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자란 막내딸 내가 김공주였다

by 느루

엄마가 오빠야 나이 열 살 즈음

생일 때

아빠랑 부부 싸움을 하고

집을 나갔다.

엄마 베개를 안고

엄마 냄새를 맡으면서 울었다.

엄마가 없으면

못 살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는 지금 엄마가 없는

이 집에서 잘 살고 있다.

잘 살아가고 있다.

힘들 때도 많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아니라

내가 하는 밥이

맛 때 가리가 없고

너무 귀찮고 싫다.

사과도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깎기가 싫어서 안 먹는다.

엄마가 있으면 깎아달라고

하면 곧장 바로 깎아줄 텐데

엄마는 그런데

엄마가 없이는 살 수가 없을 줄

알았는데

잘 살고 있는

내가 너무 밉고 속상한 밤이다.

갑자기 말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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