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와 상수 이야기
영화 미나리를 봤다. 나는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어서인지 아메리칸드림을 위해 정착해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난 그냥 유복한 홈스테이 키드였음) 그다지 공감대를 찾진 못했지만 옆에서 남편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 별로 안슬픈 구간에서부터.. 울기 시작했다.
"... 슬퍼?"
"저 간절함이 너무 슬퍼..."
그 땐 몰랐다. 저 간절함이 우리의 간절함이 될 줄...!
욕지도는 섬이다. 섬엔 물이 귀하다. 2018년에 통영시는 욕지도 전 가구 상수도원 공급 계획을 발표했고 2021년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등산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엄청난 크기의 웅덩이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것이 물 저장소(?)라고 하더라.
어쨌든 시 담당 공무원에 따르면 2021년 초에 완공돼서 그 때부터 상수도를 쓸 수 있을거라고하니 개의치않고 타이니하우스 견적까지 받았는데, 공사가 지연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담당 공무원도 2021년 말로 연기됐고, 그 이상 늦어질 수도 있다며.. 정확한 완공일에 대한 확답은 주지 않았다.
그럼 지하수를 파야하나?미나리에서처럼?
지하수 파는 공사는 들어가는 깊이에 따라 소공, 중공, 대공으로 나뉜다고한다. 소공은 빗물이 저장된 얕은 곳에서 물을 끌어오고, 중공 이상은 암반층에서부터 물을 끌어온다. 섬은 보통 중공 이상인데, 따라서 7백만원에서 지역에 따라 2천만원까지 든다고 한다. 여기서 만 하루를 우울하게 지냈다.
무한한 절망적 시나리오를 돌린 다음에 다시 힘을 내서 욕지도 주변 지하수 업체를 알아보니 바다에 가까울수록 짠물이 나올 가능성이 커서 지하수 파기가 까다롭단다. 그런데 우리 땅은 바다와 꽤 가까워서 깨끗한 물이 나올 확률이 50%뿐이 안된다고 한다.
지하수를 파기 전엔 지하수가 나올 곳인지 답사를 하는데, 이 역시 섬이기 때문에 장비 이동료 등등해서 30만원이 필요하다. 그 다음 땅 위에 수맥도 찾아보고 찔러보고 한 다음 물이 나올만한 곳을 찾는다. 만약 찾지 못한다면... 지하수는 팔 수 없고 상수원 완공 전까지는 집을 지을 수 없다.
예상치 못한 그리고 전날 본 영화 미나리와 일치하는 전개에 벽을 친 기분이었다 ㅠㅠ 안되는 것 / 안될 것 같은 것도 되게 만들어서 커리어를 쌓아온 나인데..
하지만 아직 어떤 결정을 내리기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내 땅에 물이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보고 결정해야겠다!
그렇게 우리는 또 운전대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