건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집중할 때 집중해야, 그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그러니 미련하게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 때, 강압적으로 나를 몰아치지 말자. 힘들고 쉬고 싶은 내 감정을 조금 들여다보고, 관심을 조금 가져주자. 그래야 노력할 수 있는 공간도 생기고, 이 공간이 생겨야 새로운 것도 채워 넣을 수 있으니 말이다.
힘들면 쉬어가자. 죄책감도, 좌절감도 느낄 필요 없다. 잠깐 쉬고 다시 가면 된다. 어쩌면 이 당연한 것을 그동안 모른척하고 살아온 우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