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은 발을 나는 사랑한다.
나는 20년 차 언어재활사입니다.
실력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죠.
다리가 짧아서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아이들이 내 무릎 위에 다리를 올려놓을 때 나는 행복합니다.
아이들만의 그라운딩 기법이지요.
참으로 감사합니다.
발달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그 누구의 바람도 아니었을, 내가 마주하는 아이들의 든든한 땅이 되어줄 수 있어서.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작고 까만 눈동자를 사랑합니다.
그 속엔 분노와 슬픔과 불안,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습니다.
나를 만나서 그 색깔들이 조금씩 옅어지고, 마침내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가 될 때 나는 가장 행복합니다.
반짝이는 눈동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지금 나는 행복해요.'
그 순간 나는 깨닫습니다.
치료자는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마법사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의 빛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 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아이들의 작은 발이 내 무릎에 닿는 순간, 나는 밝은 미소로 속삭인다.
내가 너의 땅이 되어줄게.
너는 별처럼 빛나면 돼.
그라운딩(grounding) 기법은 심리치료에서 불안, 공황, 외상 후 스트레스(PTSD), 해리 현상 등으로 인해 현재와 단절되는 경험을 하는 내담자를 ‘지금 이 순간, 안전한 현실’로 되돌아오게 돕는 기술로 쉽게 말하면, ‘지금, 여기’를 다시 느끼도록 하는 심리적 앵커(anchor) 역할을 한다.
불안, 공포, 외상 기억에 휩쓸리지 않도록 현재에 주의를 집중시킴으로써 '내가 지금 안전한 장소에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함으로써 감정을 조절하고 지금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라운딩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첫째, 감각적 그라운딩 (Sensory Grounding)으로, 다섯 가지 감각을 활용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물건 5가지, 들리는 소리 4가지, 만져지는 감각 3가지, 맡을 수 있는 냄새 2가지, 맛볼 수 있는 것 1가지 찾아보는(5-4-3-2-1 기법)이다.
둘째, 인지적 그라운딩 (Cognitive Grounding)으로 스스로에게 현재 상황을 말해주며 '나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오늘은 2025년 9월 30일, 나는 내 방에 있고, 위험하지 않다.'라고 말이다. 예를 들면, 벽 색깔, 창밖 풍경, 방 안 물건들 등 주변 환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보는 것이다.
셋째, 호흡 및 신체적 그라운딩 (Breathing/Body Grounding)으로 심호흡이나 호흡 카운팅으로 긴장 완화시키는 것이다. 근육 이완법, 스트레칭, 발바닥에 무게 싣기 등을 통해 몸의 존재감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라운딩 기법은 반복 훈련할수록 효과가 커지고, 개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